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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전집268: 마음을 갈아먹는 사람

밤이 들어가나 보다. 들창 밖 골목길에 빠드득빠드득하며 다 젖은 눈을 밟고 오고 가던 사람들의 발자국소리조차 뜨-하여진다. 삐걱 털컥하고 주인집 안대문 닫는 소리가 몰아쳐 부는 바람소리를 가로질러 때려 누르고 요란스러히 울린다. 이 문 닫는 소리에 신경이 갑자기 더 날카러워진 삼득이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고개와 귀를 잠간 그쪽으로 기울이고 나서는 까막어리는 석유 등잔불로 눈이 가다가 다시 누덕이로 둘둘 싸안은 어린 딸의 얼굴로 향하여오며 "네기―거진 올 때가 되었겠는데……" 하고 중얼거리며 다시 앉은 몸을 굽혀 걸레쪽으로 틀어막았던 문구녁으로 외짝눈을 대고 바깥을 내다보다가 문구녁을 다시 막고는 몸을 돌이켜 앉으며
밤이 들어가나 보다. 들창 밖 골목길에 빠드득빠드득하며 다 젖은 눈을 밟고 오고 가던 사람들의 발자국소리조차 뜨-하여진다. 삐걱 털컥하고 주인집 안대문 닫는 소리가 몰아쳐 부는 바람소리를 가로질러 때려 누르고 요란스러히 울린다.

이 문 닫는 소리에 신경이 갑자기 더 날카러워진 삼득이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고개와 귀를 잠간 그쪽으로 기울이고 나서는 까막어리는 석유 등잔불로 눈이 가다가 다시 누덕이로 둘둘 싸안은 어린 딸의 얼굴로 향하여오며

"네기―거진 올 때가 되었겠는데……"

하고 중얼거리며 다시 앉은 몸을 굽혀 걸레쪽으로 틀어막았던 문구녁으로 외짝눈을 대고 바깥을 내다보다가 문구녁을 다시 막고는 몸을 돌이켜 앉으며
조명희(趙明熙, 1894 - 1942)

충북 진천에서 가난한 양반의 아들로 태어났다. 1910년 서울의 중앙 고보에 입학하였으나 1914년 봄 북경 사관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가출했다가 돌아오기도 함.3.1운동 참가 건으로 투옥 1919년 겨울 동경 토오요(東洋) 대학 철학과에 유학하여 시 창작과 연극활동에 관심을 보였다. 1920년 김우진과 함께 극예술연구회를 조직하여 활발한 활동 펼침. 1921년 희곡 <김영일의 사> 창작. 1924년 6월 <적로>란 필명으로 《봄 잔디밭 위에》발간. 1925년 카프에 가담하면서 자전적 소설 <땅 속으로><마음을 갈아먹는 사람들>발표.1927년에 발표된 <낙동강>은 장편적 구조를 단편의 형식에 담아 구체성을 결여하고 있으나 일제 시대 지식인들의 고뇌와 농민 노동자들의 삶이 잘 나타나 있다. 1928년 소련으로 망명 소련 작가 동맹 원동 지부에서 활동 산문시 <짓밟힌 고려> <붉은 깃발 아래서><만주 빨치산> 등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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