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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전집266: 저기압

생활난, 직업난으로 수년을 시달려 왔다. 이 공포 속에서도 값없는 생활―---무위한 생활로부터 흘러나오는 권태는 질질 흐른다. 공황의 한 재를 넘으면 권태. 또 한 재를 넘으면 권태. 생활(먹고 사는 일)이라는 줄에 마소 모양으로 정신없이 끌려가다가도 곤한 잠을 깨치고 성난 눈을 번쩍 뜨듯이 지지한 자기의 꼴을 휙 돌아다볼 때, "이게 다 무슨 생활이란 것이야? ……네가 참으로 생활다운 생활을 하려면 지금 네 생활을 저렇게 값없이 만드는 현실―---그 속을 정면으로 파고 뚫고 들어가서 냅다 한번 부딪쳐 보든지 어쩌든지, 밤낮 그 늘어진 개꼬리 모양으로 질질 끌고 가는 생활의 꼴이란 것은 참 볼 수 없다. 차라리 망골 편으로 기울어지려면 데카당이 되거나 위로 올라붙든지 아래로 떨어지든지 할 것..
생활난, 직업난으로 수년을 시달려 왔다.

이 공포 속에서도 값없는 생활―---무위한 생활로부터 흘러나오는 권태는 질질 흐른다. 공황의 한 재를 넘으면 권태. 또 한 재를 넘으면 권태.

생활(먹고 사는 일)이라는 줄에 마소 모양으로 정신없이 끌려가다가도 곤한 잠을 깨치고 성난 눈을 번쩍 뜨듯이 지지한 자기의 꼴을 휙 돌아다볼 때,

"이게 다 무슨 생활이란 것이야? ……네가 참으로 생활다운 생활을 하려면 지금 네 생활을 저렇게 값없이 만드는 현실―---그 속을 정면으로 파고 뚫고 들어가서 냅다 한번 부딪쳐 보든지 어쩌든지, 밤낮 그 늘어진 개꼬리 모양으로 질질 끌고 가는 생활의 꼴이란 것은 참 볼 수 없다. 차라리 망골 편으로 기울어지려면 데카당이 되거나 위로 올라붙든지 아래로 떨어지든지 할 것이지 여름날 쇠불알 모양으로 축 늘어져 매달린 생활!"

이 모양으로 폭백을 하고 싶다
조명희(趙明熙, 1894 - 1942)

충북 진천에서 가난한 양반의 아들로 태어났다. 1910년 서울의 중앙 고보에 입학하였으나 1914년 봄 북경 사관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가출했다가 돌아오기도 함.3.1운동 참가 건으로 투옥 1919년 겨울 동경 토오요(東洋) 대학 철학과에 유학하여 시 창작과 연극활동에 관심을 보였다. 1920년 김우진과 함께 극예술연구회를 조직하여 활발한 활동 펼침. 1921년 희곡 <김영일의 사> 창작. 1924년 6월 <적로>란 필명으로 《봄 잔디밭 위에》발간. 1925년 카프에 가담하면서 자전적 소설 <땅 속으로><마음을 갈아먹는 사람들>발표.1927년에 발표된 <낙동강>은 장편적 구조를 단편의 형식에 담아 구체성을 결여하고 있으나 일제 시대 지식인들의 고뇌와 농민 노동자들의 삶이 잘 나타나 있다. 1928년 소련으로 망명 소련 작가 동맹 원동 지부에서 활동 산문시 <짓밟힌 고려> <붉은 깃발 아래서><만주 빨치산> 등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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