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수의 단편소설이다.
저것이 울면 비가 온다고 하니 한 소나기 흠씬 쏟아졌으면 좋겠소. 모두들 모를 못 내어서 걱정이라는데、뜰에 화초 포기들도 수분이 부족하여서 축축 늘어진 꼴이 가엾소.
지금이 오전 아홉 시、 아마 이 집을 산 사람이 돈을 가지고 조금만 더 있으면 올 것이오. 내가 그 돈을 받고 나면 이 집은 아주 그 사람의 집이 되고 마는 것이오. 엿장수 가위 소리가 뻐꾸기 소리에 반주를 하는 모양으로 들려오오. 내가 이 집에 있으면서 엿을 잘 사 먹기 때문에 엿장수들이 나 들으라고 저렇게 가위를 딱딱거리는 것이오.
엿장수가 지금 우리 대문 밖에 와서 자꾸 가위 소리를 내이오. 아마 내가 낮잠이 들었다 하더라도 깨라는 뜻인가 보오. 그러나 나는 오늘 엿을 살 생각이 없소. 흥이 나지 아니하오. 엿장수는 최후로 서너 번 크게 가위 소리를 내이고는 가버리고 말았소.
이광수(李光洙: 1892-1950?)
평북 정주 출생. 호는 춘원(春園). 일본 와세다 대학 철학과 수학 중 동경 2·8 독립 선언을 주도. <조선 청년 독립단 선언서> 기초. 상해 <독립신문> 편집 주관.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에 관계함. '수양 동우회 사건'으로 투옥됨. <조선 문인 협회> 회장 역임. 1909년 <백금학보(白金學報)에 <애(愛)>를 발표한 이후 1917년 장편소설 <무정>을 <매일신보>에 연재하여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으며 신문학 초창기에 선구적 역할을 했다.
이광수는 최남선과 함께 언문일치의 신문학 운동을 전개하여 한국 근대 문학의 여명을 이룩한 공헌자로 평가받고 있으며, 초기 한국 문단의 성립을 주도했다는 혁혁한 공적을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그는 말기에 변절하여 친일적 태도를 보였다는 점에서 부정적 측면을 지닌 작가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 세계는 대중적인 성향을 띄면서도 계몽주의적·이상주의적 경향을 지니고 있는데 지나친 계몽 사상으로 인해 설교적인 요소가 많다.
주요 작품으로는 <어린 희생>, <무정>, <소년의 비애>, <어린 벗에게>,<개척자> <무명> <마의태자>, <단종애사>, <흙>, <유정>, <사랑> 등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