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이라는 소설은 김동인의 다른 소설들에 비해 많은 분들에게 잘 알려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야기의 대강은 다음과 같습니다.
M이라는 남자가, 원인모를 병으로 사망선고를 받습니다. M은 ‘갈색 악마’로 인식되는 저승사자를 만나고, 그와 다투거나 대화하고, 또는 그로부터 도망가고 두려워하고, 어떤 때는 그에게 술을 얻어먹고 같이 놀기도 하는 등 자신의 환각적인 의식세계에서 (알 수 없는 무엇인가를 상대로)절망과 혼란의 시간을 보냅니다. 결국 M은 수술을 받고 멀쩡한 몸으로 퇴원합니다.
이 소설에는 김동인이라는 작가의 의식적 특성이 여기저기 묻어있는 것 같아 매우 흥미롭습니다. (사실 ‘김동인의 작가 의식’이라고 정리할 만한 무언가를 알고 있다기보다는, 그의 몇 가지 작품들 속에서 공통으로 드러나는 특성이 <목숨>에서도 엿보인다고나 할까요.)
가장 도드라지는 것은 ‘생(生)에 대한 강렬한 집착’인 듯합니다. <목숨>에서 M은 ‘나는 왜 죽느냐?’라며 억울해 하고, ‘남보다 곱이나 삶에 집착성이 있는’모습을 보입니다. 갈색 악마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살아있음을 확인하며 안도합니다. 이러한 ‘생에의 집착’은 김동인의 다른 소설들에도 많이 드러나지요. (‘어찌하면 죽지를 아니할까 하며 불사를 추구한 진시황(<배따라기>)’이라든가, ‘죽지나 않고 또 하루를 버틴 나(<태형>)’라든가.)
김동인은 일제 강점기와 대한민국의 소설가, 문학평론가, 시인, 언론인이다. 본관은 전주이며 호는 금동, 금동인, 춘사, 만덕, 시어딤이다. 1919년의 2.8 독립 선언과 3.1 만세 운동에 참여하였으나 이후 소설, 작품 활동에만 전념하였고, 일제 강점기 후반에는 친일 전향 의혹이 있다. 해방 후에는 이광수를 제명하려는 문단과 갈등을 빚다가 1946년 우파 문인들을 규합하여 전조선문필가협회를 결성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