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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한국문학전집 469)

윤기정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315 2 0 63 2016-08-01
내가 그림을 시작한지 그럭저럭 십년이란 세월이 흘러가매 없는 살림을 억지로 쥐어짜 그린 그림이라 그다지 적지는 않았다. 그래 수 삼년 전부터 나의 미술생활을 이해하는 친한 친구간에 몇번이나 나를 위하여 나의 개인전람회를 암암리에 계획하는 것을 눈치 챌 적마다 나는 한사코 그들을 말렸다. 세상에 내놓기는 아직 미숙하다는 것이 언제든 유일의 구실이었다. 허면 그들은 ‘어느 때가 와야 익숙해지느냐’고 반문한다. ‘이만하면 하는 자신이 있기 전에는’하고 나는 빙그레 웃는다. 그러면 그들도 하는 수없이 계획했던 것을 중지해 버리고 만다. 그리고 나면 반드시 선전에 출품하기를 권하였다. 나는 그것조차 즐기지 않았다. 그리하여 여러 친구들이 나를 가리켜 괴벽한 성질을 가진 사람이라..

양회굴뚝 (한국문학전집 470)

윤기정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295 2 0 66 2016-08-01
동아제사공사 마당 한가운데 《 》 하늘을 뚫을 듯이 괴물처럼 높다랗게 솟아 있는 양회굴뚝에서는 연 사흘째 연기가 나지 않았다. 하루도 쉬지 않고 열두시간 이상씩을 시커먼 연기를 토하던 이 굴뚝이 편안히 쉬고 있다는 것은 참 이상한 일이다. “뛰 ─ 소리가 안 나서 때를 몰라 안됐군.” “철매가 날아오지 않아서 살겠는데.” “쉬 끝장이 나지 않으면 밥거리가 걱정이야.” 이 제사공장 근처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봉변 (한국문학전집 471)

윤기정 | 도디드 | 900원 구매
0 0 242 2 0 49 2016-08-01
성칠은 술이 거나하게 취해가지고 사람이 드문드문 다니는 서울의 밤거리를 혼자서 걸어가고 있었다. 그는 어느 요리집에서 여러 친구들과 해가 있어서부터 먹고 마시기를 시작한 것이 자정이 넘어 새로 한시가 바라볼 때까지 진탕만탕 정신없이 먹고 놀다가 지금 첩의 집을 찾아가는 길이다. ‘빌어먹을 자식들 인력거는 무슨 인력거야? 이렇게 걸어가도 잘만 가 지는데’ 발이 허청에 놓이는 것같이 조금 비틀거리며 분명치 못한 혀 꼬부라진 소리로 중얼거렸다. 아까 요리집 대문간을 나올 때에 여러 친구들이 인력거를 타자고 하는 것을 기생들만 태우게 하고 그들은 그대로 돌려보냈다. 인색하기 짝이 없고 돈만 아는 성칠의 본색을 이런데서 알아볼 수 있다. 어째서 그들과 어울려먹기는 먹었지만 요..

앞날을 위하여 (한국문학전집 472)

윤기정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295 2 0 66 2016-08-01
천구백 이십 칠년 ○월 ○○일 밤이다! 북쪽에서 떠난 기차는 남쪽을 향하고 줄달음친다. 한여름 동안 시골 서울로 돌아다니며 자기가 반드시 해야만 할일을 위하여 고달픈 몸을 쉬지도 않고 여러 가지 방식으로 굳세히 싸우다가 개학할 날이 훨씬 지났음으로 다시 조선 땅을 등지고 동경으로 향하는 영호도 이밤 조선의 한복판을 뚫고 지나가는 기차에 자기 한 몸을 내어 맡겼다. ‘독행! 이번에는 동경까지 독행이냐? 나올 때는 동행이 너무 많아서 걱정이더니……’ 이런 생각이 머리에 떠오를 때마다 서울에 남아있는 동지들의 얼굴이 더한층 그리웁다. 몇 시간 전 경성역에서 의미있게 작별한 여러 동지들의 얼굴이 휙 지나간다. 기차가 떠나기 조금 전 박군의 하던 말이 지금 당장에 또 다시 옆에..

딴 길을 걷는 사람들 (한국문학전집 473)

윤기정 | 도디드 | 900원 구매
0 0 343 2 0 52 2016-08-01
밤이다. 준식은 달도 없는 밤길을 얼마동안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걸어왔다. 지금까지 생각한 것을 한데 합쳐 본다면 오늘날까지 싸워오던 일을 결말짓는 것이다. 아버지와의 최후의 담판. 형님과의 최후의 결정. 아내와의 최후의 결정이와 같은 최후의 결심이 순조롭게 해결되지 않는다면 결국은 출가를 할 밖에 다른 도리는 없다. 솟을 대문이 눈앞에 띈다. 희미하게… 바라보기에도 으리으리한 커다란 문은 틀림없는 자기 집 대문이다. 옆에 집보다 우뚝 솟아있는 문이 마치 무슨 괴물 모양으로 눈앞에 가로 놓여있다. 그는 괴물처럼 보이는 자기 집 대문을 날카롭게 쏘아보며 한걸음 한걸음 가까이 걸어 들어갔다. 만여석 추수를 하는 자기 집이건만 밖에 전등 하나를 아니 달고 그나마 모으기에..

