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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전집286: 인간문제

강경애 | 도디드 | 1,000원 구매
0 0 417 2 0 78 2016-04-26
강경애의 대표작인 『인간문제』는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하는 사회고발적인 작품이다. 이 작품에 대해 그는 “이 시대에 있어서 인간의 문제를 해결할 인간은 누구며, 그 인간으로서 갈 바를 지적하려 했다”고 말했다.『인간문제』는 항일투쟁을 직접적으로 비판할 수 없는 상황에서 농민운동과 노동쟁의의 문제를 정면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또한 이 작품은 1930년대 식민지 조선의 현실을 총체적으로 반영해 근대 소설사 최고의 리얼리즘 소설로 꼽힌다. 이러한 리얼리즘 경향은 한국소설의 약점이었던 소재의 빈약함을 극복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된다. 그러나 소설의 배경인 농촌과 공장의 연관성이 약해 글의 흐름이 작위적이라는 한계가 지적되고 있다.

한국문학전집287: 동정

강경애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361 2 0 58 2016-04-26
"아침마다 냉수 한 컵씩을 자시고 산보를 하십시오." 하는 의사의 말을 들은 나는 다음날부터 해란강변에 나가게 되었으며 그곳에 있는 우물에서 냉수 한 컵씩 먹는 것이 일과로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나는 타월, 비누갑, 컵 등만 가지고 나갔으나 부인네들이 물 길러 오는 것이 하도 부럽게 생각되어서 어느덧 나도 조그만 물동이를 사서 이고 다니게 되었습니다. 번번이 우물가에는 부인으로 꼭 채여서 미처 자기 얻기가 대단히 힘듭니다. 아마도 이 우물의 물맛이 용정에서는 제일 가는 탓으로 부인들이 이렇게 모여드는 모양입니다.

한국문학전집288: 모자

강경애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360 2 0 57 2016-04-26
눈이 펄펄 나리는 오늘 아침에 승호의 어머니는 백일 기침에 신음하는 어린 승호를 둘러 업고 문밖을 나섰다. 그가 중국인 상점 앞을 지나칠때 며칠 전에 어멈을 그만두고 쫓기어 나오듯이 친가로 정신없이 가던 자신을 굽어보며 오늘 또 친가에서 외모와 싸움을 하고 이렇게 나오게 되니 이젠 갈 곳이 없는 듯하였다. 그나마 그의 외모는 말할 것도 없지만 아버지만 쳐다보고 그대로 딸자식이니 몇 해는 그만두고라도 몇 달은 보아주려니보다도 승호의 백일 기침이 낫기까지는 있게 되려니 하였다가 그 역시 남인 애희네 보다도 못하지 않음을 그는 눈물 겹게 생각하였다. 어디로 가나? 그는 우뚝섰다. 사람들은 부절(不絶)히 그의 옆으로 지나친다. 그는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면서 이제야말로 원수같이 지..

한국문학전집289: 원고료 이백원

강경애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417 2 0 84 2016-04-26
친애하는 동생 K야. 간번 너의 편지는 반갑게 받아 읽었다. 그리고 약해졌던 너의 몸도 다소 튼튼해짐을 알았다. 기쁘다. 무어니무어니해도 건강밖에 더 있느냐. K야 졸업기를 앞둔 너는 기쁨보다도 괴롬이 앞서고 희망보다는 낙망을 하게 된다고? 오냐 네 환경이 그러하니만큼 응당 그러하리라. 그러나 너는 그 괴롬과 낙망 가운데서 당연히 깨달음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기쁘고 희망에 불타는 새로운 길을 발견해야 한다.

한국문학전집290: 해고

강경애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365 2 0 57 2016-04-26
사랑으로 통한 샛문이 홱 열렸다. "이 사람아. 원 그렇게 못 듣는담. 이리 좀 나오게." 새끼 꼬기에만 열중하였던 김서방은 깜짝 놀라 머리를 들었다. "아 이리 나와!" 버럭 지르는 소리에 김서방은 어리둥절하여 일어났다. 그리고 자신의 무슨 잘못으로 주인이 꾸지람을 내리시려나 하는 불안에 그의 가슴이 웅하고 뛰는 것을 느끼며 사랑으로 나왔다. 그의 눈등이 근지러우며 눈물이 날 만큼 사랑은 밝았다.

