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1772

한국문학전집290: 해고

강경애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384 2 0 58 2016-04-26
사랑으로 통한 샛문이 홱 열렸다. "이 사람아. 원 그렇게 못 듣는담. 이리 좀 나오게." 새끼 꼬기에만 열중하였던 김서방은 깜짝 놀라 머리를 들었다. "아 이리 나와!" 버럭 지르는 소리에 김서방은 어리둥절하여 일어났다. 그리고 자신의 무슨 잘못으로 주인이 꾸지람을 내리시려나 하는 불안에 그의 가슴이 웅하고 뛰는 것을 느끼며 사랑으로 나왔다. 그의 눈등이 근지러우며 눈물이 날 만큼 사랑은 밝았다.

한국문학전집291: 번뇌

강경애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440 2 0 61 2016-04-27
"이 보툴[홀아비]아, 왜 이려." 남편은 술이 얼근하여 일어나는 R을 붙잡았습니다. 그 바람에 상에서 저가 내려지며 쟁그렁 소리를 냈습니다. "이 사람아 놓아. 난 취했네. 가서 자야지. 아주머니 미안합니다. 종종 이렇게 와서 폐를 끼쳐서……" "원 선생님두 별말씀 다하시네. 어서 앉으셔요. 술 더 사올 터이니……." "오라잇! 그저 우리 마누라지. 얼른 사오우" R은 내 손에 쥐어지는 술병을 빼앗으며, "이전 더 못하겠습니다."

한국문학전집292: 산남

강경애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360 2 0 60 2016-04-27
아직도 그 사나이는 허리에 바를 동인 채 돌팔매질을 하고 있을까? 고향에 계신 내 어머니를 생각할 때마다, 또 어머니에게서 온 편지를 읽고 난 뒷면 무뚝 이렇게 생각되는 것이 일종의 나의 버릇이 되고 말았습니다. 바에 지질려 뻘겋게 흐르던 피가 내 눈에 가시같이 들어박힐 때면 나는 머리를 흔들어 그 기억을 헤쳐 버리려고 몇 번이나 애를 썼지만 웬일인지 이태를 맞는 오늘까지 점점 더 그 핏빛이 선명해질 뿐입니다.

한국문학전집293: 어둠

강경애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417 2 0 59 2016-04-27
툭 솟은 광대뼈 위에 검은빛이 돌도록 움쑥 패인 눈이 슬그머니 외과실을 살피다가 환자가 없을 알았던지 얼굴을 푹 숙이고 지팡이에 힘을 주어 붕대한 다리를 철철 끌고 문안으로 들어선다. 오래 깎지 못한 머리카락은 남바위나 쓴 듯이 이마를 덮어 꺼칠꺼칠하게 귀밑까지 흘러내렸으며 땀에 어릉진 옷은 유리같이 싯누래서 몸에 착 달라붙어 뼈마디를 환히 드러내이고 있다. 소매로 나타난 수숫대 같은 팔에 갑자기 뭉퉁하게 달린 손이 지팡이를 힘껏 다궈쥐었다. 금방 뼈마디가 허옇게 나올 것 같다.

한국문학전집294: 마약

강경애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381 2 0 60 2016-04-27
"나는 등록 하였수!" 보득 아버지는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무슨 딴 수작야 계집을 죽인 놈이. 가자 너 같은 놈은 법이 용서를 못해." 순사는 달려들어 보득 아버지의 멱살을 쥐어 내몰았다. "네? 계집을 계집을" 보득 아버지는 정신을 버쩍 들어 순사를 쳐다보았으나, 나는 듯이 달려드는 매손에 머리를 푹 숙여 버렸다. 불을 움켜 쥔 그는 기막히게 순사의 입술을 바라볼 때, 불이 붙는 듯 우는 보득이가 눈에 콱 부딪친다.

