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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 (한국문학전집: 신채호 10)

신라(新羅)가 처음 계림(鷄林)의 일우 약소한 부락으로 남북의 인국을 모두 멸하고 홀로 발흥(勃興)함은 그 국력이 남보다 나은 것이 아니라, 오직 근검 용감한 민덕(民德)에 의지함이러니,민덕이 패하여 사치 안락에 들어가매, 경사(京師 : 당시의 서울 경주를 말함 - 原註[원주]) 17만호의 인중(人衆)과 36처 금입택(金入宅)의 부와 금성반원(金城半月) 건축의 굉려(宏麗)와 두만강 이북 식민지의 확장이 모두 멸 망의 재료만 될 뿐이며, 고구려(高句麗)가 처음에 졸본(卒本)에 건도(建都)할 때에 가진 바와 구구한 수연(數椽)의 궁실과 기만(幾萬)의 민호(民戶)로도 인근의 각부를 병탄하여 거연(遽然)히 대국이 됨은 다름 아니라, 다만 그 근후(謹厚) 강무(强武)한 민덕에 힘입음이러니, 민덕이 쇠하여 시기(猜忌..
신라(新羅)가 처음 계림(鷄林)의 일우 약소한 부락으로 남북의 인국을 모두 멸하고 홀로 발흥(勃興)함은 그 국력이 남보다 나은 것이 아니라, 오직 근검 용감한 민덕(民德)에 의지함이러니,민덕이 패하여 사치 안락에 들어가매, 경사(京師 : 당시의 서울 경주를 말함 - 原註[원주]) 17만호의 인중(人衆)과 36처 금입택(金入宅)의 부와 금성반원(金城半月) 건축의 굉려(宏麗)와 두만강 이북 식민지의 확장이 모두 멸
망의 재료만 될 뿐이며, 고구려(高句麗)가 처음에 졸본(卒本)에 건도(建都)할 때에 가진 바와 구구한 수연(數椽)의 궁실과 기만(幾萬)의 민호(民戶)로도 인근의 각부를 병탄하여 거연(遽然)히 대국이 됨은 다름 아니라, 다만 그 근후(謹厚) 강무(强武)한 민덕에 힘입음이러니, 민덕이 쇠하여 시기(猜忌)·기소(譏訴)에 빠지매 삼경(三京) 오부(五部)의 장려와 백만 승병(勝兵)의 군비와 동서 2천리, 남북 3천리의 강역(疆域)이 모두 멸망의 기구가 될 뿐이니, 이 따위는 우리 국사를 읽는 자의 매양 강개 흥탄(興嘆)하는 바이거니와, 동서 고금에 어느 나라가 그렇지 아니한가.
신채호는 젊은 시절 애국 계몽 운동가로서 주로 언론 저술 활동에 종사했고, 일제하에서는 러시아, 만주, 베이징, 상하이 등지에서 망명 생활을 하며 독립운동가로서 활약했다. 또한 사학자로서 한평생 ‘민족’과 ‘역사’를 화두로 당시 국정과 일본의 불의를 통렬히 비판하며 조선 민중의 혼을 깨우는 데 앞장섰다. 그는 만주와 시베리아의 수많은 유적지들을 직접 돌아다니고 수많은 사료들을 접하면서 우리 고대사(고조선, 부여, 고구려)의 많은 부분이 왜곡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역사에 영혼이 있다면 처참해서 눈물을 뿌릴 것”이라고 통탄했다. 그가 민족 독립과 민중 해방을 위한 방편으로 아나키스트 운동에 투신하게 되면서 독립운동에 있어서 그에 대한 평가는 조금씩 엇갈리게 되었다. 그러나 그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행동하는 지성인이라는 데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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