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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혼: 직녀성 하권 1부 (한국문학전집: 심훈 22)

심훈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311 2 0 1 2017-01-07
어느 공일날 오후였다. 봉희는 동무집으로 놀러간다고 교 복으로 갈어입으려는데 "별당마님께서 자근아씨를 잠간 올러오라 십니다" 하고 허리꼬부라진 안짬재기가 나려와서 일르고는 "좋은일이 있으니 양복은 벗구 조선옷을 곱게 입구오세요" 하고 얼굴에 주름을 잡으며 저혼자 웃고 돌아선다. "할머니가 왜 나를 불으셔? 누가 왔어?" 하고 봉희는 교보을 버서 던지고 치마저고리로 갈어 입었 다. 봉희는 이틀에 한번이나 사흘에 한번, 그것도 마음이 내 켜야 할머니에게 문안을 하였다. 할머니는 정말 연화대로 갈날이 멀비 않었는지 앉어서도 염불이요 누어서도 염불이 다. 사바세계와 가족까지도 잊어버린 듯이 거들떠보지도 않 고 나무아미타불만 불으고 지내든터에 무슨일..

반역의 깃발: 직녀성 하권 2부 (한국문학전집: 심훈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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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307 2 0 1 2017-01-07
봉희는 전신의 신경이 고막(鼓膜)으로 몰렸다. "사주를 가져오다니?" 하는 소리가 저절로 입속에서 부르짖어졌다. 기하(幾何) 문 제를 풀든 연필을 집어던지고 일어서서 대청으로 통한 장지 를 빠금이 열고 인숙이와 눈이 마주치기를 기다려 손짓을했 다. 인숙은 시누이가 부르지를 않드래도 한씨가에서 사주가 왔다는 중대한 소식을 전하려고 틈을 엿보고있든터였다. 인 숙은 뒤를 돌려다보고 방으로 들어와 매우 긴장한 표정으로 시누이의 눈치를 살피며 "벌서 알었구려?" 한다. "방에 꼭 들어앉은 사람이 알긴 뭘 알우!" 봉희는 더 자세한 말을 자어내기 위해서 일부러 아무 소리 도 못들은 체를 하였다. 인숙이 역시 그 눈치를채지 못한 것은 아니었만 "저..

국한문의 경중 (한국문학전집: 신채호 02)

신채호 | 도디드 | 0원 구매
0 0 324 2 0 1 2017-01-08
이왕의 국문(國文)이라 하면 이는 일반 한국인이 다 자기 나라 문(文)으로 인정할 것이며, 이왕의 한문(漢文)이라 하면 이 또한 일반 한국인이 다 타국의 문으로 인정할 것이니, 그 문자의 간결하고 번거로움도 논하지 않고 그 학습의 쉽고 어려움도 묻지 않고 다만 ‘국문’ 두 자만 들어 길에서 불러 말하기를, 이것이 무엇이 중요한가 하면, 비록 어린아이라도 모두 국문이 중요하다 국문이 중요하다 할 것이거늘, 이제 「국한문의 경중」이라 제하고 한 의론을 하면 혹시 췌론(贅論)이 아닌가.

조선 고래의 문자와 시가의 변천 (한국문학전집: 신채호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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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57 2 0 1 2017-01-08
우리가 우리의 상고사(上古史)를 읽을 때에 따라서 생기는 문제가, 제(1)은 언제부터 전설 시대를 지나 기록이 있었던가 하며, 제(2)는 기록이 있었다면 무슨 문자로 되었던가?라. 어떤 이들은 수두(蘇塗[소도])시대에 우리 글이 있었다 하나, 이는 아직 일종의 의문뿐이요, 아무 증거가 없으니, 그 유무를 억단(臆斷)할 수 없거니와 사책(史册)에 보인 바로서 말하자면, 우리의 쓰는 문자의 변천을 3시기에 나눌 수 있으니, 제1기의 이두문, 제2기의 구결문, 제3기의 언문이라.

매암의 노래 (한국문학전집: 신채호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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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324 2 0 1 2017-01-08
진단(震壇)의 뼈 진단의 피로 된 우리니 살아도 진단 죽어도 진단 우리 터 광명은 그대로 반만 년 진단 위에 둥그신 태양의 그 빛 변함 없건만 구변(九變) 진단의 양구호겁(陽九浩劫)을 뵈인 날 님이여 결내결내를 한데 뭉쳐서 진단의 영원한 생명 품어 주소서 단군 한배여, 임 잃고 우는 아기들 두 나래 아래 모아다가 젖 주소서 오월이면 방불문한선(彷彿聞寒蟬)이라더니 때를 찾아 울음 우는 매암을 들으면서 우리 진단을 쓰다가 시름없이 매암의 노래를 새기어 들었다. 우리는 진단을 찾는 제 이름 제가 부르거니와 매암은 무엇을 찾노라고 제 이름 제가 부르는가 매암 노래에 미친 듯 취한 듯이 매암 노래를 듣는다.

