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구전 설화가 판소리 사설을 거쳐 소설로 정착된 판소리계 소설이다. ‘토끼전’은 특정한 개인의 작품이 아니라, 전승과 전파에 따라 여러 작가들에 의해 변개, 착색되어 온 소설로, 서민 의식을 바탕으로 한 날카로운 풍자와 익살스러운 해학이 잘 드러나 있다. 이본(異本)에 따라서 내용이 약간씩 다르기는 하지만, 대체로 우화적이며, 다양한 고사와 미사여구(美辭麗句)를 동원하여 해학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인 양상을 보인다. 작품의 배경은 용왕을 정점으로 한 자라 및 수궁 대신들의 용궁 세계와, 토끼를 중심으로 한 여러 짐승들의 육지 세계로 나눌 수 있다. 이 두 세계의 대립 축을 중심으로 전자는 지배 계층인 귀족 사회를, 후자는 피지배 계층인 서민 사회를 각각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작품에서 ‘자라’는 부귀영화를 바라며 임금에게 절대적 충성심을 바치는 봉건 사회의 충신의 모습을, ‘토끼’는 허욕에 눈이 멀어 일시적으로 유혹에 넘어가 위기에 처했다가 살아남은 서민의 모습을 풍자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이 글 전체의 주제는 ‘인간의 지나친 허욕과 명예, 부귀를 따르는 세태에 대한 비판ㆍ풍자’가 된다. 따라서, ‘토끼전’은 우화적 기법을 통해 17~18세기의 서민 계층의 비판적 의식과 당시의 지배 계층의 정치ㆍ사회적인 부패상을 동물 세계에 비유하여 풍자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작자·연대 미상의 고전소설. 조선 후기의 판소리계 작품으로 동물을 의인화한 우화소설이다.
대략 100여 종의 이본이 전하는데, 이들을 서지적 측면에서 나누어 볼 때 한글 및 국한문 혼용으로 된 필사본 78종, 한문 필사본 4종, 목판본 2종, 활자본 6종, 그리고 창자를 알 수 있는 판소리 개작 및 전사본 12종이 있다. 이본은 판소리계 이본과 소설계 이본으로 양분되며 그 이본의 명칭 또한 다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