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1767

개가 (한국문학전집: 계용묵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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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60 2 0 1 2017-01-25
한 점의 혈육도 남기지 못한 어떤 젊은 과부가 남편의 삼년상도 치르기 전에 개가할 의향을 가지고 하루는 약간 소중한 물건만을 대강 추려서 한 보퉁이 싸이고 집을 나섰다. 얼마쯤 걸어가다가 이 과부는 어떤 산 모롱고지에 이르자 마주 바라보이는 건넛산 공동묘지로 저도 모르게 눈이 쏠렸다. 우뚝 걸음을 세우고 바라보았다. 거기엔 고인의 무덤이 있는 곳이었다. 올송졸송 공지가 없이 둘러 붙은 그 무덤들 가운데서 이 과부는 어느 것이 남편의 무덤일까를 일심으로 찾기에 바빴다. 아직 잔디풀이 완전히 무덤을 덮지 못한 하나의 새 무덤, 분명히 그것이 남편의 무덤인 것을 알게 되자 이 과부는 소스라쳐 놀랐다. 그 무덤 옆에는 틀림없는 자기의 남편이 이전 생시 모양으로 새까만 주의(周..

전원에서 (한국문학전집: 계용묵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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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00 2 0 1 2017-01-25
오늘까지 낚시질이 꼭 열흘짼가 보오. 가을 바람에 벼 이삭이 누르는 시절이면, 나는 고기의 유혹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이오. 형, 가을의 낚시질이란 참으로 여느 때의 그것에 비할, 그러한 성질의 것이 아니구려. 귀뚜라미 소리가 숲 속에 여물면 수족(水族)의 건강도 창포 속에 여무오. 그리하여 비록 술쪽 같은 작은 놈이 물린다 해도, 물살을 막 찢어 내면서 펄덕거리는 것을 보는 그 맛이란 여간 신묘한 것이 아니오. 더욱이 요지음은 고기 족속들의 정례 여행 시절이어서 왕래가 빈번하기 때문에, 여느 때의 곱절이나 고기는 물리는 것이오. 오늘도 다래끼가 철철 넘게 한 짐을 지고 들어왔구려.

애연지 (한국문학전집: 계용묵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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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13 2 0 1 2017-01-25
불란서 희극작가 몰리에르는 그 작품 「돈·주앙」에서 스가나렐의 입을 빌려 담배 예찬을 다음과 같이 하였다. “아리스토돌이 무어라고 하던 아니 모든 철학자가 무어라고 떠들던, 담배의 철학에는 미치치 못하리라. 담배야말로 모든 예의 바른 사람들의 정열인 것이다. 담배를 모르고 사는 사람들은 도저히 인생의 의의 같은 것을 알 턱이 없다. 담배는 피로한 뇌를 풀어 주고, 부정한 것들을 제거해 줄 뿐이 아니라, 무언 속에서 우리 인간의 마음을 도덕적으로 이끌어 주는 역할을 한다. 그리하여 인간은 이 담배에 의해서 비로소 진정한 의미에서의 신사의 도를 알게 되는 것이다. 끽연자는 어디에 처하게 되는지 ‘자, 한 대 피웁시다.’하고 자기의 담배를 꺼내 피우기를 권한다.

무제 (한국문학전집: 계용묵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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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12 2 0 1 2017-01-25
나는 존다. 내가 조는 것을,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수레를 타고 앉아, 어디로 가는지 가는 곳도 모르면서 졸고 있는 것을 나는 재작년 겨울 이십세기(二十世紀)에게 물어 본 바 있다. 그러나 우금껏 아무런 대답을 못 받고, 나는 그대로 존다. 이것이 나는 지금 이십세기에게 납치되어 가는 도중에 피로를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닌가 모른다.

벌번 반년 (한국문학전집: 김동인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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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13 2 0 1 2017-01-23
서울 중부 견평방(中部 堅平坊) 지금(1946년 현재)은 거기 서 있는 건물(建物)도 헐리어 없어져서 빈 터만 남았지만, 연전까지는 빈 벽돌집이나마 서 있었고, 그전 잠깐은 화재 뒤의 화신백화점(和信百貨店)이 임시영업소로 썼고, 그전에는 수십 년간 종로경찰서의 청사(廳舍)로 사용되었고, 또 그전에는‘한성 전기회사’가 있던 곳.