전후삼한고 (한국문학전집: 신채호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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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328 2 0 1 2017-01-08
조선 최고의 사적(史籍)을 『신지(神誌)』라 한다. 신지(神誌)를 혹은 인명이라 하며 혹은 서명이라 하나, 졸견으로는 신지는 본래 고대의 관명, 삼한사(三韓史)의 신지(臣智) 곧 ‘신치’니, 역대 ‘신치’의 ‘신수두’ 제일(祭日)의 치어(致語)를 모은 것이 있었던가 하니, 그 전서(全書)가 남아 있으면 혹 조선의 호머 시편이 될는 지도 모를 것이나, 불행히 신지의 것이라고는, 참 것인지 거짓 것인지도 모를 진단구변도(震壇九[局[국]]變圖)란 이름이 『대동운해(大東韻海)』에 보이며, ‘비사(秘詞)’10구가 『고려사』에 보이며, 그밖에는 유락된 1, 2구가 전할 뿐이요, 고구려의 국초의 『유기(留記)』100권이니, 이문진(李文眞)의 『신집(新集)』5권이니, 백제 고흥(高興)의..

삼국사기 중 동서 양자 상환고증 (한국문학전집:신채호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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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309 2 0 1 2017-01-08
자기의 확신하는 것이라고 꼭 다 옳은 것이 아니지만 자기는 꼭 옳은 줄로 확신하는 것이라야 세상에 공포할 용기가 있는 것이다. 이 편은 나도 내 말의 옳고 그름을 알지 못한다. 다만 다소의 노력으로써 이것을 일반 독자에게 올리노라.

구서간행론 (한국문학전집: 신채호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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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80 2 0 1 2017-01-08
서적(書籍)이란 것은 한 나라 인심(人心)ㆍ풍속(風俗)ㆍ정치ㆍ실업ㆍ문화ㆍ무력(武力)을 산출하는 생식기이며 역대 성현(聖賢)ㆍ영웅ㆍ고인(高人)ㆍ지사(志士)ㆍ충신ㆍ의협(義俠)을 본떠 전하는 사진첩으로 대단히 중요한 것이다. 서적이여, 서적이 없으면 그 나라도 없을 것이다. 영국의 부강을 누가 만들었는가. 금전인가 광산인가. 그것은 아니다. 역시 아니다. 서적이 만든 것이다. 독일의 강대함을 누가 만들었는가. 창인가 대포인가. 그것은 아니다. 역시 아니다. 서적이 만든 것이다.

경고 유림동포 (한국문학전집: 신채호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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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191 2 0 1 2017-01-08
무릇 이 한국 13도 내에 시서(詩書)를 말하고 공맹(孔孟)을 받드는 유림동포 제군아. 한국 본조 5백년래로 국민 중 제일위에 처하였던 자가 제군이 아닌가. 선비는 사민(四民)의 머리며 국가의 원기(元氣)라 하여 유림의 장석(丈席)이라 일컫는 사람은 군주도 감히 부르지 못하며 재상도 감히 벗하지 못하며 세족(勢族)이 감히 교만떨지 못하며 호리(豪吏)가 감히 겨루지 못하고 온나라 인심이 미연(靡然)히 그 하풍(下風)에 떨어져 모선생(某先生)이라 말하였으며, 성균관 유생이 어깨 위에 남루한 도포를 걸치고 겨울날 차디찬 구들에 벌벌 떨고 있는 기상이 보기에 매우 딱하니, 그가 어떤 권력이 있으리요마는 권당(捲堂)하여 재(齋)를 비우고 숭례문(崇禮門:南大門[남대문])에 나오면..

20세기 신국민 (한국문학전집: 신채호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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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14 2 0 1 2017-01-08
아아, 쓸쓸한 바람, 음산한 비에 삼천리 산하가 안색을 바꾸고, 뜨거운 불, 깊은 물에 이천만 동포가 슬픈 울음소리를 내는도다. 그런즉 어찌하면 이 한국이 능히 승리의 노래를 부르며, 적자생존의 행복과 즐거움을 누리며, 어찌하면 이 한국이 능히 부강의 기틀을 열어 민국(民國)의 위령(威靈)을 빛낼까. 말하건대 이것은 오직 국민 동포가 20세기의 신국민이 됨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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