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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전집225: 감자

1925년 <조선문단> 1월호에 발표된 김동인의 대표적 단편소설로, 환경적 요인이 인간 내면의 도덕적 본질을 타락시켜 간다는 작가 정신과 자연주의적인 색채가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이다. 특히, 결말에서 복녀의 죽음을 놓고 왕 서방과 한의사, 그녀의 남편이 돈을 주고받는 장면의 간결한 묘사는 매우 인상적이다. 작품 서두에 제시된 생활 공간으로서의 배경은 이후의 사건에 대한 어떤 예감을 제공한다. 즉, 칠성문 밖 빈민굴은 도덕성과 윤리 의식이 부재(不在)하는, 정상적인 세계로부터 격리되어 있는 공간이다. 이러한 공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란 파렴치하고 부도덕한 '싸움, 간통, 살인, 도둑, 구걸, 징역 등 이 세상의 모든 비극과 활극의 근원지'일 수밖에 없다. 복녀 내외가 여기까지 흘러오게 된 것은 ..
1925년 <조선문단> 1월호에 발표된 김동인의 대표적 단편소설로, 환경적 요인이 인간 내면의 도덕적 본질을 타락시켜 간다는 작가 정신과 자연주의적인 색채가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이다. 특히, 결말에서 복녀의 죽음을 놓고 왕 서방과 한의사, 그녀의 남편이 돈을 주고받는 장면의 간결한 묘사는 매우 인상적이다.

작품 서두에 제시된 생활 공간으로서의 배경은 이후의 사건에 대한 어떤 예감을 제공한다. 즉, 칠성문 밖 빈민굴은 도덕성과 윤리 의식이 부재(不在)하는, 정상적인 세계로부터 격리되어 있는 공간이다. 이러한 공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란 파렴치하고 부도덕한 '싸움, 간통, 살인, 도둑, 구걸, 징역 등 이 세상의 모든 비극과 활극의 근원지'일 수밖에 없다. 복녀 내외가 여기까지 흘러오게 된 것은 가난과 남편의 게으름 때문이다. 원래는 선비의 가통(家統)을 이은 집안의 딸이라 염치도 알고 경우도 아는 복녀였지만, 가난 때문에 밥을 얻으러 다니기도 하고 송충이 잡는 일에서부터 몸을 팔기 시작한다. 가난이 복녀의 행위를 이끌어 오고 있음을 보여 준다.
1900년에 평양 부호의 아들로 태어나신 선생은 일찍이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청산학원 중학부를 졸업한 뒤에 처음에는 화가가 될 작정으로 천단(川端)미술학원에 재학중이다가 중도에 뜻을 달리하여 문학의 길을 택하였다.

그 당시 우리나라에는 춘원 이광수 선생의 {무정}이 있었을 뿐으로 순문학 작품은 아직 형태조차 없던 시대건만, 어려서부터 외국문학을 섭렵하신 선생은 기미독립운동이 전개되던 1919년에 독립만세의 봉화가 터지기보다 한 달 앞서 도쿄에서 순문학잡지 {창조}를 발간하였다.……신문학운동의 봉화인 그 잡지는 순전히 선생의 사재로서 발간되었던 것이다.

{창조} 발간 이후 김동인 선생은 30여 년간 오로지 문학의 길로만 정진하셨다. 문학자가 문학도에 정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는 하겠으되, 문학으로 생계를 꾸려나갈 수 없는 딱한 사정에서 거개의 우리나라 문인들이 문학 이외에 반드시 생계를 위한 별도의 직업을 가졌건만, 선생만은 조석이 마루한 극도의 빈한(貧寒) 속에서도 오직 문학만을 일삼으셨던 것이다. 오직 한 번 조선일보사 문예부장에 일시 취임했던 일이 있으나, 선생은 그 길이 아님을 이내 깨닫고, 1주일 만에 단연 그 자리를 물러 나섰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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