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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월씨의 평자적 가치 (한국문학전집 555)

김동인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366 2 0 1 2016-08-13
〈現代[현대]〉 제2호의 「自然[자연]의 自覺[자각]」에 대한 霽月[제월]씨의 평을 보고, 나는 곧 거기 한 마디 하려 하였지만, 나의 더 긴급한 원고로 말미암아 못하였었으니, 지금은 틈이 있으니 간단하게 몇 마디 쓰려 한다. 본론에 들기 전에 전제로 몇 마디 쓸 것이 있다. 첫째는, 작품을 비평하려는 눈은, 절대로 작자의 인격을 비평하려는 눈으로 삼지 말 것이다. 인격이 완전한 작가에게도, 연습이 없으면 불완전한 작품을― 비웃음을 받을 만한 작품을 만드는 수가 있다. 만약 작자의 인격을 볼 경우가 있다 하면, 그것은 그 작자가 어떤 私怨[사원]이 있어서 그 사람을 모욕하려고 작품을 쓴― 그와 같은 데나 할 것이다.

나는 바쁘다 (한국문학전집 570)

이광수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385 2 0 1 2016-08-17
글을 써 보려고 대문을 닫고 혼자 책상 앞에 앉았다. 만년필에 잉크를 잔뜩 넣어 들고 원고지 위에 손을 놓았다. 그러나 글을 쓸 새가 없이 나는 바쁘다. 제비 새끼들이 재재재재하고 모이 물고 들어오는 어버이를 맞아들이는 소리가 들린다. 받아 먹는 것은 번번이 한 놈이지마는 다섯 놈이 다 입을 벌리고 나도 달라고 떠든다. 그러나 어버이는 어느 놈에게 주어야 할 것을 잘 알고 새끼들도 이번이 제 차례인지 아닌지를 잘 알면서도 괜히 한 번 입을 벌리고 재재거려 보는 것이다.

우리 소 (한국문학전집 571)

이광수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311 2 0 1 2016-08-17
사릉에서 농사를 짓는다 하여 동대문 밖 우시장에서 소 한 마리를 산 것이 지나간 삼월이었다 육만원이라면 . 나같은 사람에게는 무척 큰돈이다. 더구나 내 농토 전체의 값과 얼마 틀리지 않는 큰돈이다. 소를 사리 말리 하기에 우리 내외는 두 달이나 의논도 하고 다투기도 하였다. 십만원어치도 못 되는 농토를 갈겠다고 육만원짜리 소를 산다는 것이 아이보다 배꼽이 큰 것 같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농군도 없는 우리 농사에 소까지 없고는 품을 얻을 수가 없는 것하고, 또 소를 안 먹이고는 거름을 받을 길이 없다는 이유로 마침내 소를 사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물 (한국문학전집 572)

이광수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238 2 0 1 2016-08-17
못자리에 물이 말랐다 . 오래 가물어서 못물이 준 데다가 하지가 가까와 저마다 다투어서 모를 내노라고 물이 마른다. 『에 고이한 사람들 같으니. 아무러기로 남의 못자리까지 말린담.』 나는 혼자 중얼거리면서 꼭꼭 막아 놓은 내 물꼬를 들여다보고 섰다. <물꼬를 터 놓을까.> 나는 혼자 생각한다. 내 웃논에서 물을 대노라고 봇물은 조금 밖에 없다. 이것을 내 논에 대면 저 아래 모내는 논에는 물이 한 방울도 아니 갈 것이다.

제비집 (한국문학전집 573)

이광수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390 2 0 1 2016-08-17
내 집을 지은지 사년만에 제비가 들어와서 집을 지었다. 나는 이 집을 지은 후로 몇 달을 살다가는 떠나고 또 며칠을 묵다가는 떠나서 지난 사년 동안에 들어서 산 것은 모두 일년 턱이 못된다. 아마 그래서 제비도 집을 안 짓는 모양이었다. 재작년 여름에 소위 소개통에 아이들이 이른 여름부터 이 집에 나와 있었다. 그때 어느 날 제비 두 마리가 집에 들어와서 처마 밑으로 날아다니는 것을 보고 열 일곱살 먹은 아들이 보꾹에 못 두 개를 박고 지푸라기로 얽어서 제비가 집을 짓기에 편하도록 해주고는 날마다 제비가 들어오기를 기다렸으나 이내 집을 안 짓고 말았었다.

