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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봉사 (한국문학전집: 김남천 48)

엽서를 보냈더니 H씨가 시간에 와주어서 처와 셋이서 집을 나섰다. 날이 따스하여 완연한 봄이다. 처는 까만 두루마기에 초록치마를 밑으로 내놓고 흰 고무신을 신었다. H씨는 까만 색 셔츠에 회색 간복 외투를 걸쳐서 보기에 몸에 가볍고 봄다웁다. 그런데다 앞이 활짝 들린 회색 모자에 자주빛 리본이 눈부시게 찬란하다. 나는 솜이 부르르한 까만 두루마기에 병정구두을 신고 뚜벅뚜벅 그들 뒤에서 따라간다. 처가 아이를 난 뒤에 처음 같이 걷는다. 이렇게 젊은 여자 틈에 끼여 걷는 것이 어쩐지 부끄러워 외출할 때 좀 해서는 나는 여자와 걷는 법이 없다. 부득이한 용무는 이리해서 가끔 나를 젊은 낭군으로 만든다.
엽서를 보냈더니 H씨가 시간에 와주어서 처와 셋이서 집을 나섰다. 날이 따스하여 완연한 봄이다. 처는 까만 두루마기에 초록치마를 밑으로 내놓고 흰 고무신을 신었다. H씨는 까만 색 셔츠에 회색 간복 외투를 걸쳐서 보기에 몸에 가볍고 봄다웁다. 그런데다 앞이 활짝 들린 회색 모자에 자주빛 리본이 눈부시게 찬란하다. 나는 솜이 부르르한 까만 두루마기에 병정구두을 신고 뚜벅뚜벅 그들 뒤에서 따라간다. 처가 아이를 난 뒤에 처음 같이 걷는다. 이렇게 젊은 여자 틈에 끼여 걷는 것이 어쩐지 부끄러워 외출할 때 좀 해서는 나는 여자와 걷는 법이 없다. 부득이한 용무는 이리해서 가끔 나를 젊은 낭군으로 만든다.
김남천 (金南天 1911 ~1953)

본명 효식(孝植). 평남 성천 출생. 평양고보를 졸업하고 도쿄[東京] 호세이[法政]대학 재학 중이던 1929년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카프:KAPF)에 가입하였고, 안막(安漠) ·임화(林和) 등과 함께 1930년 카프 동경지부에서 발행한 《무산자(無産者)》에 동인으로 참여하였다. 1931년 귀국하여 카프의 제2차 방향전환을 주도하였으며, 여기서 김기진(金基鎭)의 문학 대중화론을 비판, 볼셰비키적 대중화를 주장한 바 있다. 그 후, 1931년과 1934년 카프 제 1 ·2차 검거사건 때 체포되어 복역하였으며, 1935년에는 임화 ·김기진 등과 함께 카프 해소파(解消派)의 주도적 역할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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