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6년 <조광(朝光)>에 발표된 단편소설. 내용의 난해함과 형식의 파격성으로 1930년대 모더니즘 소설의 으뜸으로 꼽힌다. 등장 인물인 '나'와 아내는 여러 관점에서 해석되고 있지만, 대체로 분열된 자아의 두 모습으로 이해한다. 그리하여 마지막 대목의 '날개의 비상(飛翔)'은 분열된 자아를 결합하고 자기 구제를 꾀하는 실존의 의지로 볼 수 있다.
이 소설의 부부 관계는 '숙명적으로 발이 맞지 않는 절름발이'이다. 아내에 대한 예속자 혹은 기생적(寄生的) 존재로서 스스로의 인격적인 소유권과 시민성(市民性)이 없는 '나'에 비해 아내는 나를 지배하고 '사육하는' 위치에 있다. '외출', '내객', '돈'이란 단어들이 알려 주듯이 아내의 직업은 창녀이다. 쉽게 말해서, '나'는 '꽃'에 매달려 사는 기둥서방인 것이다. 그래서 '나'와 아내의 관계는 '닭이나 강아지처럼'이란 동물적 비유가 의미하듯 종속적인 관계이다.
이런 종속 관계는 시간과 공간의 소유 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아내의 매음(賣淫) 현장이 '나'에게는 금단(禁斷)의 공간이며, 외출을 통해 아내의 가학적 감금에서 일단 풀려 나온 '나'는 다시 아내가 쳐 놓은 시간에 감금된다. 자정(子正) 전에는 절대로 집에 들어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나'의 외출 시간은 아내의 매음과 자신의 자유 방임이 묵계된 시간이다.
이 상(李箱: 1910-1937)
서울 출생. 본명은 김해경(金海卿). 보성 고보, 경성 고공 건축과 졸업. 1930년 <조선>에 <12월 12일>을 발표하여 등단. 조선 미전에 <자화상> 입선. 1937년 불령 선인으로 오인되어 일경에 피체, 감금됨. 1937년 동경 제대 부속 병원에서 폐결핵 악화로 사망. <구인회> 회원. <조선중앙일보>에 난해시 <오감도>를 발표하여 당시 문단에 충격을 던졌다. 그의 작품 세계는 인간의 내면 세계를 깊이 있게 탐구하였으며, 심리주의 경향을 보여준다.
주요 작품으로는, <날개>, <동해(童骸)>, <지주회시>, <종생기>, <실락원>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