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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급고 (한국문학전집 523)

김동인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269 2 0 1 2016-08-09
K가 S잡지 삼월호의 단편소설 한 편을 부탁받은 것은 정월 초순이었다. “정월 그믐날까지 꼭 한 편 써 주시오.” 이런 부탁에 대하여 그럽시다고 쾌락하였다. S잡지는 가정잡지였다. “어떤 테마를 붙드나?” 그 부탁을 받은 뒤부터 틈이 있을 때마다 K는 이렇게 스스로 문답하였다. 쓰기는 써야겠다. 반드시 써야겠다. 약속도 약속이려니와 원고료 때문에라도 반드시 써야겠다. 양력 정월이라도 달은 음력 섣달을 낀 달이다. 음력 섣달이란 달은 모든 셈을 하는 달이다. 몰리는 경제 문제 때문에라도 반드시 써야겠다.

수평선 너머로 (한국문학전집 524)

김동인 | 도디드 | 3,000원 구매
0 0 262 2 0 1 2016-08-09
근대 문명의 스피이드 ‘ ’를 자랑하는 거대한 괴물이 어두움을 뚫고 남쪽으로 남쪽으로 닫는다. 봉천서 떠난 이 괴물은 그의 우렁찬 숨소리를 연하여 뿜으며 어느덧 만주와 조선의 경계선인 압록강도 넘어서서 그냥 남쪽으로 남쪽으로 닫는다. 승객들은 대개 벌써 그들의 기름때 흐르는 얼굴을 쿠션에 기대고 잠잘 채비를 대고 있었다. 코를 고는 사람도 있었다. 중대한 임무를 띠고 신경까지 출장을 갔다가 돌아오는 × × 서 고등계 형사 이필호도 이 기차에 그의 피곤한 몸을 의탁하고 서울로 돌아오는 즈음이었다.

순정: 연애편 (한국문학전집 525)

김동인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250 2 0 1 2016-08-09
북경으로 동지사가 들어갈 때였다. 복석이는 짐을 지고 동지사 일행을 따라가게 되었다. “언제 돌아오련?” “글쎄, 내야 알겠니?” “그때 치맛감 한 감 꼭 사오너라.” “시끄러운 것. 두 번 부탁 안 해두 어련히 안 사오리.” 복석이와 용녀의 작별은 눈물겨운 장면이었다. 놓았다가는 다시 부여잡고 부여잡았다가는 다시 놓고 밤을 새워가면서 서로 울었다. “되놈의 계집애가 너를 가만둘 것 같지 않다.” 이렇게도 말해보았다. “마음 변했다가는 죽인다.” 이렇게도 말해보았다. 그러다가 새벽 인경이 울 때에야 그들은 놓았다.

어떤 날 밤 (한국문학전집 526)

김동인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265 2 0 1 2016-08-09
여보게. 창피창피 한대야 나 같은 창피를 당해 본 사람이 있겠나. 지금 생각해도 우습고도 부끄러울세. 그렇지만 또 어떻게 생각하면 그런 창피는 다시 한번 당해 보고 싶기도 하거든. 이야기할께. 들어 보게. 오 년 전 ― 육 년 전 ― 칠 년 전인가. 어느 해인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혈기 하늘을 찌를 듯하던 젊은 시절일세그려. 지금은 벌써 내 나이 삼사십. 얼굴에는 트믄트믄 주름자리까지 잡히었지만 이 주름자리도 없던 젊은 시절.

정열은 병인가? (한국문학전집 527)

김동인 | 도디드 | 900원 구매
0 0 218 2 0 1 2016-08-09
“와앙.” 뺑 하는 날카로운 고동 소리와 와앙 하는 우렁찬 고동 소리 ― 기차의 고동에 두 가지가 있다. 와앙 하는 우렁찬 고동 소리를 지르며 인천을 떠난 객차는 경성역에 도착하였다. 아침 열시. ‘남녀노소’라 하면 가지각색의 사람을 다 한꺼번에 설명하는 것이다. 기차가 경성역에 도착되면서 거기서 쏟아져나오는 남녀노소 가운데 이등객실에서 서구(徐九)가 내렸다. 동행이 있었다. 스무 살이라 보기에는 좀 앳되어 보이는 여인이었다. 모양은 작으나 좌우간 양쪽(洋髮)을 하였으니 미세스인지 미스인지 알 수 없다. 서구가 그 여인을 무엇이라 부르는지 보아야 알 것이다. 서구는 먼저 기차에서 폼으로 내려서서 여인이 내리려는 것을 부축하려는 듯이, “미스 홍, 잡으세요.” 하..

