순조 십일년 구월(純祖 十一年 九月)의 일이다.
홍경내(洪景來)는 아무런 예고도 없이 돌연 자기 고향인 평안도 용강군 다미면 세동 화장곡(平安道 龍岡郡 多美面 細洞 花庄谷)에 나타났다. 늙은 어머니를 버리고, 처자를 버리고, 산 속의 절에 가서 공부하겠고 뚝 떠나가고 서는, 십년 이상이나 종무소식이든 그가, 제법 서늘해진 가을바람을 안고 표연히 나타났다.
“그래, 그렇게 오래ㅅ동안 자네는 도대체 어디를 가 있었나?”
“산 속에 들어가서, 몇 해가 걸리든지 성공할 때까지 공부를 게속하겠다고 하드니 이 때까지 산 속에 있었나?”
“아마 공부가 어지간이 다 된 게지. 십년이나 했으면 문장 다 됐지 못되겠나?”
─ 이렇게 옛 친구들은 물어 보았으나, 경내는 그렇다고도 하지 않고, 그렇지 않다고도 하지 않고, 그저 우물우물해버렷다.
충북 괴산 출신으로 청주고보 졸업뒤 경성제대 중문과를 졸업(1940년)하고 휘문고 교사를 거쳐 서울대 중문과 조교수(1946~49)를 지냈다. 해방 직후 ‘조선문화건설중앙협의회’와 ‘조선문학동맹’에서 활동했다. 학내 이념 대립 와중에 좌익으로 규정돼 교수직을 그만두었다가 인공치하에서 대학에 복귀해 몇달간 ‘반짝 총장’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