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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해의 가을의 회상 (한국문학전집: 김남천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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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40 2 0 1 2017-01-13
지금으로부터 만4년 전이다. 이 해는 나에게 있어서 가장 혼란스럽고 또 이른바 액운이 함께 몰려든 해였다. 위선 정월 들어서 선처(先妻)가 아이를 낳고 9일 만에 세상을 떠났고 그래서 평양서 하던 장사니 살림이니 한 걸, 전부 헤쳐버리고 성천(成川)에 와 있었고, 6월과 10월에 양차(兩次)나 카프사건으로 전주를 다녀왔고, 어린아이들은 양처(兩處)에서 연달아 홍역과 이질을 앓고도 분경치듯 하던 해이다.

당대조선여성기질 (한국문학전집: 김남천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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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691 2 0 1 2017-01-13
처녀 명이 이번 봄에 89 전문 정도의 학교를 나와서, 사회로 가정으로 흩어졌다. 이밖에 동경이나 또는 서울 외의 곳에서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이도 많을 것이요 중학교를 졸업한 채 가정으로 돌아온 분도 많을 것이므로 조선사회는 새로이 적지 않은 숫자의 고급 학문의 수업 여성을 맞이한 셈이다. 모두 20 전후의 젊은이들이매, 그들의 가슴속에는 제 각기 하나씩의 아름다운 무지개를 품고 교문을 나섰을 것이다. 이미 이 해도 반이 기울어서 그들의 무지개들이 얼마나 찬란하게 하늘을 장식하고 있는지 차츰 실험기에 들어가고 있다 할 수 있는데, 하나 하나 그것을 조사할 길이 없으니 상세한 바를 묘사할 수는 없다.

일반문화 (한국문학전집: 김남천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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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24 2 0 1 2017-01-14
일반적으로 문화의 신은 침묵하지 않을 수 없는 역사적 순간에 처하여 있다 이것은 이미 전지구가 . 역사적 회전에서 얻은 바 피치 못할 필연적인 사태이며 개중에도 극동의 지도가 당하지 않을 수 없는 역사적 운명이다. 이에 대한 분석은 수년래 특히 작년 이래 우리들의 익히 듣고 보아온 바이다. 그러므로 이 땅에 있어서의 이번 달의 문화현상은 역시 침체 일색이었다고 말하여버리면 문제는 지극히 간단히 처치될 것이다. 이것의 사회적 근거의 해명에 있어서도 우리는 상식적으로 운위되는 일반적인 분석으로써 충분히 이것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봄이면 생각나는 이 (한국문학전집: 김남천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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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18 2 0 1 2017-01-14
어제 밤부터 오늘 아침에 걸쳐 많은 눈이 내렸다. 벌써 입춘까지 지났으니 지금을 겨울이랄 수는 없고 봄을 위하여 글쓰기고 이번이 두 번 차이니 지금은 영락없는 봄이요 나의 마음도 벌써 봄을 안은 지 오래다. 그러므로 밖에는 흰 눈이 퍼붓고 있건만 책상에 마주앉아 ‘봄이면 생각나는 곳 혹은 사람’을 기록하고 있는 데 아무런 감정의 저어(齟齬)도 느끼지 않는다. 더구나 창틈으로 새어드는 바람이 확실히 훈기를 품었고. 지금도 내리고 있는 무거운 눈은 겨울의 것이라기보다는 봄의 꽃이라는 게 실감이다. 지하실에 처박아 둔 화분을 무심결에 보았더니 그 중의 성급한 것은 벌써 신 멀건 움을 비죽이 내밀고 있다. 봄은 왔다.

부덕이 (한국문학전집: 김남천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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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10 2 0 1 2017-01-14
내가 어려서 아직 보통 학교에 다닐 적에, 우리 집에서는 부덕이라는 개 한 마리를 기르고 있었습니다. 개라고 해도, 이 즈음 신식 가정에서 흔히 기르는 세파트나 불독이나 뭐 그런 양견이거나, 매사냥꾼이나 총사냥군이 길들인 사냥개거나, 그런 훌륭한 개는 아니었습니다. 그저 시골 집에서들 항용 볼 수 있는 아무렇게나 마구 생긴 그런 개입니다. 도적이나 지키고, 남은 밥찌꺼기나 치우고 심하면 아이들 뒷시중까지 보아 주는 그런 개였습니다.