한국문학전집291: 번뇌

강경애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423 2 0 60 2016-04-27
"이 보툴[홀아비]아, 왜 이려." 남편은 술이 얼근하여 일어나는 R을 붙잡았습니다. 그 바람에 상에서 저가 내려지며 쟁그렁 소리를 냈습니다. "이 사람아 놓아. 난 취했네. 가서 자야지. 아주머니 미안합니다. 종종 이렇게 와서 폐를 끼쳐서……" "원 선생님두 별말씀 다하시네. 어서 앉으셔요. 술 더 사올 터이니……." "오라잇! 그저 우리 마누라지. 얼른 사오우" R은 내 손에 쥐어지는 술병을 빼앗으며, "이전 더 못하겠습니다."

한국문학전집292: 산남

강경애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342 2 0 59 2016-04-27
아직도 그 사나이는 허리에 바를 동인 채 돌팔매질을 하고 있을까? 고향에 계신 내 어머니를 생각할 때마다, 또 어머니에게서 온 편지를 읽고 난 뒷면 무뚝 이렇게 생각되는 것이 일종의 나의 버릇이 되고 말았습니다. 바에 지질려 뻘겋게 흐르던 피가 내 눈에 가시같이 들어박힐 때면 나는 머리를 흔들어 그 기억을 헤쳐 버리려고 몇 번이나 애를 썼지만 웬일인지 이태를 맞는 오늘까지 점점 더 그 핏빛이 선명해질 뿐입니다.

한국문학전집293: 어둠

강경애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397 2 0 58 2016-04-27
툭 솟은 광대뼈 위에 검은빛이 돌도록 움쑥 패인 눈이 슬그머니 외과실을 살피다가 환자가 없을 알았던지 얼굴을 푹 숙이고 지팡이에 힘을 주어 붕대한 다리를 철철 끌고 문안으로 들어선다. 오래 깎지 못한 머리카락은 남바위나 쓴 듯이 이마를 덮어 꺼칠꺼칠하게 귀밑까지 흘러내렸으며 땀에 어릉진 옷은 유리같이 싯누래서 몸에 착 달라붙어 뼈마디를 환히 드러내이고 있다. 소매로 나타난 수숫대 같은 팔에 갑자기 뭉퉁하게 달린 손이 지팡이를 힘껏 다궈쥐었다. 금방 뼈마디가 허옇게 나올 것 같다.

한국문학전집294: 마약

강경애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364 2 0 59 2016-04-27
"나는 등록 하였수!" 보득 아버지는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무슨 딴 수작야 계집을 죽인 놈이. 가자 너 같은 놈은 법이 용서를 못해." 순사는 달려들어 보득 아버지의 멱살을 쥐어 내몰았다. "네? 계집을 계집을" 보득 아버지는 정신을 버쩍 들어 순사를 쳐다보았으나, 나는 듯이 달려드는 매손에 머리를 푹 숙여 버렸다. 불을 움켜 쥔 그는 기막히게 순사의 입술을 바라볼 때, 불이 붙는 듯 우는 보득이가 눈에 콱 부딪친다.

한국문학전집295: 검둥이

강경애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331 2 0 57 2016-04-27
벅벅 할퀴는 소리가 있다. 문득 보니 교실문이 벙싯하였고, 개의 발이 방금 문을 할퀴는 중이었다. 검은 털 속으로 뿌하게 나온 발톱이란 칼끝보다도 더 예리해 보인다. 이스근해 문이 열리고 귀가 덥수룩히 늘어진 검정개 한 마리가 덥씬 들어온다. 구슬구슬한 털이랑 기름한 눈 하고 쀼죽히 튀어나온 주둥이며 뚱뚱하고도 늘씬한 허리가 일견 위풍이 느름하였다. 학생들은 눈이 둥그래서 바라보고 그 중에는 웃는 이까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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