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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춧돌 (한국문학전집 528)

김동인 | 도디드 | 900원 구매
0 0 262 2 0 1 2016-08-09
한바탕 무리매를 친 뒤에, 이 무리매에 대해서도 아무 저항 없이 잠자코 맞고 있는 한 서방에게 더 칠 흥미는 없는지 젊은이들은 그곳에 쓰러져 있는 한 서방을 그대로 버려두고 모두들 우르르 나가버렸다. 나감에 임하여 한 젊은이가 여를 향하여, “목사님도 가시지요? 저깟 늙은이는 죽으라고 버려두고…….” 하고 같이 가기를 권하였다. “먼저들 가오. 나는 좀 뒤에…….” 하며 여는 젊은이들만 먼저 돌려보냈다. 이곳은 국제도시 상해. 오늘 우리 한교(韓僑) 한 서방에 대한 사문회(査問會)가 이 빈 빌딩 3층에서 열렸던 것이다.

병상예어 (한국문학전집 513)

나도향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318 2 0 1 2016-08-08
멀리 있을 때에 말로만 들었더니 남산 위에 조선신사라는 것이 생기고 갈 적에는 화강석 나부랑이 시멘트 가루에 황토흙이 울멍줄멍하던 것이 돌아와 보니까 찰떡을 내리 굴려도 흙 한 점 아니 묻도록 편편하고 아름다운 길이 된 데다가 양쪽으로 은행수를 늘여 심고 그 사이에 우유로 굳혀 만든 듯한 전등을 비단옷에 수정알 박듯 하였으나 저녁이나 되면 깨끗한 길 위로 산뜻 산뜻한 바람을 마시며 푸른 나무에 수박 같은 우유등이 달려 있는 것을 쳐다보는 것이 어찌 경개가 아니라고 억설을 내릴 수야 있으랴. 더구나 그 길을 밟아 올라가면 경성의 명승지 남산이 있음에랴. 몸이 병들어 조선에 돌아오던 날 그것을 보고 그 경승에 놀래었더니 차차한 가지 더욱 기괴한 사실 하나를 발견하였다. 즉..

하고 싶은 말 두엇 (한국문학전집 510)

나도향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319 2 0 1 2016-08-08
우리 누님이 시집을 가더니 아이를 낳았다. 남이 들으면 「아들이오, 딸이오」첫째 물어볼 것이요, 아들이라 하면 한 번 치하할 것을 두 번 치하하고, 딸이라고 하면 한 번 치하도 마지 못해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우리 누님은 그것이 세상 사람의 말마따나 섭섭하게도 딸을 낳단다. 우리 어머니도 매우 시덥지 않은 눈치인데, 의리로 마지 못해 웃음을 띠고, 우리 매부되는 이는 우리 고모가 병원으로 치하를 가니까 어린애를 안았다가 내주면서 「사냅니다」하더란다. 계집애를 사내아이라고 비꼬아서 말하는 그의 가슴에는 사내가 되었다면 하는 욕망이 얼마든지 남아 있었던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어리석다. 더구나 사내들은 자기가 사내니까 혹시 모르지마는 계집인 여편네들이야 계집애 낳는 것을 더..

화염에 싸인 원한 (한국문학전집 511)

나도향 | 도디드 | 900원 구매
0 0 256 2 0 1 2016-08-08
오월의 안동 (安東)─ 경상도 ─ 하늘은 왜청빛으로 끝없이 개이어 깨끗한 창공을 맥없이 배회하는 구름장 하나 찾아낼 수 없다. 북으로 영남산이 우두커니 솟아 그 허리 중턱에는 만개한 복사꽃이 드문드문 늘어서서 누구를 부르는지 연지 입술을 바른 듯한데 남으로 서로 휘어드는 낙동강(洛東江)에 남강(南江)이 합수되어 영호루(映湖樓) 옛 집을 쳐다 본 듯 만 듯 다시 남으로 흐르려고 서악사(西岳寺) 저편에서 허리를 두른다. 김상인(金相仁)은 어제야 비로소 여장을 풀어놓고 처음으로 동료인 이종수(李種秀)와 은행 집무를 끝마치고 영호루와 서악 부근의 이름난 고적도 찾을 겸 오월 하늘에 가득한 향내 도는 바람도 마시고 시원히 흐르는 강물에서 자동차 바람에 마신 티끌도 떨려니와 눈으..

환희 (한국문학전집 512)

나도향 | 도디드 | 1,900원 구매
0 0 287 2 0 1 2016-08-08
쓴 지가 일 년이나 된 것을 지금 다시 펴놓고 읽어 보니 참괴한 곳이 적지 않고 많습니다. 터 잡히지 못한 어린 도향(稻香)의 내면적 변화는 시시 각각으로 달라집니다. 미숙한 실과와 같이 나날이 다릅니다. 그러므로 남에게 내놓기가 부끄러울 만큼 푸른 기운이 돌고 풋냄새가 납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완숙한 것으로 만족한 웃음을 웃는 것이 아니라 미숙한 작품인 것을 안다는 것으로 나의 마음을 위로하려 합니다. 푸른 기운이 돌고 상긋한 풋냄새가 도는 것으로 도리어 성과의 예감을 깨달을 뿐입니다. 장래에 닥쳐올 희망의 유열(愉悅)로 나의 심정을 독려시키려 하나이다. 이 글을 쓸 때 전적 자애를 부어 주시던 우리 외조모님의, 세상에 계시지않는 그리운 면영(面影)을 외로운 도향..

