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용묵 | 도디드 | 500원 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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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23
이런 이야기를 누가 한다.
명필 추사(秋史)의 선생 조광진(曹匡振)이 하루는 새벽에 일어나니, 잠자리에서 갓 깨어 일어난 참새들이 뜰 앞 나뭇가지에서 재재거리는 소리에 그만 필흥(筆興)이 일어나 저도 모르게 필묵을 베풀어 새벽 새라고 ‘효조(曉鳥)’ 두 자를 제물에 써 버렸다.
그러나, 이렇게 흥에 겨워 쓰면 언제나 만족한 글씨를 얻게 되는 것이, 흥에 겨워 쓰기는 썼는데도 ‘효조(曉鳥)’라는 鳥[조]자의 맨 밑 넉 점을 싸는 치킴이 제대로 올라가지를 못하고 아래로 축 처져서 심히 거슬렸다. 그래 다시는 더 거들떠보기도 싫어 문갑 밑에다가 되는대로 밀어 던지고 말았다.
그랬던 것을 하루는 어떤 손님이 찾아와서 글씨를 청하므로 다시 필흥(筆興)이 생기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