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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유년시절 (한국문학전집: 강경애 15)

강경애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211 2 0 1 2016-12-22
5세에 아버지를 여읜 나는 일곱 살에 고향인 송화를 등지고 장연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말할 것도 없이 어머니는 생계가 곤란하시므로 더구나 장차 의지할 아들도 없고 다만 딸자식인 나를 믿고 언제까지나 살아가실 수 없는 고로 개가를 하셨던 것입니다. 그때에 의붓아버지에게는 남매가 있었으니 남아는 16,7세 가량이었으며 계집애는 내 한 살 위가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내가 온 지 이틀도 지나기 전에 벌써 우리들은 싸움을 시작하였습니다.

간도의 봄 (한국문학전집: 강경애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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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198 2 0 1 2016-12-22
간도라면 듣기만 하여도 흰 눈이 산같이 쌓이고 백곰들이 떼를 지어 춤추는 황원한 광야로만 생각될 것이다. 더구나 이런 봄날에도 꽃조차 필 수 없는 그런 재미꼴 없는…… 사실에 있어 시력이 못 자랄 만큼 광야는 넓다. 그리고 꽃 필 새 없이 봄은 지나가버리고 만다. 그 대신 무연히 넓은 광야니 만큼 이 봄날이 오면 황진(黃塵)이 눈뜨기 어렵게 휘날리고 있다.

꽃송이같은 첫눈 (한국문학전집: 강경애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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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474 2 0 1 2016-12-22
오늘은 아침부터 해가 안 나는지 마치 촛불을 켜대는 것처럼 발갛게 피어오르던 우리 방 앞문이 종일 컴컴했다. 그리고 이따금식 문풍지가 우룽룽 우룽룽 했다. 잔기침 소리가 나며 마을 갔던 어머니가 들어오신다. “어머니, 어디 갔댔어?” 바느질하던 손을 멈추고 어머니를 쳐다보았다. 치마폭에 풍겨 들어온 산뜻한 찬 공기며 발개진 코끝.

낙관 (한국문학전집: 계용묵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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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51 2 0 1 2016-12-23
서화(書畵)를 좋아하는 어떤 벗이 하루는 어느 골동점에서 추사(秋史)의 초서(草書) 병풍서(屛風書) 여덟 폭(幅)을 샀다. “나 오늘 좋은 병풍서 한 틀 샀네. 돌아다니면 있긴 있군!” 그 벗은 추사(秋史)의 병풍서를 구(求)하게 된 것이 자못 만족한 모양이다. “돈 많이 주었겠군. 추사의 것이면…….” “아아니 그리 비싸지도 않아. 글쎄 그게 단 오십 원이라니깐 그래.” 추사의 병풍서 한 틀에 오십 원이란 말은 아무리 헐하게 샀다고 하더라도 당치않게 헐한 값 같으므로,

일람치마 입은 여인 (한국문학전집: 계용묵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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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321 2 0 1 2016-12-23
초록 저고리에 일람 치마를 입은 30대의 한 젊은 여인이, 필시 그 동생이리라, 빨간 저고리에 노랑 치마를 입은 스물이 채 되었을까 한 색시의 손목을 채 지게 위에 모로 누었다. 일견(一見) 선전(鮮展)의 낙선작품(落選作品)임이 틀림없다. 색채에 가난한 이 효자동 골목의 한낮은 이 여인의 자태로 해서 자못 화려하다. 오고가는 사람마다 그 여인에게 한 번씩 시선을 아니 던지고 가는 사람이 없다.

길을 묻기운다 (한국문학전집: 계용묵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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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46 2 0 1 2016-12-23
길을 묻기운다. 길을 가다가도, 정전지대(定全地帶)에 섰다가도 나는 흔히 시골 사람에게 길을 묻기운다. 주위에 사람은 많건만 시골 사람은 두리번두리번 사람을 살피어 물색을 하다가는 내 앞으로 와서 나더러 길을 가르쳐 달란다. 이 시골 사람들이 하고 많은 사람 가운데서 하필 왜 나를 쫓아와 붙들고 길을 가르쳐 달라는지 나는 길을 묻기울 때마다 이 시골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내 자신의 인물됨이 무척 알고 싶어진다.

수첩초 (한국문학전집: 계용묵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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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168 2 0 1 2016-12-23
서대문 우편국 앞에서였다. 커다란 보퉁이를 가지고 전차에서 내린 한 노파가 무거운 짐이라, 혼자로서는 일 수가 없는 모양으로 가슴에다가 두 손으로 잔뜩 받쳐 안은 채 전차 선로를 건너서더니, “미안합니다만 이 짐을 좀 받아 이어 주세요.” 그러마는 내 승낙도 얻기 전에 노파는 그 짐을 내 가슴에 내어나 던지듯이 안긴다. 나는 말없이 짐을 받아서 꺼꾸부둥하고 머리를 내미는 노파의 머리위에 들어서 얹었다.

노인과 닭 (한국문학전집: 계용묵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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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18 2 0 1 2016-12-23
이러한 노인이 있었다. 난 법 없어도 살 사람이라고 저 스스로도 그렇게 자처하고 있을 뿐 아니라 동리에서도 누구나 다 그 노인을 그렇게 알았다. 동년배로 같이 어울려 다니는 친구들도 그에게선 법 밖에 나서 사리(私利)라든가 그런 데 탐내는 눈치를 조금도 본 일이 없다고 했다.

동정 (한국문학전집: 계용묵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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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02 2 0 1 2016-12-23
어느 과자집에서다. 십칠팔 세의 고학생이 책을 한 아름 안고 들어오더니, 문 안에서부터 차례로 손님 앞에 마다 걸음을 세우고는 모자를 벗고 그리고 예를 하고 책을 쭉 펴 놓고 재학증을 내보이며 판에 박은 듯이 “고학생입니다. 한 권만 팔아 주세요.”

효조 (한국문학전집: 계용묵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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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49 2 0 1 2016-12-23
이런 이야기를 누가 한다. 명필 추사(秋史)의 선생 조광진(曹匡振)이 하루는 새벽에 일어나니, 잠자리에서 갓 깨어 일어난 참새들이 뜰 앞 나뭇가지에서 재재거리는 소리에 그만 필흥(筆興)이 일어나 저도 모르게 필묵을 베풀어 새벽 새라고 ‘효조(曉鳥)’ 두 자를 제물에 써 버렸다. 그러나, 이렇게 흥에 겨워 쓰면 언제나 만족한 글씨를 얻게 되는 것이, 흥에 겨워 쓰기는 썼는데도 ‘효조(曉鳥)’라는 鳥[조]자의 맨 밑 넉 점을 싸는 치킴이 제대로 올라가지를 못하고 아래로 축 처져서 심히 거슬렸다. 그래 다시는 더 거들떠보기도 싫어 문갑 밑에다가 되는대로 밀어 던지고 말았다. 그랬던 것을 하루는 어떤 손님이 찾아와서 글씨를 청하므로 다시 필흥(筆興)이 생기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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