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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운형 (한국문학전집: 김남천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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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60 2 0 1 2017-01-13
몽양 여운형 선생의 인간적 매력이 어디에서부터 오는 것인가를 몇 가지로 나누어 적어 보기로 한다. 첫째로 나는 성격의 개방성을 든다. 이것은 내가 선생이 사장인 시절 신문기자의 사령을 받으러 선생의 방에 나가서부터 여태까지 언제나 느껴오는 바다. 아무개도 차별치 않고 가슴을 좍 열고 자기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털어 보인다.

강원도 동해안의 바다와 산과 들 (한국문학전집: 김남천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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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339 2 0 1 2017-01-13
조선금융조합연합회 보급과의 부탁을 받고 강원도의 농촌을 견학한답시고 서울을 떠나기는 하였으나, 짧은 시일로 한정 있는 코스를 말(馬)보다도 빠른 차를 타고 달리면서, 제법 옳게 농민들의 사는 모양을 견학하고 돌아오리란 생각은 애초부터 가지지 못하였었다. 나를 안내하기로 된 연합회의 박원식 씨는 다년간 강원도에서 근무하던 분으로, 이 분이 꾸며 놓은 여행의 일정은 이러하였다. 6월 20일 밤차로 서울을 떠나서 안변(安邊)서 차를 바꾸어 타고 동해선으로 접어들어 이튿날 아침에 장전 항구에 내린다. 장전서어민 훈련소를 구경하고 바다에 나가 고기잡이하는 실황을 구경하고 외금강 온정리에서 들메를 푼다.

대리석 (한국문학전집: 김남천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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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25 2 0 1 2017-01-13
대리석이라면 곧 조각과 석조건축을 생각하게 된다. 이러한 연상의 습관은 딱 언제부터라고 집어서 말하기가 거북하지만 서양역사를 배우기 시작하면 서인가 혹은 르네상스와 고대희랍을 배우기 시작하면서인가 여하튼 중학교 시절부터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되어진다. 그러므로 그 이전에는 내가 사는 고향 가까이서 대리석이 난다는 것도 몰랐었고 설령 그런 것을 알았다고 하여도 대리석이라는 돌이 청석(靑石)이나 황강석이 나와 어떻게 다르다든가 혹은 유달리 인상이 깊다던가 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귀성 (한국문학전집: 김남천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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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19 2 0 1 2017-01-13
지난 월 중순께 시골을 4 다녀왔더니, 농업조선을 편집하시는 분이 어디서 그것을 알아 갖고 시골 이야기를 한 토막 써보내라고 말씀하신다. 그러나 내가 다녀온 시골이라는 것이 바로 내 고향이어서, 평안남도의 작은 고을이라, 시골이라는 말에는 어딘가 적합하지 않는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원래 고을이란 농업과는 별로 관계가 없기가 쉽다. 다시 말하면 고을서 사는 사람들이란 농사 짓는 사람도 아니고, 또 그렇다고 도회의 사람들과도 다른, 따져서 말하면 일종 아무 모에도 치우치기 힘든 그러한 이들이다.

풍속수감 (한국문학전집: 김남천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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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36 2 0 1 2017-01-13
평양 사람은 아들보다도 딸 낳은 것을 기뻐한다는 이약기가 퍽 전부터‘내려오는 말’로서 전해져 오고 있다. 이렇게만 들으면 사내아이만을 중하게 떠받드는 세상에서 평양사람이야말로 퍽 개안한 인사들이라고 생각하실 분이 계실는지 모르나 그 까닭이 실상은 평양 부근에서 출생한 우리들로서는 저윽이 명예롭지 못한 수작이어서 딸을 낳으면 기생에 부칠 수 있고 이렇게 되면 딸 하나가 아들 열놈은 당해 낸다는 것이 설명으로 되어 있는 것이다.

현대여성미 (한국문학전집: 김남천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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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48 2 0 1 2017-01-13
때로 용의주도한 산보인이 되어본들 어떨 것이랴. 하루는 종로 네거리에서 오후 네 시를 기점으로 하고 서서히 발을 옮기어 보았다. 광화문 네거리에서 태평통으로, 부청(府廳) 앞을 지나 장곡천청으로 빠져 나가 우편국 앞 광장에 이르렀다. 로타리를, 교통윤리의 규정대로 우편국 ─ 본정 입구 ─삼월오복점 ─ 저축은행 ─ 청목당의 순서로 좇아 한 바퀴 돌고, 남대문 옆을 거쳐 경성역에까지 와서, 드디어 경의선의 완행이 오후 여섯 시의 손님을 쏟아 놓는 것까지 구경하고 나니, 그 동안에 소비한 시간이 더도 말고 꼭 두 시간. 장안의 짧은 하루는 이미 황혼을 지나서 캄캄한 밤이었다.

