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은 춘원 이광수의 첫 장편소설로 한국 근대 문학사상 최초의 장편소설이란 평가를 받는 작품이다. 1917년 1월∼6월까지 126회에 걸쳐 <매일신보>(일제 시대 대표적인 친일 계열의 신문)에 연재되었고, 1918년 <광익서관>에서 단행본으로 간행되었다. 연재 당시부터 독자들의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으며, 춘원의 작가적 명성을 굳혀준 작품이 되었다.
자아의 각성을 바탕으로 한 남녀간의 애정 문제로부터 시작하여 민족에 대한 각성으로까지 확대된 <무정>은 신소설에 비해 남녀간의 애정 문제를 구체화했고, 섬세한 심리 묘사로까지 발전하였다.
전반부는 '형식'을 중심으로 '영채'와 '선형'으로 이어지는 애정의 삼각 관계가, 후반부는 민족을 위해 헌신하리라는 정신적 각성이 중심을 이룬다. 그러나 가부장적 부권 윤리에 매인 '영채'와 신여성인 '선형' 사이를 오가는 '형식'의 의식은 전통 대(對) 근대라는 두 개의 상반된 시대 질서에 따른 도식적 구도에 의하여 전개되므로 교화적(敎化的) 관념에 머문 한계가 있다.
낡은 체제를 해체하고 새 질서를 받아들이고자 하는 과도기적 인간상으로서의 이형식과 예속적 존재에서 독립적 존재로 해방되는 박영채라는 두 인물을 중심으로 인물·구성·주제 등 여러 면에서 이전의 소설보다는 체질 개선을 이룬 작품이라 평가할 수 있다. 즉, 연애 문제, 새로운 결혼관 등을 통하여 당대에 최고의 시대적 선(善)으로 받아들여진 문명 개화를 표방한, 문학사상 기념비가 되는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이광수(李光洙: 1892-1950?)
평북 정주 출생. 호는 춘원(春園). 일본 와세다 대학 철학과 수학 중 동경 2·8 독립 선언을 주도. <조선 청년 독립단 선언서> 기초. 상해 <독립신문> 편집 주관.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에 관계함. '수양 동우회 사건'으로 투옥됨. <조선 문인 협회> 회장 역임. 1909년 <백금학보(白金學報)에 <애(愛)>를 발표한 이후 1917년 장편소설 <무정>을 <매일신보>에 연재하여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으며 신문학 초창기에 선구적 역할을 했다.
이광수는 최남선과 함께 언문일치의 신문학 운동을 전개하여 한국 근대 문학의 여명을 이룩한 공헌자로 평가받고 있으며, 초기 한국 문단의 성립을 주도했다는 혁혁한 공적을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그는 말기에 변절하여 친일적 태도를 보였다는 점에서 부정적 측면을 지닌 작가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 세계는 대중적인 성향을 띄면서도 계몽주의적·이상주의적 경향을 지니고 있는데 지나친 계몽 사상으로 인해 설교적인 요소가 많다.
주요 작품으로는 <어린 희생>, <무정>, <소년의 비애>, <어린 벗에게>,<개척자> <무명> <마의태자>, <단종애사>, <흙>, <유정>, <사랑> 등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