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1772

종시 (한국문학전집: 윤동주 03)

윤동주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284 2 0 1 2017-01-22
종점이 시점이 된다. 다시 시점이 종점이 된다. 아침 저녁으로 이 자국을 밟게 되는데 이 자국을 밟게 된 연유가 있다. 일찍이 서산대사가 살았을 듯한 우거진 송림 속, 게다가 덩그러시 살림집은 외따로 한 채뿐이었으나 식구로는 굉장한 것이어서 한지붕 밑에서 팔도 사투리를 죄다 들을 만큼 모아놓은 미끈한 장정들만이 욱실욱실하였다. 이곳에 법령은 없었으나 여인 금납구(禁納區)였다. 만일 강심장의 여인이 있어 불의의 침입이 있다면 우리들의 호기심을 저윽이 자아내었고 방마다 새로운 화제가 생기곤 하였다. 이렇듯 수도생활에 나는 소라 속처럼 안도하였던 것이다.

병상의 생각 (한국문학전집: 김유정 01)

김유정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206 2 0 1 2017-01-21
그 사람이 무엇인지 알기가 극히 어렵습니다. 당신이 누구인지 내가 모르고, 나의 누구임을 당신이 모르는 이것이 혹은 마땅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나와 당신이 언제 보았다고, 언제 정이 들었다고 감히 안다 하겠읍니까. 그러면 내가 당신을 한개의 우상(偶像)으로 숭배하고, 그리고 나의 모든 채색(彩色)으로 당신을 분식(粉飾)하였든 이것이 또한 무리 아닌 일일지도 모릅니다.

심청 (한국문학전집: 김유정 02)

김유정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227 2 0 1 2017-01-21
거반 오정이나 바라보토록 요때기를 플산고 누웠던 그는 불현듯 똔을 익으키어 가지고 대문 밖으로 나섰다. 매캐한 방구석에서 흔자 볶을 딴치 볶다가 열벙거지가 번컥 오친면 종로로 뛰어나오는 것이 그의 떠룻이었다. 그러나 종로가 항강 마음에 들어서 그가 거니느냐 하면 그런 것토 아니다. 버릇이 시키는 노룻이라 울분할 때면 마지못하여 건성 싸다닐 뿐 식상은 시끄럽고 더럽고 해서 아탁 애착포 없었다. 말하자면 피의 심청이 별난 것이었다. 곽괄한 젊은 친구가 할 일은 없고 맨날 그낙눋 떤민으로만 지내촌 하니가 나중에 배짱이 돈아앉고 따라 싫청이' 곰지 못하였다. 그는 자기의 불평을 낡의 억굴에 다 침뱉들 땔어붙이기가 일쑤요. 건뜻하면 남의 비위나 긁어놓기로 한 일을 삼는다. ..

땡볕 (한국문학전집: 김유정 03)

김유정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263 2 0 1 2017-01-21
우람스레 생긴 덕순이는 바른팔로 왼편 소맷자락을 끌어다 콧등의 땀방울을 훑고는 통안 네거리에 와 다리를 딱 멈추었다. 더위에 익어 얼굴이 벌거니 사방을 둘러본다. 중복 허리의 뜨거운 땡볕이라 길 가는 사람은 저편 처마 밑으로만 배앵뱅 돌고 있다. 지면은 번들번들히 달아 자동차가 지날 적마다 숨이 탁 막힐 만치 무더운 먼지를 풍겨 놓는 것이다. 덕순이는 아무리 참아 보아도 자기가 길을 물어 좋을 만치 그렇게 여유 있는 얼굴이 보이지 않음을 알자, 소맷자락으로 또 한번 땀을 훑어 본다. 그리고 거북한 표정으로 벙벙히 섰다. 때마침 옆으로 지나는 어린 깍쟁이에게 공손히 손짓을 한다.

오월의 산골작이 (한국문학전집: 김유정 04)

김유정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237 2 0 1 2017-01-21
우람스레 생긴 덕순이는 바른팔로 왼편 소맷자락을 끌어다 콧등의 땀방울을 훑고는 통안 네거리에 와 다리를 딱 멈추었다. 더위에 익어 얼굴이 벌거니 사방을 둘러본다. 중복 허리의 뜨거운 땡볕이라 길 가는 사람은 저편 처마 밑으로만 배앵뱅 돌고 있다. 지면은 번들번들히 달아 자동차가 지날 적마다 숨이 탁 막힐 만치 무더운 먼지를 풍겨 놓는 것이다. 덕순이는 아무리 참아 보아도 자기가 길을 물어 좋을 만치 그렇게 여유 있는 얼굴이 보이지 않음을 알자, 소맷자락으로 또 한번 땀을 훑어 본다. 그리고 거북한 표정으로 벙벙히 섰다. 때마침 옆으로 지나는 어린 깍쟁이에게 공손히 손짓을 한다.