춘성 (한국문학전집 508)

나도향 | 도디드 | 900원 구매
0 0 285 2 0 1 2016-08-08
『은주(銀珠)야! 얘 은주야!』 춘성(春星)은 자기 집에 들어서며 댓바람에 계집종을 부른다. 부엌에서 행주로 그릇을 씻던 은주는 부엌 창살 틈으로 들어오는 춘성을 바라보더니 다시 본체만체하고, 『네』대답을 하고 아무 말이 없다. 춘성의 시꺼먼 얼굴에는 취한 술기운이 올라와서 익히다 남은 간덩이같이 검붉은 데다 털 많은 얼굴을 맵시 내느라고 날마다 하는 면도 독이 시푸르 뎅뎅하게 들었다. 그는 다시 마루로 올라가서 건넌방 미닫이를 열어젖히더니, 『은주야!』 하고 목청 질러 한 번 부르고서 답답한 칼라를 집어던지고서는, 『이 계집애가 귀가 먹었나? 에그 이게 무엇이냐? 방이 이게 무엇이냐! 이게 돼지우릿간이지 어디 사람 사는 방이냐? 얘 은주야! 은주야! 얘 목 아..

수달피의 강산구경 (한국문학전집 492)

권구현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401 2 0 1 2016-08-05
제주 한라산 북대편 음지쪽 □인□ 아래에 누던 사러오든 수달피 한 마리가 있는데 일출이작하고 일입이식하고 착정이음하고 경전이식하드니(日出而作 日入而息 鑿井而飮 耕田而食) 요의칠년한과 하의지수(堯之七年之旱, 夏之九年之水) 거의 굶어 죽게 되니까 아서라 이럴 것이 없이 기왕 굶어 죽게 된 신세이니 십삼도강산(十三道江山)이나 두루두루 구경하다 죽으리라 작정하고서 개나리 봇짐에 곰방대를 꿰차고서 죽장망혜(竹杖芒鞋)로 나서서 이리저리 저리이리 두루두루 승지강산(勝地江山)을 구경하는데 수로(水路)로 천리 진도를 거쳐 목포에 도달하였으니 예서부터 시작하여 먼저 전라남북도를 구경할세 조선이 비록 소국이라 하나 그래도 삼천리강산이라 짧은 세월에 어찌 샅샅이 구경을 할 수 있으리오. 대강대..

폐물 (한국문학전집 493)

권구현 | 도디드 | 900원 구매
0 0 332 2 0 1 2016-08-06
때는 천구백이십사년이 마지막 가는, 눈 날리고 바람 부는 섣달 그믐밤었다. 나는 열한 점이나 거진 다 되었을 무렵에서 겨우 석간(夕刊) 배달을 마치고서 머리에서 발등까지 함부로 덮힌 눈을 모자를 벗어 툭툭 털며 종각 모퉁이를 나섰다. 지금 와서는 생각만 하여도 치가 떨릴 만치 몹시도 차운 밤이었건만 그때의 나는 김이 무럭무럭 날 듯한 더운 땀을 쳐 흘렸던 것이었다. 두렵건대 이것의 직접 체험자가 아닌 독자(讀者)로서는 이에 대하여 좀 상상하기에 부족한 혐의가 있을는지도 모르겠다. 여느 때 같으면 아무리 석간 배달이 늦다고 할지라도 여섯 점이나 혹 일곱점이면 끝이 나겠지만 다 아는 바와 같이 내일은 새해의 첫 달이다. 그러므로 신문 페이지 수는 여느 때의 삼 배나 늘어..

작은 용사, 작은 이의 이름 (한국문학전집 494)

방정환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313 3 0 1 2016-08-06
작은 勇士[용사] “전교 학생은 운동장으로 집합하라!” 는 교장의 명령이 졸지(별안간)에 내렸습니다. ‘하학하여 돌아갈 시간인데 무슨 일일까, 무슨 일일까?’ 하고, 4백여 명 학생이 궁금해 하면서, 운동장 복판에 반반이 열을 지어 늘 어섰더니, 한 열에 선생 한 분씩이 달려들어 끝에서부터 차례로 학생의 주 머니를 뒤지기 시작하였습니다. 학생 중에 흡연(담배 피우는 것)을 하는 악풍(나쁜 풍습)이 있다고 소문이 돌아서 궐련 가진 학생을 찾아내려고 조사하는 것이었습니다. 각 반 각 열을 일시에 했으므로 조사는 속히 끝났습니다. 그러나, 궐련 가 진 학생은 한 사람도 드러나지 않고, 다만 운동장 한편 담 밑에 누가 던졌 는지 아까까지 없던 궐련 한 갑이 떨어져 있는 것이 발견..

작은 힘도 합치면, 잘 먹은 값 (한국문학전집 495)

방정환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339 3 0 1 2016-08-06
작은 힘도 합치면 어느 숲 속에 참새 양주(부부)가 있어서, 근처에 있는 개구리와 딱다구리 를 동무 삼아 친하게 지내고 있었습니다. 하루는 참새 양주가 양식을 구하러 멀리 나갔다가 돌아와 보니, 성질 나쁜 큰 곰 한 마리가 와서, 참새집 지어논 나무 밑동을 흔들어서 참새집과 그 속에 낳아 논 귀여운 알들을 모두 쪼아 놓고, 그 큰 발로 짓밟아 버리면서 자못 유쾌한 듯이 웃고 있었습니다. 집을 헐어 논 것도 분하고 원통한데 귀 여운 알까지 짓밟아 없앤 것을 보고 기절하게까지 슬프고 분하여, 한 주먹 으로 때려 죽여 원수를 갚아도 시원치 못할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자기네 는 주먹보다도 적고 힘없는 몸이요, 곰은 바위만하게 크고 힘센 놈이니 어 찌하겠습니까. 말 한 마디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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