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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제의 법칙 (김교신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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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31 2 0 1 2016-12-30
약육강식과 우승열패는 과연 움직일 수 없는 철칙인 듯 하다. 동식물의 자연계를 관찰하고 개인과 국가의 인류생활을 상고하여 이 엄연한 법칙을 발견할 때 강자는 더욱 이빨을 가다듬고 패업을 향하여 작약하려니와 약자는 한갓 실망과 공포에 빠질 수 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이 때 하나님의 말씀이 있으되 “모든 골짜기는 돋우고, 산 뿌리는 낮추리라” (이사야 40:4), “교만한 눈은 낮추시느니라” (시편 18:27)하고. 무슨 능력으로써 이러한 일을 집행하시는지 우리는 알 수 없으나 사실은 명백하다. 뽕나무 밭이 변하여 바다가 된다는 것 뿐 아니라, 지질학자는 지형의 윤희설을 창하여 이에 화응한다. 해저가 융기하여 가파른 산맥이 되고 유년기 장년기를 지난 높은 산은 노년기에 들..

내가 본 우치무라 간조선생 (한국문학전집: 김교신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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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343 2 0 1 2016-12-30
우치무라 선생은 무교회주의의 창도자(唱導者)이니 ‘우치무라 씨에게서 만일 무교회주의를 빼면 그것은 고자 우치무라가 된다’고 무교회주의의 권화(權化)로 보는 이도 있고, 우치무라 선생은 무사의 자손이니 기독교적 성도(聖徒)라기보다 ‘영계의 군국주의자라 호시탐탐으로 조선 반도의 영계에 침입하고자하는 자라’고 만평한 이도 있고, 그 밖에 귀족적 인물이라느니, 난신역적(亂臣逆賊)이라느니, 위선자라느니 하여 보는 눈이 다를수록 인식도 달랐으나 우리로서 총괄하여 말하라면 이런 이들의 관찰은 모조리 장님의 코끼리 관찰에 불과하다. 관찰이 그릇되었다기보다 오직 그 일부분씩을 보았을 뿐이다.

남선여행기 (한국문학전집: 김교신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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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51 2 0 1 2016-12-30
1933년 8월 4일(금) 우(雨). 오전 9시에 경성역을 떠나 남향. 출판법 저촉에 관한 사건과 일기 불순의 관계 등으로 예정보다 늦게 떠나게 되니 초심(焦心)이 불일(不一)하다. 조치원 승환(乘換)하고 충북선 종점인 충주에 하차하니 오후 4시경. S군 외 수삼(數三) 양정 교우를 만나는 일과 임진란 사적을 찾고자 함이다. 우중에 자동차를 몰아 시외 5리쯤에 신림 장군이 배수의 진을 쳤던 탄금대를 견학하니, 그 지형은 권율 도원수의 진지였던 행주 덕양산에 방불하다. 반도의 중앙을 표시하는 중앙탑과 장군 임경업의 충열을 기념하는 단월대는 멀리서 지점(指點)할 뿐으로 일몰을 한(恨)하면서 각각 증수(增水)하는 달천을 건너다. 충주를 중심한 연초(煙草)의 연산액(年産額)이 2..

노국인의 교양 (한국문학전집: 김교신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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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18 2 0 1 2016-12-30
병상에 있는 형제에게 위로하기 위하여 우리는 그 병이 무의미한 일이 아닐 것을 설명하여 보았다. 그 영을 깊게 하기 위함이라, 깨끗이 하기 위함이라, 내세의 소식을 확연히 하기 위함이라 하여 참으라 감사하라고. 그러나 성의(聖意)에 마땅하옵거든 하루속히 회복하여지이다는 것이 우리의 더 절실한 기원이었다. 병자 자신의 초조한 생각이야 더 말해 무엇하랴. 특히 해를 바꾸고 다시 바꾸는 지리한 병자를 위로할 힘이 우리에게 갈핍(渴乏)함을 느낄 때가 한두 번만 아니었다.

녹음의 연 (한국문학전집: 김교신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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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16 2 0 1 2016-12-31
지난 4월 이래로 나의 신변에 관하여 많은 지우들로부터 위로와 격려와 염려의 정을 기탁한 이가 한둘뿐이 아니었다. 나는 그러한 문구나 정의(情誼)를 감당하기에 너무도 무가치한 자인 것을 자각하므로 어떤 때는 굴이라도 있으면 도망하여 들어갈 생각조차 없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도 특히 나를 감격케 하여 마지않은 형제 두 사람이 있다. 그 한 사람은 현역 경찰관이요, 다른 한 사람은 소록도의 나환자이다. 그들의 최근 소식은 이러하다.