창작수첩 (한국문학전집 559)

김동인 | 도디드 | 900원 구매
0 0 280 2 0 1 2016-08-15
소설의 수법 중에‘묘사’라는 것이 있고, 묘사 가운데는‘調理[조리]’라는 것이 있다는 것쯤은 지금 새삼스러이 말할 필요도 없는 바다. 泰西[태서]의 모 대가도 그런 말을 하였거니와 소설 수법에 있어서‘사실을 사실 그대로 즉,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묘사하는 것’이 사실 묘사다. 똑똑히 관찰하고 정확히 진맥하여‘실재한 사실’을 혹은‘실재할 수 있는 사실’을 현실로 즉하여 묘사하는 것이 리얼이 아니다. 그것은 즉 영상으로 비유하자면‘사진’에 지나지 못한다. ‘사진’은 소설 수법상 리얼이 아니다. 리얼이 될 수도 없다.

해방 후 문단의 독재성 (한국문학전집 560)

김동인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288 2 0 1 2016-08-15
재작년 8월 하순부터 젊은 소설가들 사이에는 이런 말이며 글이 흔히 돌았다. 즉 ‘새 세상이 되었으니 문학― 더우기 소설도 일제시대의 때를 벗고 새로운 길을 뚫고 나가야겠다.’ 고. 비평가들은 진보적 민주주의라는 말을 발명해 가지고 진보적 민주주의 아래서 새 조선의 문학의 걸어나갈 길의 정의를 많이 운운하였다. 그러나 그 이론들은 구체적으로 뜻을 알아 내기 힘든 것으로서, 모두가 추상적이요, 요령부득의 것이었다. 직접 소설을 붓[筆]하는 것으로 천직을 삼는 나 같은 사람도 뜻을 요해하기 힘들었다.

해는 지평선에 (한국문학전집 561)

김동인 | 도디드 | 5,000원 구매
0 0 294 2 0 1 2016-08-15
이「해는 地平線[지평선]에」에 대하여 어느 시대의 일이냐, 어느 땅의 일이냐고 묻는 이가 있읍니다. 거기 대하여 한 마디 말하고자 합니다. 그 시대며 땅은 모두 당신네들의 상상에 일임합니다. 천 년 전, 오 백 년전, 백 년 전― 아무 때로 생각해도 좋습니다. 조선, 만주, 몽고, 서장 혹은 인도, 아무 땅의 일로 생각해도 좋습니다. 작자부터가 시대며 지방에 구애되지 않고 쓰느니만치, 당신네들도 또한, 그 시대며 땅에 대하여 자유로 상상할 권리가 있읍니다. 풍속이며 제도이며 인정이며도 역시 작자가 자유로이 상상의 날개를 펼치느니만치, 혹은 상상도 못할 기이한 풍속이 나올는지도 알 수 없을 것이며, 또한 현대가 아니면 있지 못할 제도이며 인정도 가입될는지도 알 수 없읍니다...

동란의 거리 (한국문학전집 562)

김동인 | 도디드 | 900원 구매
0 0 321 2 0 1 2016-08-15
“즉각 입내하옵시라는 전교가 곕시오.” 대궐에서의 이러한 급명을 받잡고, 황황히 의대를 갖추는 국태공 흥선대원군 이하응(國太公 興宣大院君 李昰應). 때는 고종(高宗) 십삼년 임오 유월 초아흐렛날. 봄내 여름내 비 한 방울 오지 않아서 온 천하가 타는 듯이 말라붙었던 것이 (오늘 아침까지도 비올 모양도 보이지 않던 날씨가) 갑자기 흐리기 시작하여, 하늘은 먹을 갈아 놓은 듯하고, 주먹 같은 비가 우더덕 우더덕 오기 시작하였다. 바야흐로 악수로 내려부으려고 비를 맞으면서 행차는 뜰안에 착착 정비되었다. 이 행차를 굽어보며, 오래간만에 몸에 걸치는, 대원군의 정장(正裝)을 갖추는 동안, 태공은 감회무량하였다. 현복, 사모, 옥대, 기린흉배- 그 새 사년간을 의장에 넣어둔 채..

무정수준에서 재출발해야 한다 (한국문학전집 563)

김동인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257 2 0 1 2016-08-15
최근엔 세 신문이 꾸준히 소설을 내나 신문소설은 신문소설로서의 직업적 책임이 있는 것이므로 그것이 아무리 발달한대야 그 발달 전부가 조선 문단, 조선문학의 발달이 될 수 없는 것은 물론이다. 요즘엔 이름하여 문예잡지라 하는 것이 몇몇 있으나 아직은 문제되지 못할 정도의 것 뿐이요, 일반 잡지의 문예란이 있으나 그것을 가리켜 조선 문단의 無毫[무호]라 하기에는 너무 협소하고 음울한 존재다. 그나마 중견 측에서 한 사람이 2개월에 1편, 3․4개월에 1편 정도로 연명을 할 뿐 일반이 대망한 지 오랜 옛날의 작가들은 정말 ‘옛날 작가’로서 사라지고 말 셈인지 의연히 침묵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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