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6년 <조광(朝光)>에 발표된 단편소설. 메밀꽃이 피었던 달밤. 한 여인과 맺은 단 한번의 사랑의 추억에서 삶의 보람을 느끼는, 그러나 다시 만날 수 없는 아픔을 안고 장을 떠돌았던 한 장돌뱅이 생활의 애환을 통해 삶의 한 단면을 그려낸 이효석의 소설이다. 달밤의 메밀꽃밭을 배경으로 설정한 시적인 묘사가 이효석의 서정적 문체와 함께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만남과 헤어짐의 구도를 갖춘 이 작품은 유랑인의 삶이 '길'이라는 무대에서 삶의 상징성을 띤 이야기로 전개된다.
이 작품은 남녀간의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친자 확인(親子確認)이라는 두 가지 이야기가 기본 줄기를 이룬다. 이 이야기가 겉과 속을 이루면서 미묘한 운명을 드러내는 과정에 '길'이 등장한다. 그 '길'은 낭만적 정취를 듬뿍 머금은 달밤의 산길이다. 물론, 그 길은 허 생원 일행에게는 생업(生業)의 길목이지만, 괴로운 인생사의 현장이기보다는 삶과 자연이 어우러진 환상적인 세계이다. 온갖 각다귀, 잡배가 우글거리는 장터의 산문적(散文的)인 현실과는 격리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일 듯이 들리는' 운문적(韻文的)인 몽환(夢幻)의 세계이다. 여기에 사랑의 추억과 인연(因緣)의 끈질김이 어우러지면서 한 늙은 장돌뱅이의 애환이 드러난다.
이효석(李孝石, 1907-1942, 가산 可山)
소설가.
강원도 평창생. 제일고보, 경성제대 영문과 졸업
1928년 [조선지광(朝鮮之光)]에 단편 <도시와 유령> 발표, 등단
함북 경성농업학교, 평양 숭실전문학교 교편 생활
초기에 '동반자(同伴者) 작가'로 활동 : 단편 <도시와 유령>(1928)을 발표
1933년 구인회(九人會) 회원으로 참가.
그는 외유 내강의 성격으로 옷차림도 스마트했고 두주급의 주량에 구두도 칠피 단화에 여자 구두 모양 형상의 장식이 있는 것을 즐겨 신고 다닌 댄디스트였다. 데뷔 초기에는 동반작가로서 현실 고발의 리얼리즘적 셩향을 보였으나, 1933년 <돈> 이후부터는 시적 서정적 경지의 토착적 자연주의와 탐미적 관능주의의 경향을 보여, 30년대 우리 나라 낭만주의 문학의 최고봉을 이루었다.
작품으로는 <노령근해> (1937) <돈><수탉>(1933) <산>(1936) <메밀꽃 필 무렵
>(1936) <화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