솥 (한국문학전집: 김유정 05)

김유정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752 2 0 1 2017-01-21
들고 나갈거라곤 인제 매함지박과 키 조각이 있을 뿐이다. 근식은 아내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전부터 미뤄오던 호포를 독촉하러 면서기가 왔던 것을 남편이라고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그러나 왜 그놈을 방으로 불러들였냐고 눈을 부르뜨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에게 감자를 구워 먹이고 있는 아내는 어이없는 일이라 기가 콕 막힌 모양이었다. 가무잡잡한 얼굴에 핏대를 올렸다. 남편을 쏘아보며 기집이 좋다기로 그래 집안 물건을 다 들어낸담 하고 여무지개 종알거린다. 이때까지 까맣게 모르는 줄만 알았더니 아내는 귀신같이 옛날에 다 안 눈치다. 아내는 자기의 속옷과 맷돌짝을 훔쳐 낸 것에 샘과 분을 못 이기어 무슨 되알진 소리가 터질 듯 하면서도 그냥 꾹 참는 모양이었다. 남편은 고만 얼굴..

정분 (한국문학전집: 김유정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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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324 2 0 1 2017-01-21
들고 나갈거라곤 인제 매함지박 키쪼각이 있을뿐이다. 체량 그릇이랑 이낀 좀하나 깨지고 헐고하야 아무짝에도 못쓸것이다. 그나마도 들고나설랴면 안해의눈을 기워야할턴데 맞은쪽에 빤이 앉었으니 꼼짝할수없다. 허지만 오늘도 밸을좀 긁어놓으면 성이뻐처서 제물로 부르르나가버리리라. 아래묵의 은식이는 저녁상을 물린뒤 두다리를 세워 얼싸안고는 고개를 떠러친채 묵묵하였다. 묘한 꼬투리가 선뜻 생각키지않는 까닭이었다.

전차가 희극을 낳어 (한국문학전집: 김유정 07)

김유정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252 2 0 1 2017-01-21
첫여름 밤의 해맑은 바람이란 그 觸覺[촉각]이 極[극]히 肉感的[육감적]이다. 그러므로 가끔 가다가는 우리가 뜻하지 않엇든 그럼 이상스러운 作亂[작난]까지 할적이 있다. 淸凉里驛[청량리역]에서 東大門[동대문]으로 向[향]하야 들어오는 電車線路[전차선로] 양편으로는 논밭이 늘려놓인 피언한 버덩으로 밤이 들며는 얼뜬 시골을 聯想[연상]케 할만치 閑暇[한가]로운 地帶[지대]다. 더욱이 午後[오후] 열한點[점]을 넘게되면 自轉車[자전차]나 거름구루마 或[혹]은 어쩌다 되는대로 醉[취]하야비틀거리는 酒酊軍外[주정군외]에는 人跡[인적]이 끊지게된다.

가정봉사 (한국문학전집: 김남천 48)

김남천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215 2 0 1 2017-01-20
엽서를 보냈더니 H씨가 시간에 와주어서 처와 셋이서 집을 나섰다. 날이 따스하여 완연한 봄이다. 처는 까만 두루마기에 초록치마를 밑으로 내놓고 흰 고무신을 신었다. H씨는 까만 색 셔츠에 회색 간복 외투를 걸쳐서 보기에 몸에 가볍고 봄다웁다. 그런데다 앞이 활짝 들린 회색 모자에 자주빛 리본이 눈부시게 찬란하다. 나는 솜이 부르르한 까만 두루마기에 병정구두을 신고 뚜벅뚜벅 그들 뒤에서 따라간다. 처가 아이를 난 뒤에 처음 같이 걷는다. 이렇게 젊은 여자 틈에 끼여 걷는 것이 어쩐지 부끄러워 외출할 때 좀 해서는 나는 여자와 걷는 법이 없다. 부득이한 용무는 이리해서 가끔 나를 젊은 낭군으로 만든다.

도회의 아해 (한국문학전집: 김남천 49)

김남천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244 2 0 1 2017-01-20
불행히도 내가 글을 읽고 글을 쓰고 낮잠을 자고 하는 방밖은 아내 행길이다. 정원이 없는 작은 집이라 남향으로 광선에 유의한다는 것이 창을 행길로 내게 되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담장 안으로 다소의 여유가 있는 것을 개방적으로 한다고 담을 낮게 쌓고 대문을 달지 않았더니, 행인도 그리 잦지 않은 길옆이 아늑하고 양지바르다고 졸망구니 아이들은 언제나 창밖에와서 재깔대고 떠들어 쌓는다. 줄을 긋고 돌차기를 하기, 초자(硝子)알을 담장 밑에 쪼으며 맞혀 먹기, 병정놀이로부터 합창, 행진, 그러다가는 때로 훤화(喧譁)하게 울고 싸움질이 일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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