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도 모르는 동안에 주머니 속에 든 대로의 돈을 모두 움켜서 뚝 떨어지는 눈물과 같이 그의 손에 쥐어 주었다.>
소설의 한 부분이다. 유령으로 오해했던 한 모자의 비참한 모습에 주인공이 취한 마지막 행동이다. 사회에 속해 살아가며 밝은 부분에만 동참하며 살 수는 없다. 우리는 어두운 면과 그 속에 속한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눈을 가져야만 한다. 하지만 현실은 내가 이미 어두운 구석에 속해 있는 지도 모를 일이라 (또 대부분은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는 못하니까) 그것이 쉽지만은 않다.
유령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 소설은 흥미 있는 가십거리에서 사회의 전반적인 모순덩어리 구조에 접근해간다. 그렇다고 문제점을 완벽히 해결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독자에게 자각과 지혜의 힘을 요구한다. 사실 독자뿐 아닌 모든 사람들이 작가가 요구하는 부분을 수용할 수 있다면 근본적 해결이 가능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도 요원하게만 느껴진다.
<메밀꽃 필 무렵>으로 잘 알려져 있는 이효석은 1930년대 순수문학을 대표하고 있는 작가이다.
이효석은 일제 식민지 아래에서 불안이 가중되는 시대의식이나, 민족의 수난 속에서 독립정신의 고취에는 무관심한 작품들을 보여주고 있다.
이효석의 작품은 크게 생활의 미화와 인간이 지니고 있는 원형을 찾으려는 경향을 보인 소설로 나눌 수 있다.
이효석은 작품 초기에 <도시와 유령(幽靈)>과 같은 사회적인 성격의 소설을 창작하기도 하였으나, 이후에 <분녀(粉女)>, <산(山)>, <들>, <메밀꽃 필 무렵> 등, 생활의 미화나 들이나 산, 또는 자연으로서의 인간에게 던져진 생활에 의한 인간성의 원형을 부각 시키고, 생명의 신비성을 작품화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들>은 이효석 문학이 가지고 있는 자연친화적이며, 야성적인 힘의 세계를 동경하는 작가 정신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