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천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230
2
0
1
2017-01-20
불행히도 내가 글을 읽고 글을 쓰고 낮잠을 자고 하는 방밖은 아내 행길이다. 정원이 없는 작은 집이라 남향으로 광선에 유의한다는 것이 창을 행길로 내게 되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담장 안으로 다소의 여유가 있는 것을 개방적으로 한다고 담을 낮게 쌓고 대문을 달지 않았더니, 행인도 그리 잦지 않은 길옆이 아늑하고 양지바르다고 졸망구니 아이들은 언제나 창밖에와서 재깔대고 떠들어 쌓는다. 줄을 긋고 돌차기를 하기, 초자(硝子)알을 담장 밑에 쪼으며 맞혀 먹기, 병정놀이로부터 합창, 행진, 그러다가는 때로 훤화(喧譁)하게 울고 싸움질이 일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