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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전집31: 이잔을

김동인의 단편소설이다. 그도 이때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의 머리에는 도망하는 생각밖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힘을 다하 여 달아났다. 이리하여 이 모퉁잇길로 빠지고 저 사잇길로 빠지며, 담장을 넘고 지붕을 넘어서 달아나, 이 만하면 되었으리라 하고 정신을 가다듬으면 제사장들의 발소리는 여전히 이삼십 보 뒤에서 그를 따랐다. 감람산으로 가는 다만 하나의 길인 케드론 시내의 다리에도 횃불잡은 사람들이 지켰다. 그러니까 그리로는 갈 수 없다. 예루살렘 성내를 몇 바퀴 돌았다. 저녁 먹은 지 오래지 않은 그는 숨이 탁탁 막혔다. 그의 몸은 솜과 같이 피곤하였다. 다리도 몽치와 같이 말을 안 듣게 되었다. 그의 걸음은 차차 완보가 되었다. 그러나 제사장들도 피곤하게 되었는지 역시 이삼십보를 ..
김동인의 단편소설이다.

그도 이때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의 머리에는 도망하는 생각밖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힘을 다하 여 달아났다. 이리하여 이 모퉁잇길로 빠지고 저 사잇길로 빠지며, 담장을 넘고 지붕을 넘어서 달아나, 이 만하면 되었으리라 하고 정신을 가다듬으면 제사장들의 발소리는 여전히 이삼십 보 뒤에서 그를 따랐다.

감람산으로 가는 다만 하나의 길인 케드론 시내의 다리에도 횃불잡은 사람들이 지켰다. 그러니까 그리로는 갈 수 없다.

예루살렘 성내를 몇 바퀴 돌았다. 저녁 먹은 지 오래지 않은 그는 숨이 탁탁 막혔다. 그의 몸은 솜과 같이 피곤하였다. 다리도 몽치와 같이 말을 안 듣게 되었다.

그의 걸음은 차차 완보가 되었다. 그러나 제사장들도 피곤하게 되었는지 역시 이삼십보를 두고 완보로 그를 따랐다. 쿵쿵쿵쿵! 완보로 달아나는 한 사람을 역시 완보로 몇 사람이 따랐다.

언제 끊일지 모르는 뛰엄뛰기를, 그는 어두운 길을 그냥 뛰었다. 그는 단 한순간이라도 잠이 자고 싶었다.

그는 눈을 감고 더벅더벅 걸었다. 이때에 만약 그로서 그자리에 덜썩 주저앉아 잠이 들었더면 제사장들도 이삼십 보 뒤에 거꾸러져 잤을지도 모른다.

제사장의 던진 돌 하나이 힘없이 도망하는 예수의 소매에 맞고 떨어졌다.

돌! 그 파랗게 된 얼굴에는 놀람과 무서움이 떠올랐다. 그는 마지막 힘을 다하여 뛰었다. 걸음이 좀 빨라졌다. 꿈엣일과 같이, 그는 또 달아났다.

이리하여 한참을 뛰다가 정신을 먹고 들으니, 제사장들의 발소리는 없어졌다. 여기 마음을 놓은 때는, 그는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갈 힘이 없어졌다. 그는 담장에 등을 기대고 누웠다.

그러나 제자들은 감람산에서 그를 기다린다. 그는 거기 가지 않으면 안될 테다. 담장에 기대고 잠깐 쉰 뒤에 죽게 피곤한 그는 다시 담장을 붙들고 머리를 늘이우고 반쯤자면서 케드론 시내로 예루살렘 성문으로 향하였다.
김동인 ( 金東仁 1900 ~1951)

본관 전주. 호 금동(琴童) ·금동인(琴童人) ·춘사(春士). 창씨명(創氏名) 곤토 후미히토[金東文仁]. 평남 평양 출생. 일본 도쿄[東京] 메이지학원[明治學院] 중학부 졸업, 가와바타 미술학교[川端畵學校]를 중퇴하였다. 1919년 최초의 문학동인지 《창조(創造)》를 발간하는 한편 처녀작 《약한 자의 슬픔》을 발표하고 귀국하였으나, 출판법 위반 혐의로 일제에 체포 ·구금되어 4개월 간 투옥되었다. 출옥 후 《목숨》(1921) 《배따라기》(1921) 《감자》(1925) 《광염(狂炎) 소나타》(1929) 등의 단편소설을 통하여 간결하고 현대적인 문체로 문장혁신에 공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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