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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전집186: 공장신문

가을 바람이 보통 벌 넓은 들 무르익은 벼이삭을 건드리며 논과 몰려왔다. 하늘은 파―란 물을 지른 듯이 구름 한 점 없고 잠자리같이 보이는 비행기 한 쌍이 기자림 위에를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열두시의 기적이 난 지도 이십 분이나 지났다. 신작로 옆에 '평화고무공장' 하고 쓴 붉은 굴뚝을 바라보며 벤또통을 누렇게 되어 가는 잔디판 위에 놓고 관수는 '마꼬'를 한 개 붙여서 입에다 물었다. 점심을 먹고 물도 안 마신 판이라 담배가 입에 달았다. 한번 힘껏 빨아서 후우 하고 내뿜으며 그대로 언덕을 등지고 네활개를 폈다. 눈은 광막한 하늘을 바라다보았다. 파―랗게 점점 희미해져서 없어지는 담뱃내가 얼굴 위에 어울거리다 풀숲을 스쳐서 오는 바람을 따라 그대로 없어지곤 하였다. 그는 연거푸 그것을 계속하였..
가을 바람이 보통 벌 넓은 들 무르익은 벼이삭을 건드리며 논과 몰려왔다.

하늘은 파―란 물을 지른 듯이 구름 한 점 없고 잠자리같이 보이는 비행기 한 쌍이 기자림 위에를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열두시의 기적이 난 지도 이십 분이나 지났다. 신작로 옆에 '평화고무공장' 하고 쓴 붉은 굴뚝을 바라보며 벤또통을 누렇게 되어 가는 잔디판 위에 놓고 관수는 '마꼬'를 한 개 붙여서 입에다 물었다. 점심을 먹고 물도 안 마신 판이라 담배가 입에 달았다. 한번 힘껏 빨아서 후우 하고 내뿜으며 그대로 언덕을 등지고 네활개를 폈다. 눈은 광막한 하늘을 바라다보았다. 파―랗게 점점 희미해져서 없어지는 담뱃내가 얼굴 위에 어울거리다 풀숲을 스쳐서 오는 바람을 따라 그대로 없어지곤 하였다. 그는 연거푸 그것을 계속하였다.
김남천(金南天, 1911-1953?) : 본명 김효식(金孝植). 평남 성천 중농의 가정에서 태어났다. 평양고보를 졸업하고 일본에 유학, 동경 법정대에 다니다 중퇴, 귀국하였다. 동경 유학중 카프 동격지부 무산자사(無産者社)에 가입, 활동했으며 귀국 후 평양 고무공장 파업에 참가하여 그 체험을 희곡 조정안, 소설 공장신문 공우회로 발표했다. 임화, 안막, 권환 등 소장파와 함께 카프의 주도권을 잡고 볼셰비키화에 주력했으며 1931년 카프 제1차 검거 때 투옥되기도 했다. 카프가 해산된 1935년 이후 루카치의 이론을 받아들여 '로만 개조론'을 제창하고 문제작 대하를 쓰기도 했다. 해방이 되자 임화와 함께 조선문화건설중앙혐의회를 조직했고 한설야, 이기영의 조선프롤레타리아문학동맹과 합해 조선문학가동맹을 만들었다. 1947년 월북하여 이듬해 8월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기 대의원이 되고 1953년에는 문학예술총동맹 서기장까지 올랐으나 그해 임화 등과 함께 숙청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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