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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의 총궐기 (한국문학전집: 김동인 12)

김동인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200 2 0 1 2016-12-31
‘만들자 보내자 이기자’ 하는 표어가 붙지 않은 데가 없다. 그러나 이 표어는 ‘만들자 보내자 그러면 이긴다’ 마땅히 이렇게 되어야 할 것이다. 이기자는 희망으로‘만들고’‘보내’는 것보다 ‘이긴다’는 신념으로 만들고 보내어야 할 것이다. 우리 동양의 속담에 ‘人事[인사]를 다하고 천명을 기다린다’

노발의 가부 (한국문학전집: 김교신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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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67 2 0 1 2016-12-30
아마 칼라일 선생의 위인 평론에 있었던가 한다. 마호메트라는 인간은 노발한 즉 이마에 핏줄이 일어섰는데 이렇게 노발하는 것이 그 진실성의 소치라고. 저에게 아무 취할 것이 없다할지라도 이렇게 핏줄 일으키기까지 노발하는 그 진실성만은 시인하여줄 것이라는 뜻이었던 듯하다. 마호메트의 위대는 가지지 못했으나 저의 노발만은 근사하게 천품으로 타고난 인간이 이런 소식을 들은 후로 일부러 노발하려고 힘쓰기까지는 못했으나 자기의 조급한 천성을 스스로 변호하기에는 다대한 힘을 저 위인 마씨에게서 차용한 일도 비일비애이었던 것은 차라리 동정할 만한 사실이었다.

사는 일과 가산 (한국문학전집: 김교신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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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33 2 0 1 2016-12-30
어떤 부자 형제가 유업(遺業)을 분배하여주기를 청한 때에 예수께서 대답하신 말씀에 “이 사람아, 누가 나를 너의 위에 범관과 물건 나누는 자로 삼았느냐 하시고, 무리더러 이르시되, 삼가 모든 탐심을 물리치라. 대개 ‘사람의 사는 것이’ 그 가산이 넉넉한 데 있지 아니하리라 하시고”라고. 세상 사람들은 재산이 넉넉하여야 ‘사는 것’같고 ‘잘 사는 것’인 줄로 알았으나 예수의 생각은 그렇지 않았다. 이 귀(句)를 읽을 때마다 연상하는 한 가정이 있다.

망하면 망하리라 (한국문학전집: 김교신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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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70 2 0 1 2016-12-30
유대인의 고아, 그 숙(叔)을 따라 정처없이 방랑하던 일개 소녀 에스더가 천만의외에 당시의 대국 페르시아 왕의 왕후로 선정된 후 얼마 안된 때의 일이다. 하만의 간계(姦計)에 의하여 2백여만 이스라엘 백성이 일조에 진멸당할 운명이 처마끝에 급박하였을 때에, 연수(軟手)로 능히 한 민족의 비운을 전환시킨 것은 과연 에스더의 “망하면 망하리라”는 일언의 힘이었다. 에스더가 무릅쓴 모험이 얼마나 위험한 일이었던 것은 바사 궁실 전범(典範)을 보아야 안다. 에스더는 적어도 ‘죽음’을 모험한 것이다. 아메리카를 발견한 콜롬부스, 보름스 회의에 임한 루터, 남북전쟁을 선언한 링컨, 암흑대륙을 탐험한 리빙스턴 등은 다 에스더와 같이 “망하면 망하리라”는 표지로 생활한 자들이었다. 그것..