십년전 (한국문학전집: 김남천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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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11 2 0 1 2017-01-13
작가생활을 의식하고 해 온 지는 불과 2, 3년래의 일이니까, 이 이야기는 작가생활의 회고라고 말할 수 없을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예술운동에 발을 들여놓은 최초의 일이고, 단체생활에 관계한 처음이고 보니, 그것이 나의 문학생활에 있던 아무래도 하나의 기념할 만한 시기일 것 같다. 열아홉살 때니까 소화 4년이다. 중학 시대 『월역』동인인 한재덕 씨가(현재 조선 일보 특파원으로 평양에 있다) 동경 시외 구택(駒澤)에 있던 나를 찾아와서, 와세다 교내에서 안막 군(최승희의 부군이래야 알아볼 수 있게 되었다)을 사귀어 가지고 함께 ‘예맹’ 동경지부에 가맹했는데, 이번 하계휴가에 동경부 소속의 극단이 조선 공연을 나가는데 동행하면 어떤가고 물었다.

살인작가 (한국문학전집: 김남천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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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189 2 0 1 2017-01-13
무서운 제목을 걸어 보긴 하였으나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적으면서 향락을 맛보는 그런 취미는 본시부터 나에게는 없다. 작가가 소용되어서 등장을 시켜놓고, 쓸 대로 써먹기는 하였으나 그대로 한구성에 처박아 두기도 무엇하고, 어디로 여행을 갔다거나 다시 돌아오지 못할 길을 더나 버렸다고 하기는 쑥스럽고 그럴 경우에 슬쩍 눈에 띄지 않게 퇴장을 시키는 묘법은 없을 것인가. 만일 생각할 수 있는 많은 방법을 이렇게 한가할 때에 생각해 두면 후일에 쩔쩔 매지 않고 노트를 들쳐가며 하나 하나 임기(臨機)하여 적의(適意)하게 처리하련만은, 그리고 간혹 작중인물을 처치하기에 쩔쩔매고 있는 우인 작가에겐 저서로라도 ... ...

도피행 (한국문학전집: 김남천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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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92 2 0 1 2017-01-13
이 짤막한 이야기의 남녀 주인공의 이름은 ‘광식’이와 ‘안나’다. 물론 ‘광식’이가 사나이고 ‘안나’가 여자다. 광식이는 청년 소설가이요, 안 나는 종로 어떤 바의 마음 착하고 이쁘장스런 여급이다. ─ 이렇게 말해도 독자는 이 두 젊은 남녀가 알지 못할 것인가? 『조광』만 사보고 『여성』이라는 부인잡지를 사서 읽지 않은 이는 아마 잘 알지 못할 것이다. 실인즉 이 두 사람은 『여성』에 지금 연재되는 「애인」이라는소설의 작중인물의 이름이다. 그러니까 이 사람들의 이름을 지어준 이는 「애인」의 작자 안회남 군이다. 나는 이 두 분을 잠시 빌려오려고 하는 것이다. 이 두 남녀의 창조자인 작자 안회남 군은 아와 친분 있는 분이니까, 언제 엽서로 두어 마디 “귀형의 창조물 두어 ..

활빙당 (한국문학전집: 김남천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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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43 2 0 1 2017-01-13
신년에 술 먹을 기회가 많이 생기는 것이 길한 일인지 흉한 일인지 또는 앞으로 한 해의 운이 활짝 트일 징조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되 이 즈음 날로 장이 약해 가는 것 같고 이인 탓인지 숙취가 자심해서 통음한 뒷날 일, 양일간은 아무 일도 손에 대지 못하는 나로서는 위선 반가우면서도 은근히 켕기고 겁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원체 의지가 박약한 나인지라 위장이 약해지면 종차 위궤양이든가 위하수증(胃下垂症)이든가 하다 못해 소화불량이나 만성 장가답아증(腸加答兒症)이라도 얻을 것을 겁내 하면서도 더구나 내가 지은 소설의 주인공 한 분은 이 위궤양 때문에 마약 중독자로까지 전락되어 작자인 내가 의술을 넘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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