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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수수께기 (한국문학전집 531)

김동인 | 도디드 | 900원 구매
0 0 238 2 0 1 2016-08-10
수일 전의 신문은 우리에게 ‘여인’의 가장 기묘한 심리의 일면을 보여주는 사실을 보도하였다. 장소는 어떤 농촌……. 거기 젊은 부처가 있었다. 아내의 이름은 순이라 가정해둘까. 물론 시부모도 있었다. 시동생도 있었다. 그것은 남 보기에도 부러운 가정이었다. 늙은이와 젊은이는 모두 화목하게 지냈다. 제 땅은 없으나마 그들은 자기네의 지은 농사로써 아무 부족 없이 지냈다. 동생끼리도 화목하였다. 간단히 말하자면 농촌의 한 화목한 가정이라면 그뿐일 것이다. 아무 불평도 불안도 없이 지내는 집안이었다. 순이의 나이는 스무 살이었다. 그의 남편은 스물다섯 살이었다.

J 의사의 고백 (한국문학전집 514)

나도향 | 도디드 | 900원 구매
0 0 327 2 0 1 2016-08-09
이 글을 쓰려는 나는 몇 번이나 주저하였는지 알 수가 없읍니다. 이 글은 나의 인격을 당신에게 대하여 스스로 낮추는 동시에 또는 나의 죄악의 기록을 스스로 짓는 것이 되는 것을 앎으로 몇 번이나 들었던 붓을 내던졌는지 알 수가 없읍니다. 이 글을 쓰려고 결심하였을 때, 또 이 손에 들은 철필촉이 나의 신경(神經)을 바늘끝으로 새기는 듯이 싸각싸각하는 소리를 내며 나의 쓰지 않으면 아니 될 글을 쓸 때, 비로소 나의 내면 생활(內面生活)에 무슨 큰 변환이 있는 것을 깨닫게 되었읍니다. 당신과 내가 숙명적(宿命的)으로 이 글을 서로 받고 주는 운명을 타고나지 않았을 것도 나는 현대인(現代人)이라는 관념 아래에서 명백히 압니다. 또는 내가 이 글을 써서 당신에게 바치지 아니하여..

별호 (한국문학전집 518)

나도향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262 2 0 1 2016-08-09
글을 쓰는 사람이나 글씨를 쓰는 사람이나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대개 별호를 쓴다. 또는 소위 행세한다는 사람 쳐놓고 별호 없는 사람이 없는 모양이다. 서양에도 별호를 쓰는 풍습이 있지마는 동양에서는 아주 심하다. 이것에 대하여 역사적으로 생각하여 보고 싶은 생각이 없지 않은 게 아니지마는 그러러면 상당한 전문 지식이 있어야 할 터인데 그것이 없음으로 다른이에게 밀어 버리고 우선 내가 쓰는 나락 도(稻)자와 향기 향(香)자를 어째쓰느냐 하는 것을 말하려 한다.

추억 (한국문학전집 516)

나도향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275 2 0 1 2016-08-09
부인이 양산을 함부로 휘두르고 남자가 속옷을 하나 안 입은 채로 웃옷은 팔에 걸은 채 매우 슬픈 듯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나도 얼른 그들에게로 가보았다. 두 사람은 얼굴이 새빨개서 걸음을 속히 하여 나에게로 달려왔다. 여자는 깡장깡장 짧고도 속한 걸음으로 남자는 성큼성큼 걸어왔다. 두 사람은 무엇에 분(憤)이 본 듯이 그렇지 않으면 비상(非常)히 피곤한 모양이었다. 여자는 갑자기 나에게 물었다. 『말씀 잠깐 여쭈어 보겠어요…. 여기를 어디라 하나요? 이 우리 남편이 어디든지 다 안다고 고집을 세우더니 그만 이렇게 길을 잃어버리게 했답니다.』 그래서 나는 분명하게 대답하였다.

벽파상의 일엽주 (한국문학전집 515)

나도향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1,279 2 0 1 2016-08-09
청산도 절로절로 녹수라도 절로절로 산절로 수절로한데 산수간에 나도절로 그 중에 절로 자란 몸이니 늙기도 절로 하리 짚방석 내지 마라. 낙엽엔들 못 앉으랴. 솔불 켜지 마라 어제 진달 돋아온다. 아이야 박주산채일 망정 없다 말고 내어라. 샛별 지자 종다리 떴다 호미 메고 사립 나니 긴 수풀 찬이슬에 베잠방이 다 젖겠다. 아이야 시절 좋을세면 옷이 젖다 관계하랴. 한가한 날에 더욱 한가로움을 탐하여 그 한가로움에서 더욱 한가로운 흥을 일으키는 것도 또한 뜻없는 일은 아닐 것이다.