송양지인 (한국문학전집: 김동인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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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197 2 0 1 2017-01-23
宋襄公與楚[송양공영초]. 公子目夷[공자목이], 諸皮某未陳擊之[제피모미진격지], 公曰君子不固人於阨[공왈군자불고인어액], 途[도]. 楚所破[초소파], 世笑以爲宋襄之仁[세소이위송양지인], 云云[운운] 十八史略[십팔사략]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어서 宋襄公[송양공]의 寬大心[관대심]을 한낱 비웃을 일로 一蹴[일축]하여 버렸다. 그러나 우리는 小學修身書[소학수신서]에서 이와 반대되는 가리킴을 받았다.

사람의 사는 참모양 (한국문학전집: 김동인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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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19 2 0 1 2017-01-23
내가 첫번 東京[동경]을 갈 때는 열 다섯에 난 해 봄이었다. 그때의 연락선은 연락선 가운데 그 중 크다는 高麗丸[고려환]이다. 「크다. 위대하다.」 나는 그때 그것을 보고 생각하였다. 어린애의 머리는 단순한 것이라 그〈偉大[위대]〉의 정도가 대자연의 위대와 같으냐 다르냐? 다르면 어떤 점이 다르냐? 이런 생각의 의문은커녕 觀察心[관찰심]도 안 생겼다. 중학 三年[삼년] 때에 가을 수학여행으로 日光[일광]을 가본 일이 있다.

화원에 꽃이 핀다 (한국문학전집: 윤동주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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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473 2 0 1 2017-01-23
개나리, 진달래, 앉은뱅이, 라일락, 민들레, 찔레, 복사, 들장미, 해당화, 모란, 릴리, 창포, 카네이션, 봉선화, 백일홍, 채송화, 다알리아, 해바라기, 코스모스-코스모스가 홀홀이 떨어지는 날 우주의 마지막은 아닙니다. 여기에 푸른 하늘이 높아지고 빨간 노란 단풍이 꽃에 못지않게 가지마다 물들었다가 귀또리 울음이 끊어짐과 함께 단풍의 세계가 무너지고 그 위에 하룻밤 사이에 소복히 흰 눈이 내려, 내려 쌓이고 화로에는 빨간 숯불이 피어오르고 많은 이야기와 많은 일이 이 화롯가에서 이루어집니다.

어느 야속한 동포가 있어 (한국문학전집: 지하련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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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75 2 0 1 2017-01-23
적(敵)의 손에서 적(敵)의 말을 배우며 자라난 너 아득한 전설(傳說)속에 조국(祖國)은 네 서름과 함께 커갔으리라 침략(侵略)하는 적(敵)이 이리와 같고 이리를 쫓는 동족(同族)이 너를 애낄 리 없어 탄환(彈丸)이 아닌 네 몸으로 적(敵)은 화포(火砲)를 맊었다.

금 (한국문학전집: 김유정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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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150 2 0 1 2017-01-22
금점이란 헐없이 똑 난장판이다. 감독의 눈은 일상 올빼미 눈같이 둥글린다. 훅하면 금 도적을 맞는 까닭이다. 하긴 그래도 곧잘 도적을 맞긴 하련만 ⎯ 대거리를 꺾으러 광부들은 하루에 세 때로 몰려든다. 그들은 늘 하는 버릇으로 굴문 앞까지 와서는 발을 멈춘다. 잠자코 옷을 훌훌 벗는다. 그러면 굿문을 지키는 감독은 그 앞에서 이윽히 노려보다가 이 광산 전용의 굴복을 한 벌 던져준다. 그놈을 받아 꿰고는 비로소 굴 안으로 들어간다. 이렇게 탈을 바꿔 쓰고야 저 땅속 백여 척이 넘는 굴속으로 기어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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