미치는 사람 (한국문학전집 474)

윤기정 | 도디드 | 900원 구매
0 0 291 2 0 52 2016-08-01
아무리 속아 산다는 세상이기로 ‘ 요같이 속이고 요같이 가증하게도 속아 산다는 말이냐?’ 김철은 그래도 오늘 안으로 무엇을 찾을까하고 무슨 직업을 행여나 붙잡을까 하고 온종일 쏘다녔으나 역시 전일과 마찬가지로 빈주먹만 쥐고 자기 집대문 안을 들어서며 무엇을 한껏 원망하는 듯이 힘있게 부르짖었다. 오늘 아침에도 집밖을 나올 때에는 온갖 희망을 한아름 안고서 나오기는 나왔으나 이제 와서는 모두다 절망의 구렁텅이로 보기 좋게 빠지고 말았다. 그래 말이 안나올 만치 기가 막힐 지경이다. ‘오늘이 아니면 내일이야 설마 무슨 빛이 안 보일라고… 조그만 벌이라도 생길터이지.’ 하고 서울바닥을 미친개 모양으로 허구헌날 쏘다녀 보았으나 오늘까지 밥벌이를 붙잡지 못하고 헛수고만 하였..

문인이 본 서울 (한국문학전집 475)

권환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266 3 0 1 2016-08-01
나는 이따금 서울서 가장 번화하고 문화주택 많은 한 거리를 이리저리 거닐다가 그 걸음으로 서북에 솟아있는 인왕산으로 올라간다. 그래서 그 산의 서쪽에 한 중어리에 기지(基地)의 무덤같이 수북수북 흩어져 있는 ─ 부르조아 낭만주의 시적으로 형용한다면 해빈(海濱)같은 백사장에 붙어있는 조개껍질같이 아니 처녀의 유방같이 토막촌(土幕村)의 한 거리를 이리저리 거닐어 본다. 그러면 나는 어느 듯 천국과 지옥을 한꺼번에 순례(巡禮)해보는 것같은 느낌이 생긴다. 붉은 동와제(棟瓦製)의 2·3층 양옥, 혹은 후끈하는 난방장치기제(煖房裝置機製)의 푹신푹신한 안락의자 푸른 유리창 흰 커튼 그 속에서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며, 키스를 하며, 인간의 향락을 다하는 모던보이, 모던 걸 ─나는 ..

시평과 시론 (한국문학전집 440)

권환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348 2 0 81 2016-07-29
재린(在隣)한 일본의 프롤레타리아 문단에서는 시부문이 가장 장족으로 발전되어 있는 반대로 우리 조선 프롤레타리아 문단에서는 시부(詩部)가 가장 빈약하고 활발치 못하였다. 질량이 모두 그러하였다. 우리 프로시인에서 가장 많은 시편을 제작하였고, 또 프로시인으로서 부르시단에까지 많은 총애를 받던 박팔양(朴八陽)씨의 시를 보면 우리는 도저히 프로시라고 명칭을 붙이기 어려웠다. 그의 시는 몰락하는 상공 소부르조아를 표상하는‘근대주의’로 빌딩, 타이피스트, 모던 걸, 도회의 풍경같은 것을 아무 조건없이 찬미하고 노래하였다. 그것은 공작(工作)‘도회정조’,‘새로운 도시’,‘여인’등을 보면 모두 그러한 것을 알 것이다.

조선농민문학의 기본방향 (한국문학전집 441)

권환 | 도디드 | 900원 구매
0 0 337 2 0 20 2016-07-29
민주주의 혁명인 현 단계에 있어 봉건제도 잔재의 소탕이 한 중요한 과업으로 되어 있는 것은 누구나 대개 상식적으로 다 아는 바인데, 봉건제도 잔재 중에는 부인문제, 상민 특히 백정문제, 씨족제도의 유습 문제 등이 있지만 그 중에도 농민문제가 가장 중요하고 긴급한 문제인 것은 또한 누구나다 시인하는 바이다. 전 인구의 약 8할이나 점령하고 있는 이 농민이 가지고 있는 봉건제도 잔재의 소탕이 없이는 민주주의 혁명이 완성될 수 없으며 또 따라서 다음의 단계로 발전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민주주의 혁명에 일익적 임무를 다하려는 문학운동에 있어서도 봉건제도 잔재 소탕이역시 한 중요한 과업으로 되어 있으며, 따라서 봉건제도 잔재 중에 가장 중요 또 긴급한 농민문제를 중심테마로..

산제비를 읽고

권환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315 2 0 58 2016-07-30
박세영(朴世永)군이 보내준 시집 「山[산]제비」를 읽었다. 내가 세영의 시(詩)를 처음 읽은 것이 아니지마는 그의 노작(勞作)을 집성해 놓은 이 시집을 읽고 나서 그가 열정적, 정열적 시인인 것을 나는 새삼스럽게 느껴 알았다. 누구든지 세영을 대할 때 그가 순진하고 과장없는 열정, 정열이 찬 시인이란 인상을 얻겠지마는 그의 인격에 대한 같은 인상을 그의 시(詩)에서도 얻을 것이다. 하랄의 勇士[용사] 나어린 少年兵[소년병]이여! 나는 마른 北魚[북어] 같은 네 팔뚝에 총이 걸친 것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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