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만식의 〈여인전기〉에 나타난 모성은 크게 두 가지로 양분해 볼 수 있다. 봉건적 모성과 군국주의 모성이 그것이다. 여기서 봉건적 모성이란 가정이라는 사적 영역에 묶여 자식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는 전통적 의미의 어머니뿐 아니라, 자식을 자신의 소유물로 판단, 맹목적인 사랑을 퍼붓는 전근대적 어머니상까지 포함한다. 군국주의 모성이란 군국주의 지배 이데올로기에 부합하는 총후의 어머니로서, 자신의 아들을 기꺼이 국가에 헌납하며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하는 어머니를 가리킨다. 〈여인전기〉에는 이 두 모성이 교묘하게 착종되어 있어 주목을 요한다.
그러나 이 두 모성은 사실 강요된 관제적 모성이라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즉 전근대적 봉건 이데올로기는 잔여적 이념의 형태로, 군국주의 이데올로기는 당대 현실을 추동하는 지배적 이념의 형태로 작동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일제 말기 채만식의 〈여인전기〉에 나타난 모성은 관제적 모성으로 철저하게 획일화된 주입식 모성이라고 볼 수 있다.
채만식은 일제 강점기와 대한민국의 소설가, 극작가, 문학평론가, 수필가이다. 본관은 평강이며 호는 백릉, 채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