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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로 (한국문학전집: 김남천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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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40 2 0 1 2017-01-14
이즈음 밤 열한 시 반이라면 거리의 산책인들도 이미 이불 속에서 단꿈을 이루었을 시각이오, 극장 구경을 왔던 이들도 벌써 자기 집을 찾아서 계동으로 성북동으로 현저동으로 흩어져 버렸을 시각이다. 야시(夜市)의 희 포장 안도 철폐하여 싸구려를 부르는 장사꾼의 외침이 비명같이 졸고 있는 시각이다. 종로에는 요리집으로 달리는 술 취한 자동차가 거침없이 30마일의 속력을 낸다. 백화점은 문을 잠그고 가로세로 켜지고 꺼지던 전식(電飾)도 정열잃은 가로수와 함께 밤늦게 집을 찾는 두세 쌍의 행인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공위성공을 위한 투쟁 (한국문학전집: 김남천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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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87 2 0 1 2017-01-14
내외반동파의 집요한 파괴공작과 방해 모략을 물리치고 휴회 1년만에 소미공동위원회는 지난 5월 20일 소련외상 모로토프씨의 제안대로 재개 되었다. 우리는 공위휴회 1개년 동안에 갖은 형언할 수 없는 고난과 싸워 왔다. 10월 항쟁과 3우러 22일의 총파업을 드는 것으로 남조선의 형제자매들이 공위 재개를 위하여 얼마나 고귀한 희생을 내면서 반동과 치열한 투쟁을 전개 하였는가를 헤아리기에 충분할 것이다. 일층 적확히 인식할 것은 조선에 관한 막부삼상회의 결정 자체가 세계 민주세력의 하나의 커다란 승리였다는 사실이다.

순수문학의 제태 (한국문학전집: 김남천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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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67 2 0 1 2017-01-14
해방 후 문학 예술가들의 정치 관여가 문제가 되면서 이에 불만을 가졌다는 일부 청년 작가들이 ‘문학의 자율성’이라, ‘문학의 순수성’이라 하는 것을 그릇되게 잘못 인식하고 문학의 순수성의 옹호를 구호로 하나의 집단을 형성하였다는데 그들의 권위나 권력이나 금력이나 반동파에 궤배(跪拜)나 귀의에서 문학의 순수성을 옹호하는 것이라면 정당할 뿐만 아니라 문학의 사도로서 옳은 전통 위에 선 것이라고 생각할 수가 있다. 왜 그런가하면 36년동안 왜정 기간중 명맥이나마 민족 문학의 길을 이어온 것은 이에 종사한 문학 예술가들의 권력과 금력에 대한 아첨의 거부의 정신이 가져온 덕분이 었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논쟁유감 (한국문학전집: 김남천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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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05 2 0 1 2017-01-14
논쟁이란 어떤 성질 , 어떤 내용의 것이었던가. 논적을 상대로 하는 혹종의 싸움임에 틀림은 없다. 그러나 또 그것이 다름 아닌 싸움인 까닭에 일종의 전법(戰法)이 없을 수 없는 것이다. 전법을 모르고 허턱대고 달려들면 정력과 지면의 낭비일 뿐 문제를 갈수록 혼란케만 할 것이다.

현하의 정세와 나의 견해 (한국문학전집: 김남천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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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34 2 0 1 2017-01-15
삼상회의 절대 반대를 부르짖고 “피로써 항쟁하라.”“짚신 감발도 독립운동”“선혈 뿌려 반탁(反託)”등의 구호가 용감스럽게 되풀이되고 있는데 이러한 소위 ‘반탁운동자’들의 구호는 일개 남아(男兒)의 기개로서 본다면 장한 데도 있고 쾌(快)한 데도 없지 않다 하겠으나 삼상회의를 반대한 뒤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대안이 없는 이상 이러한 남아의 기개는 8·15 직전 패망(敗亡) 일본의 국수주의적 선동가와 그에 의하여 무사의 피를 끓게 한다고 하는 이른바 국민총동원 특공(特功) 정신 고취와 무모하고 당돌하기 조금도 다름이 없는 것이다.