내가 믿는 문구 몇개 (한국문학전집 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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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313 2 0 1 2016-08-09
연애라는 것이 우리 인생에게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는지 여기서 다시 말할 것도 없거니와 연애 문제를 말하려면 여기에 제한한 10편(片)의 원고지로는 물론 핍진한 말을 할 수가 없을 것이다. 여기에는 경제 문제라든지 남녀 양성(兩性) 문제라든지 결혼 문제라든지 인생의 모든 문제가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얽히지 않은 것이 없어서 일조일석에 그것을 논할 수 없을 것이다. 또는 천견단식(淺見短識)에 그것을 감당하기에 너무 부족하다.

피묻은 편지 몇쪽 (한국문학전집 517)

나도향 | 도디드 | 900원 구매
0 0 384 2 0 1 2016-08-09
마산 에 온 지도 (馬山) 벌써 두 주일이 넘었읍니다. 서울서 마산을 동경할 적에는 얼마나 아름다운 마산이었는지요! 그러난 이 마산에 딱 와서 보니까 동경할 적에 그 아름다운 마산은 아니요, 환멸과 섬섬함을 주는 쓸쓸한 마산이었나이다. 나는 남들이 두고두고 몇 번씩 되짚어 말하여 온 조선 사람의 쇠퇴라든지 우리의 몰락을 일일이 들어서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조선 안에서 다소간이라도 여행해 본 사람이 보고 느낀 바를 나도 보고 느끼었다 하면 더할 말이 없을 듯합니다. 병의 차도는 아직 같아서는 알 수가 없읍니다. 열도가 오르내리는 것이나 피를 뱉는 것은 전과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날마다 아침이나 저녁으로 산보를 하는 것이 나의 일과입니다.

공진회 (한국문학전집 520)

안국선 | 도디드 | 900원 구매
0 0 268 2 0 1 2016-08-09
'공진회'는 1915년에 안국선이 발표한 단편 소설집으로, '기생', '인력거꾼','시골노인이야기', '탐정순사', '외국인의 화(話)' 등 다섯 편이었으나, 당시 경무부의 검열에서 뒤의 두편이 삭제되고 앞의 세 편만 실렸다. 여기서는 '기생'과 '인력거꾼'의 일부만 소개한다. 이 작품은 작가 안국선이 남긴 다른 작품 '금수회의록'이 사회비판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 것과는 달리, 친일적이고 체제순응적이어서 매우 대조를 이루고 있다. '공진회'는 소설 속에 다시 사건이 이어지는 액자소설의 형식을 취했다. 그리고 '서문'이나 '이 책 보는 사람에게 주는 글' 같은 것을 앞에 제시하여 길잡이 노릇을 하고 있는 것과, 세 편의 소설을 연작 형식으로 쓴 것이 특색이다. 또한 일상어에..

망국인기 (한국문학전집 521)

김동인 | 도디드 | 900원 구매
0 0 288 2 0 1 2016-08-09
소위 ‘적당한 시기에 한국인에게 독립을 허여한다’는 카이로와 포츠담의 결의의 ‘적당한 시기’라는 것을 ‘우리 땅에서의 일본인의 전퇴’쯤으로 해석하고 ‘일본의 항복’과 ‘연합군의 조선 진주’를 진심으로 기뻐하고 환영하던 그 무렵이었소. 전쟁 통에 소위 ‘소개’라 하여 16년간 살던 집을 없이하고, 공중에 떠있던 나와 나의 가족들은, 이 기꺼운 시절에, 몸 의탁할 근거(주택)를 마련하느라고 쩔쩔매고 돌아갔었소. 가뜩이나 주택난에 허덕이는 경성 시내에서, 더욱이 독립한 내 나라를 찾아 돌아오는 많은 귀환인이며 전쟁에 밀려서 시골에 내려갔다가 도로 서울로 돌아오는 사람들이며, 독립한 내 나라 수도를 사모하여 몰려드는 무리며 등등으로, 서울의 주택난은 과연 극도에 달하여 있었소.

석방 (한국문학전집 522)

김동인 | 도디드 | 900원 구매
0 0 224 2 0 1 2016-08-09
미증유의 중대 방송 ‘ ’ ─ 정오에 있으리라는 이 중대 방송이 논제의 중심이 되었다. ○○중공업회사 평양 공장이었다. “아마 소련에 대한 선전포고겠지.” 공무과장이 다 알고 있노라는 듯이 이렇게 말했다. “선전포고쯤이야 우리나라는 10년에 한 번씩 으레 했고 3년 전에도 미영에 대해서 선전을 포고했으니 ‘미증유’라는…… 새삼스레 미증유 운운의 어마어마한 형용사까지 붙여서 예고까지 할 게야 없겠지.” 영업과장이 공무과장의 말에 반대했다. “그럼 무에란 말이야?” “글쎄…….” 과장급의 사원들이 둘러앉아서 정오에 있을 중대 방송에 대하여 이런 말들을 주고받을 때에, 한편 귀퉁이에 앉아 있던 급사가 혼잣말로 작은 소리로, “무조건 항복.” 하고는 자기의 말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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