주춧돌 (한국문학전집 528)

김동인 | 도디드 | 900원 구매
0 0 275 2 0 1 2016-08-09
한바탕 무리매를 친 뒤에, 이 무리매에 대해서도 아무 저항 없이 잠자코 맞고 있는 한 서방에게 더 칠 흥미는 없는지 젊은이들은 그곳에 쓰러져 있는 한 서방을 그대로 버려두고 모두들 우르르 나가버렸다. 나감에 임하여 한 젊은이가 여를 향하여, “목사님도 가시지요? 저깟 늙은이는 죽으라고 버려두고…….” 하고 같이 가기를 권하였다. “먼저들 가오. 나는 좀 뒤에…….” 하며 여는 젊은이들만 먼저 돌려보냈다. 이곳은 국제도시 상해. 오늘 우리 한교(韓僑) 한 서방에 대한 사문회(査問會)가 이 빈 빌딩 3층에서 열렸던 것이다.

병상예어 (한국문학전집 513)

나도향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329 2 0 1 2016-08-08
멀리 있을 때에 말로만 들었더니 남산 위에 조선신사라는 것이 생기고 갈 적에는 화강석 나부랑이 시멘트 가루에 황토흙이 울멍줄멍하던 것이 돌아와 보니까 찰떡을 내리 굴려도 흙 한 점 아니 묻도록 편편하고 아름다운 길이 된 데다가 양쪽으로 은행수를 늘여 심고 그 사이에 우유로 굳혀 만든 듯한 전등을 비단옷에 수정알 박듯 하였으나 저녁이나 되면 깨끗한 길 위로 산뜻 산뜻한 바람을 마시며 푸른 나무에 수박 같은 우유등이 달려 있는 것을 쳐다보는 것이 어찌 경개가 아니라고 억설을 내릴 수야 있으랴. 더구나 그 길을 밟아 올라가면 경성의 명승지 남산이 있음에랴. 몸이 병들어 조선에 돌아오던 날 그것을 보고 그 경승에 놀래었더니 차차한 가지 더욱 기괴한 사실 하나를 발견하였다. 즉..

춘성 (한국문학전집 508)

나도향 | 도디드 | 900원 구매
0 0 296 2 0 1 2016-08-08
『은주(銀珠)야! 얘 은주야!』 춘성(春星)은 자기 집에 들어서며 댓바람에 계집종을 부른다. 부엌에서 행주로 그릇을 씻던 은주는 부엌 창살 틈으로 들어오는 춘성을 바라보더니 다시 본체만체하고, 『네』대답을 하고 아무 말이 없다. 춘성의 시꺼먼 얼굴에는 취한 술기운이 올라와서 익히다 남은 간덩이같이 검붉은 데다 털 많은 얼굴을 맵시 내느라고 날마다 하는 면도 독이 시푸르 뎅뎅하게 들었다. 그는 다시 마루로 올라가서 건넌방 미닫이를 열어젖히더니, 『은주야!』 하고 목청 질러 한 번 부르고서 답답한 칼라를 집어던지고서는, 『이 계집애가 귀가 먹었나? 에그 이게 무엇이냐? 방이 이게 무엇이냐! 이게 돼지우릿간이지 어디 사람 사는 방이냐? 얘 은주야! 은주야! 얘 목 아..

하고 싶은 말 두엇 (한국문학전집 510)

나도향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331 2 0 1 2016-08-08
우리 누님이 시집을 가더니 아이를 낳았다. 남이 들으면 「아들이오, 딸이오」첫째 물어볼 것이요, 아들이라 하면 한 번 치하할 것을 두 번 치하하고, 딸이라고 하면 한 번 치하도 마지 못해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우리 누님은 그것이 세상 사람의 말마따나 섭섭하게도 딸을 낳단다. 우리 어머니도 매우 시덥지 않은 눈치인데, 의리로 마지 못해 웃음을 띠고, 우리 매부되는 이는 우리 고모가 병원으로 치하를 가니까 어린애를 안았다가 내주면서 「사냅니다」하더란다. 계집애를 사내아이라고 비꼬아서 말하는 그의 가슴에는 사내가 되었다면 하는 욕망이 얼마든지 남아 있었던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어리석다. 더구나 사내들은 자기가 사내니까 혹시 모르지마는 계집인 여편네들이야 계집애 낳는 것을 더..

화염에 싸인 원한 (한국문학전집 511)

나도향 | 도디드 | 900원 구매
0 0 267 2 0 1 2016-08-08
오월의 안동 (安東)─ 경상도 ─ 하늘은 왜청빛으로 끝없이 개이어 깨끗한 창공을 맥없이 배회하는 구름장 하나 찾아낼 수 없다. 북으로 영남산이 우두커니 솟아 그 허리 중턱에는 만개한 복사꽃이 드문드문 늘어서서 누구를 부르는지 연지 입술을 바른 듯한데 남으로 서로 휘어드는 낙동강(洛東江)에 남강(南江)이 합수되어 영호루(映湖樓) 옛 집을 쳐다 본 듯 만 듯 다시 남으로 흐르려고 서악사(西岳寺) 저편에서 허리를 두른다. 김상인(金相仁)은 어제야 비로소 여장을 풀어놓고 처음으로 동료인 이종수(李種秀)와 은행 집무를 끝마치고 영호루와 서악 부근의 이름난 고적도 찾을 겸 오월 하늘에 가득한 향내 도는 바람도 마시고 시원히 흐르는 강물에서 자동차 바람에 마신 티끌도 떨려니와 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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