건국과 문화건설 (한국문학전집: 김남천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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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54 2 0 1 2017-01-15
세계대전의 결과로서 드디어 조선 민족은 일본의 군국주의적 압제와 식민지적 가렴주구로부터 해방된 날을 맞이하였다. 동시에 유례없는 야만적 문화 억압 정책과 내선일체를 싸고도는 기만적인 문화정책으로부터도 조선의 문화와 예술가 문화종사자들은 자유로운 몸이 되었다. 중세적인 캄캄한 문화의 몽매(蒙昧)를 뒤이어서 참아온 36년간의 지긋지긋한 탄압의 밑에서 그러나 문화의 싹은 자라났고 이룩되었고 사회의 동정(同情)과 혹은 냉시(冷視) 가운데서 희생적인 노력은 남모르게 지속되어 왔다. 혹독한 검열, 집회금지, 검속(檢束), 투옥, 사살 ― 세계 어떤 나라의 문화인들보다도 못지 않게 우리들은 이 부단(不斷)한 위협과 말발굽과 총칼 속에서 때로는 용감히 때로는 끈기 있게 투쟁을 계속하여 ..

전환기와 작가 (한국문학전집: 김남천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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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94 2 0 1 2017-01-15
요즘 이곳 저곳서 전환기란 말을 자주 듣게 된다. 대체 전환기란 어떠한 것을 말하는 것일까. 그것이 현대에 대해서 말해지는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가령 이원조 씨는 「문학의 영원성과 시사성」가운데서 “전환기란 현대에서 생각할 때는 현대의 종언이지마는 역사적 견지에서 볼 때는 새로운 시대의 출현인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박치우 씨는 「동아협동체론의 일 성찰」에서 “새로 세워져야 할 신질서는 그것이 글자 그대로의 신질서 일 한, 당연히 구질서와는 질적으로 달라야 할 것이며, 또 이것이 사실이라면 신질서는 모름지기 구질서인 시민사회에 대한 어떤 의미의 변혁 내지 수정이 아니면 아니 될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하다면 종래와 같은 개인주의나 자유주의는 부득이 어떤 종류의 근..

신문과 문단 (한국문학전집: 김남천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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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02 2 0 1 2017-01-15
저널리즘을 하나의 역사적인 사회현상으로 보면서 아카데미즘과의 대립관계로부터 토구하여 가령 전자에 있어서의 기본적인 성격을 일상성과 시사성에서 그리고 후자에 있어서의 본질적인 성격을 전문성에서 찾아보는 작업은 저널리즘을 검토하고 천명(闡明)하는 데는 반드시 필요한 일일는지 모르나 신문을 저널리즘의 가장 중심적인 체구(體軀)로 보면서 그것과 문단과의 교섭을 생각하는 장소에서는 별반 깊이 들어가서 생각해 보아야 할 조항은 아닐는지 모른다.

명일에 기대하는 인간타입 (한국문학전집: 김남천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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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24 2 0 1 2017-01-15
작가의 입장에서 명일의 인간 타입을 상망(想望)해 보라. 이것이 편집자가 필자에게 보낸 설문의 요지다. 동서에 걸쳐서 지금 지구 위에는 커다란 전쟁이 진행되고 있다. 설령 영불(英佛)이 승리하는 일이 있더라도 기성의 민주주의적 질서가 그대로 유지되어 가리라고는 믿을 수 없게 되었다. 모든 사람들이 주관적인 희망을 무시해 버리고 역사는 자기의 길을 걸어 나갈 것이다. 이리하여 그것이 어떠한 형태를 갖추는 것이든 간에, 지구상에는 구질서에 대(代)하는 새로운 질서가 복잡한 도정을 거쳐 가면서 도래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들의 상망할 수 있는 명일의 상모(相貌)다.

신진소설가의 작품세계 (한국문학전집: 김남천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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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417 2 0 1 2017-01-15
신진 신인이라고 불리워지는 , 분들의 작품세계에 대한 전면적이고 구체적인 이해를 가져볼 생각으로 편집자의 소청(所請)대로 일에 손을 붙여 보았으나, 시작해보고 비로소 그것이 얼마나 힘드는 일인가를 깨달았다. 나와 같이 직감력이 충분치 못하고 다망(多忙)한 사람은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스스로 느끼지 못한 바 아니나, 우선 가능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 여기에 미비한 이 기록을 초(草)해 보려고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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