한국문학전집295: 검둥이

강경애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348 2 0 58 2016-04-27
벅벅 할퀴는 소리가 있다. 문득 보니 교실문이 벙싯하였고, 개의 발이 방금 문을 할퀴는 중이었다. 검은 털 속으로 뿌하게 나온 발톱이란 칼끝보다도 더 예리해 보인다. 이스근해 문이 열리고 귀가 덥수룩히 늘어진 검정개 한 마리가 덥씬 들어온다. 구슬구슬한 털이랑 기름한 눈 하고 쀼죽히 튀어나온 주둥이며 뚱뚱하고도 늘씬한 허리가 일견 위풍이 느름하였다. 학생들은 눈이 둥그래서 바라보고 그 중에는 웃는 이까지 있었다.

한국문학전집277: 파금

강경애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412 2 0 60 2016-04-25
그의 데뷔작인 『파금』은 항일 혁명운동의 기지인 간도로의 지향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파금』 발표 이후, 그는 실제로 간도로 이주해 그곳의 실상을 생생히 느끼고 돌아 왔다. 귀국 후 그는 그곳의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작품들을 발표했다. 한일 무장 투쟁의 중심지였던 간도에서 살았다는 것 자체는 그에게 긴장감을 주었고 다른 작가들보다 첨예한 문제의식을 갖게 했다. 이러한 그의 작품은 조선 문화의 중심지였던 서울에 살면서 활동한 작가와는 다른 날카로움을 보여준다.

한국문학전집279: 그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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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397 2 0 62 2016-04-25
그는 얼결에 머리를 들며 눈을 번쩍 떴다. 그리하여 한참이나 사면을 둘러보다가 아무 인기척도 발견하지 못함에 그의 긴장되었던 머리는 다소 진정되었다. 어디선가 짹! 짹! 하는 새소리에 그는 꿈인가 하여 겨우 눈을 뜨고 보니 아까 미친 듯이 일떠나던 자신의 꼴이 얼핏 생각키워 문켠을 바라보며 선뜻 일어앉았다. 재잘대는 참새소리는 그의 젊음을 노래해주는 듯 그의 전신은 어떤 새 힘이 물결침을 느꼈다. 그리고 이 순간에 모든 영화는 자기만을 위하여 존재한 듯 싶었다.

한국문학전집280: 월사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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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545 2 0 61 2016-04-25
어느 날 아침. 이천여 호나 되는 C읍에 다만 하나의 교육기관인 C보통학교 운동장에는 언제나 어린 학생들이 귀엽게 뛰놀고 있었다. 금년 열살 나는 셋째는 아직 커텐도 걷지 않은 컴컴한 교실에 남아 있어 멍하니 앉아 있었다. 난로에 불은 이글이글 타오른다. 그리고 난로 위에 놓인 주전자에서는 물 끓는 소리가 설설한다. 밖에서는 여전히 애들의 떠드는 소리 싸움하는 소리가 뚜렷이 들려온다. 마침 손뼉 치는 소리와 함께 "하하"웃는 소리에 셋째는 얼핏 창문 켠으로 가서 커텐을 들쳤다. 눈허리가 시큼해졌다.

한국문학전집281: 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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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430 2 0 58 2016-04-25
"이애, 큰아부지 만나거든 쌀 가져 온 인사를 하여라. 잠잠하고 있지 말고" 저녁술을 놓고 나가는 아들의 뒷멀미를 바라보며 어머니는 이런 말을 하였다. 바위는 들었는지 말았는지 잠잠히 나와 버리고 말았다. 사립문 밖을 나서는 길로 그는 홍철의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오늘이나 무슨 기별이 있는가 하는 궁금증이 났던 것이다. 흥철의 집까지 온 그는 한참이나 주점주점하고 망설이다가 문안으로 들어서며 기침을 하였다. 뒤이어 방문이 열리며 내다보는 홍철의 아내는, "오십니까. 그런데 오늘도 무슨 기별이 없습니다그려." 바위가 묻기 전에 앞질러 이런 걱정을 하며 어린애를 안고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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