진달래 (한국문학전집: 계용묵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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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44 2 0 1 2016-12-29
꽃을 여자에게 비한다면, 진달래는 이미 춘정을 잊은 스무 고개는 훨씬 넘어선 여인 같으면서도 또 정숙하여 보입니다. 그리고 확호한 인생관이 유행이라는 데는 눈도 뜰 줄 모르는, 그리하여 속세의 풍정과는 높이 담을 쌓은 점잖음이 속속들이 깃들여 있어 보입니다. 그러기에 모든 꽃은 나비를 기다려 춘정을 느끼건만 진달래는 나비도 오기 전에 산간 깊숙이 홀로 피어서 스스로 봄을 즐기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포플러 나무 예찬 (한국문학전집: 김교신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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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377 2 0 1 2016-12-30
낙락장송의 우거진 경개가 장하지 아님이 아니나, 백설이 만건곤(滿乾坤)할 때 독야청청(獨也靑靑)할 만한 의열(義烈)의 사(士)가 아님을 어찌하며, 운표(雲表)에 우뚝 솟은 은행의 거수(巨樹)가 위관(偉觀)이 아님이 아니나, 인의에 기반을 세운 공부자(孔夫子)에게 경원하는 생각이 앞섬을 어찌하며, 매죽(梅竹)이 귀엽지 아님이 아니나, 시인 묵객의 취흥을 손(損)할까 저어하니, 차라리 우리는 계변(溪邊)에 반열(班列)지으며 혹은 고성(古城)에 외로이 솟은 포플라나무를 우러러보고자 하노라. 포플라는 하늘을 향하고 산다.

신경훈련 (한국문학전집: 김교신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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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00 2 0 1 2016-12-30
오랫동안 화성의 관찰에 열성스러운 어떤 소인(素人)[1] 천문학자가 탄식하였다 한다 ― 신경도 훈련해야 되겠다고. 그 뜻은 망원경을 사용하기 시작한 초기에는 화성의 빛이 한 가지로만 보이더니 오래오래 관측을 계속한 결과로 드디어 화성이 육지에서 반사하는 광채와 그 운하라는 수면에서 발하는 빛의 구별을 ― 인식하게 되었으니 망원경이라고 곧 잘 보인다는 것이 아니라 보는 이의 안구의 신경이 상당히 훈련되었어야 비로소 전상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빛을 인식할 만한 신경의 훈련이 선행하여야 된다.

장미 (한국문학전집: 계용묵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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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13 2 0 1 2016-12-29
하필 꽃에 있어서뿐 아니라, 무슨 빛에 있어서나 그 어느 다른 빛보다 붉은 빛이 좀더 유혹적이거니와 같은 향기를 담은 같은 장미로되, 황장미(黃薔薇)보다는 홍장미(紅薔薇)가 한결 마음을 끈다. 황장미를 보통 여자에 비한다면 홍장미는 확실히 그것을 뛰어넘는 미인이다. 그리고 황장미는 숙성한 여인같이 점잖아 보이는 데 반하여 홍장미는 한참 시절을 자랑하는 17, 8의 처녀 같은 애교를 가졌다.

제비 (한국문학전집: 계용묵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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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37 2 0 1 2016-12-29
우중(雨中)에 미안하나, 좀 급히 와 달라는 벗의 부름을 받고 연두 끝에 우산을 벗긴다는 것이 어둠 속에 그만 제비 둥지에 손이 닿았던 모양이다. 둥지 안에서 알을 품던 제비가 파드득 날아난다. 지척도 분별할 수 없는 새까만 이 밤중에 더구나 비까지 내리는 이 밤중에 어디로 날아 났을까, 꽤 그놈이 다시 제 둥지를 찾아 들어올까, 둥지 틀 자리까지 손수 만들어 주고 고이고이 새끼를 쳐 내가기를 바라던 내 마음은 자못 불안하였다.

사연 (한국문학전집: 계용묵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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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189 2 0 1 2016-12-29
서울서 사자니 제비가 그립다. 봄 삼월이면 해마다 잊지 않고 내 서재(書齋) 문〔窓(창)〕앞 처마 밑에 들어와 깃을 들이고 새끼를 치던 그 제비가 그리운 것이다. 시골 있을 땐 음력 이월 그믐이 접어만 들면 나는 제비가 들어와 둥지 틀 자리를 나무 판지라든가 그러한 것으로 적당한 곳에 마련을 해 놓고는 맞아들이곤 했다. 그리고는 그놈이 아무 지장도 없이 고이고이 새끼를 쳐 내가 기를 이심으로 바라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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