귀로 (한국문학전집: 김남천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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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51 2 0 1 2017-01-14
이즈음 밤 열한 시 반이라면 거리의 산책인들도 이미 이불 속에서 단꿈을 이루었을 시각이오, 극장 구경을 왔던 이들도 벌써 자기 집을 찾아서 계동으로 성북동으로 현저동으로 흩어져 버렸을 시각이다. 야시(夜市)의 희 포장 안도 철폐하여 싸구려를 부르는 장사꾼의 외침이 비명같이 졸고 있는 시각이다. 종로에는 요리집으로 달리는 술 취한 자동차가 거침없이 30마일의 속력을 낸다. 백화점은 문을 잠그고 가로세로 켜지고 꺼지던 전식(電飾)도 정열잃은 가로수와 함께 밤늦게 집을 찾는 두세 쌍의 행인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공위성공을 위한 투쟁 (한국문학전집: 김남천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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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99 2 0 1 2017-01-14
내외반동파의 집요한 파괴공작과 방해 모략을 물리치고 휴회 1년만에 소미공동위원회는 지난 5월 20일 소련외상 모로토프씨의 제안대로 재개 되었다. 우리는 공위휴회 1개년 동안에 갖은 형언할 수 없는 고난과 싸워 왔다. 10월 항쟁과 3우러 22일의 총파업을 드는 것으로 남조선의 형제자매들이 공위 재개를 위하여 얼마나 고귀한 희생을 내면서 반동과 치열한 투쟁을 전개 하였는가를 헤아리기에 충분할 것이다. 일층 적확히 인식할 것은 조선에 관한 막부삼상회의 결정 자체가 세계 민주세력의 하나의 커다란 승리였다는 사실이다.

순수문학의 제태 (한국문학전집: 김남천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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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79 2 0 1 2017-01-14
해방 후 문학 예술가들의 정치 관여가 문제가 되면서 이에 불만을 가졌다는 일부 청년 작가들이 ‘문학의 자율성’이라, ‘문학의 순수성’이라 하는 것을 그릇되게 잘못 인식하고 문학의 순수성의 옹호를 구호로 하나의 집단을 형성하였다는데 그들의 권위나 권력이나 금력이나 반동파에 궤배(跪拜)나 귀의에서 문학의 순수성을 옹호하는 것이라면 정당할 뿐만 아니라 문학의 사도로서 옳은 전통 위에 선 것이라고 생각할 수가 있다. 왜 그런가하면 36년동안 왜정 기간중 명맥이나마 민족 문학의 길을 이어온 것은 이에 종사한 문학 예술가들의 권력과 금력에 대한 아첨의 거부의 정신이 가져온 덕분이 었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논쟁유감 (한국문학전집: 김남천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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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15 2 0 1 2017-01-14
논쟁이란 어떤 성질 , 어떤 내용의 것이었던가. 논적을 상대로 하는 혹종의 싸움임에 틀림은 없다. 그러나 또 그것이 다름 아닌 싸움인 까닭에 일종의 전법(戰法)이 없을 수 없는 것이다. 전법을 모르고 허턱대고 달려들면 정력과 지면의 낭비일 뿐 문제를 갈수록 혼란케만 할 것이다.

현하의 정세와 나의 견해 (한국문학전집: 김남천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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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45 2 0 1 2017-01-15
삼상회의 절대 반대를 부르짖고 “피로써 항쟁하라.”“짚신 감발도 독립운동”“선혈 뿌려 반탁(反託)”등의 구호가 용감스럽게 되풀이되고 있는데 이러한 소위 ‘반탁운동자’들의 구호는 일개 남아(男兒)의 기개로서 본다면 장한 데도 있고 쾌(快)한 데도 없지 않다 하겠으나 삼상회의를 반대한 뒤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대안이 없는 이상 이러한 남아의 기개는 8·15 직전 패망(敗亡) 일본의 국수주의적 선동가와 그에 의하여 무사의 피를 끓게 한다고 하는 이른바 국민총동원 특공(特功) 정신 고취와 무모하고 당돌하기 조금도 다름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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