누구의 허물인가? (한국문학전집: 김교신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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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19 2 0 1 2016-12-31
돌아와 소식을 전하는 말에, 오사카(大阪)에서는 조선 사람에 대한 괄세가 대단한데 그것은 십중팔구가 스스로 신용을 잃은 까닭이요(이하 2행략), 또 가로되 연락선 승객의 3분의 2는 조선 노동자들인데, 오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왔다가는 또 가고, 가기만 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갔다가는 또한 돌아오곤 하여, 전토(田土) 팔아 통틀어 만든 노비(路費)도 연락선에서 없어지고, 노동하여 한푼 두푼 주워 모은 임금도 현해탄에서 발산(發散)하고 마는 형편인데, 그래도 어제와 오늘이 일반이요, 작년과 금년이 다름이 없이 가는 배에도 3분의 2는 흰옷이요, 오는 배에도 대다수는 굶주린 사람이니 한심스럽더라고 딱한 일이다.

다소의 흥분 (한국문학전집: 김교신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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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15 2 0 1 2016-12-31
얼마 전에 우리 친구 중 한 사람을 교사로 초빙할 터이니 주선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나는 나 단독의 의견으로 여러 가지 조건을 제시하였다. 초빙하려거든 이러한 조건으로 하라고. 거기 대한 회답의 일구(一句)가 "다소 흥분한 중에 쓴 글 같아서 도시 개의치 않았다’는 의미였다. 나는 이 일구에 이르러 등에 식은땀이 흐름을 깨달았다. 나이로 보아서도 이편이 일일(一日)의장(長)이 있고, 학력으로 보아서도 저편이 후배인 처지인데 저편은 냉정하고 침착하기 어른 같은데 이편은 열정이요, 흥분하기 어린이 같은 것이 발각된까닭이다. 적발되고 보니 과연 "다소의 흥분’만이 아니라, 다대한 흥분이었다.

문예비평과 이데올로기 (한국문학전집: 김동인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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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20 2 0 1 2016-12-31
작년 가을 朝鮮日報[조선일보] 지면상에서 ‘批評界[비평계]의 SOS’라 하는 제목으로 몇 사람이 붓을 잡은 것을 본 기억이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때 지면상에 나타났던 모든 SOS도 엄정한 의미 아래서 비판적으로 생겨난 SOS가 아니고 일부 작가들이 일부 소위 비평가에게 욕을 먹고 그 불쾌감 때문에 토한 한때의 분풀이에 지나지 못하였다. 조선의 문예계에 던져진 소위 비평이라는 것을 엄정하게 비판하고 문예비평의 본질을 논하여, SOS를 부르짖은 것은 없었다고 기억한다.

문예가협회에 대하여 (한국문학전집: 김동인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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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10 2 0 1 2016-12-31
이즈음 문인협회에 관한 이야기가 가끔 지상에 오르내린다. 그리고 그 논조는 모두 是是否否[시시부부]로 일치된 결론을 얻지 못하는 모양이다. 甲者[갑자]는 갑을 주장하고 乙者[을자]는 을을 주창하여 귀결을 보이지 못하였다. 필자도 누차 준비회를 연다는 엽서를 받았고 위원에 뽑혔다는 엽서를 받았다. 그러더니 그 뒤에 흐지부지 유산이 된 모양인지 아무 소식도 없다. 그때의 그 문인협회의 표방이라는 것이 문인의 대동친목과 문인의 경제단결에 있었다.

조선의 작가와 톨스토이 (한국문학전집: 김동인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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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41 2 0 1 2016-12-31
余[여]가 톨스토이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안 것은 십 삼사 세 때이다. 그때 여의 長兄[장형] 東元[동원]이 某[모] 사건에 걸려서 尹致昊[윤치호] 씨 등과 영어의 몸이 되었을 때에 톨스토이 작 「부활」이라는 책자를 차입하여 달라는 편지 때문에 그 책을 구하러 다니느라고 톨스토이라는 이름을 기억하였던 것이다. 그때는 여는 기독신자의 집안의 도령으로 있었더니만치 ‘부활’이라 하면 ‘예수의 부활’로밖에는 생각을 못하던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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