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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전집257: 국경의 밤

최초의 서사시로 평가되는 이 시는 전체 3부 72장 893행으로 이루어져 있다. 일제 강점기 하의 음산한 국경 마을 특유의 음산한 분위기를 배경으로 우리 민족의 참담한 현실과, 쫓기는 자, 소외된 자의 비극적 좌절 체험을, 국경 지방 한겨울 밤의 삼엄하고 음울한 분위기 속에서 극적인 상황 설정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다만 이 작품의 전편에는 순이, 병남, 청년(옛 애인) 간, 또는 순이와 상황 간의 갈등이 순이의 내부에서 관념적, 낭만적으로만 일어나고 있어, 서사시로서의 특징인 영웅화나 생동감이 결여되어 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의 제재나 주제가 개인 단위의 정서 표출에 있지 않고 민족사와 그 운명에 대해 치열한 관심을 보여, 1920년대 감상적(感傷的)인 서정(抒情)의 세계와 획을 긋는다는 점은 특기할 만..
최초의 서사시로 평가되는 이 시는 전체 3부 72장 893행으로 이루어져 있다. 일제 강점기 하의 음산한 국경 마을 특유의 음산한 분위기를 배경으로 우리 민족의 참담한 현실과, 쫓기는 자, 소외된 자의 비극적 좌절 체험을, 국경 지방 한겨울 밤의 삼엄하고 음울한 분위기 속에서 극적인 상황 설정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다만 이 작품의 전편에는 순이, 병남, 청년(옛 애인) 간, 또는 순이와 상황 간의 갈등이 순이의 내부에서 관념적, 낭만적으로만 일어나고 있어, 서사시로서의 특징인 영웅화나 생동감이 결여되어 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의 제재나 주제가 개인 단위의 정서 표출에 있지 않고 민족사와 그 운명에 대해 치열한 관심을 보여, 1920년대 감상적(感傷的)인 서정(抒情)의 세계와 획을 긋는다는 점은 특기할 만하다.

두만강 유역의 국경 지대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한 해가 저물어 가는 겨울, 소금실이 밀수출 길에 남편을 내어 보낸 순이의 근심 어린 대사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날 저녁 이 마을에는 한 청년이 나타난다. (제1부)

알고 보니 두 사람은 어릴 적 소꿉동무였다. 그들은 자라면서 서로 좋아하게 된 사이였으나, 여진족의 후예인 순이는 다른 혈통의 사람과 혼인할 수 없다는 인습 때문에 헤어져야 했다. 그렇게 해서 마을을 떠나야 했던 소년이 8년이 지난 뒤에야 다시 순이 앞에 나타난 것이다.(제2부)

청년은 이제 남의 아내가 된 순이에게 다시 사랑을 간청한다. 그러나 순이는 남편에 대한 도리와 어쩔 수 없는 자신의 운명을 들어 이를 거절한다. 그때 밀수출 나갔던 남편이 마적떼의 총을 맞고 시체가 되어 돌아온다.(제3부) - 이상과 같이 요약될 수 있는 '국경의 밤'은 여러 모로 앨프레드 테니슨의 '이노크·아덴'이라는 시를 한국적으로 변용한 듯한 인상이 짙다. 테니슨의 시에는 남편이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아 죽은 것으로 믿고 어린 시절의 친구와 결합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옛 친구의 사랑을 거절하는 것으로 귀결되어 한국적 정절이 강조된 점이 특이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에서 재가승의 딸 순이의 '운명'이 의미하는 바에 대하여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옛날 함경도 북쪽에는 여진(女眞)의 무리가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고려 때 여진 정벌로 인해 이들의 평화는 깨어지고 종의 신분으로 전락하게 된다. 그 후 그들은 천민 집단으로 고립되어 재가승이라 불렀다. 순이는 바로 재가승의 딸이었다. 이러한 수난의 역사를 지닌 종족의 후예라는 특이한 신분을 지닌 순이는 곧 일제에 의해 나라를 빼앗기고 식민지로 전락한 우리 민족의 당대적 현실을 반영하는 인물로 이해된다.
한국의 시인이다. 아호는 파인(巴人)이다. 〈적성(赤星)을 손가락질하며〉로 등단하였고, 장편 서사시 《국경의 밤》을 발표하면서 주목 받기도 했다. 일제강점기 말기에는 친일행각을 벌이기도 했다. 이후에 납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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