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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육시장의 점경 (한국문학전집 490)

권구현 | 도디드 | 900원 구매
0 0 375 2 0 1 2016-08-05
“웬 잠이 이처럼 늦니? 그만 좀 일어나거라.” 누구인지 창밖에서 이렇게 굵직한 목소리를 턱 집어 던지고는 창문을 두어번 두들기며 퉁퉁 지나간다. 옥화는 척들러 붙은 눈을 겨우 부벼 뜨며 대답인지 잠꼬대인지 자기도 모를 만치 흐리멍텅한 목소리로 “네…오ㅎ…”이렇게 한마디 하였다. 그러고는 기지개를 길게 젓다. 아까 어렴풋이 아래층으로부터 시계치는 소리가 들려올 때에 곁방에서도 역시 곤한 음성으로 “에그머니 벌써 열시야?”하는 소리가 들렸었다. “나도 이제는 일어나야겠다……” 옥화는 이렇게 중얼거리면서 차마 일어나지를 못하고 더 잤는지 말았는지 그대로 눈을 감고 쓰러져 누워있는 것이었다. “이제는 정말 일어나자……” 그러나 일어나기에는 여건이 몸과 마음이 함께 괴..

상경, 구걸, 귀향 (한국문학전집 491)

권구현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348 2 0 1 2016-08-05
『신동아』 3월호 단문란에 주요한 씨의 『우울』 중에 ‘고향에 갈 여비가 없는데 좀 힘써 봐 주어야겠소. 이것은 나의 전일(前日) 동료요, 시와 문도 능하고 사상운동에도 관계가 있는 친구의 말이다.’ 한 일절은 여(余)를 두고 하신 말씀인가 생각하매 다시금 어그러진 환경 마음 괴로이 눈앞에 떠오른다. 부(富)가 반드시 자랑이 아닐 것과 마찬가지로 빈(貧)이 또한 수치일 것이 아니요, 그렇다고 자랑할 것은 물론 아니다. 자본가의 가정에 태어나지 아니하였으매 부(富)를 상속해 올 수 없는 것이요, 또 자본주의자적 심리를 소유하지 못하였으며 소위 자수성가란 격(格)으로 치부할 자격부터 없는 여(余)이라 『빈(貧)』 이것은 여의 운명의 반려라 할 수밖에 없는 오히려 귀여워야 할..

절영도 섬너머 (한국문학전집 497)

방정환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310 2 0 1 2016-08-06
상천이가 열한 살 되는 해 이른 봄에 불행히 외삼촌이 병환으로 돌아가신 후로는 그 집의 살림이 곤란하여졌고 상천이의 형제를 불쌍하게 여겨 줄 사 람도 없어졌습니다. 살림이 어려워져서 너의 형제를 전처럼 먹이고 입혀 줄 수 없으니 아무 데 로라도 먹을 곳을 찾아가거라고 성화같이 박대하는 아주머니 말씀에 어린 두 형제는 또 얼마나 가슴을 태우며 울었겠습니까. 세상은 넓다 하지만 가는 곳마다 청산은 있다 하지만 의지가지없는 외로운 몸이 외가에서 쫓겨나면 단 한 걸음을 내어디딜 곳이 어디 있겠습니까. 견 디다 견디다 못하여 그 봄에 언니는 상천이를 남겨 놓고 열여섯 살의 어린 몸으로 배를 타고 일본으로 건너가서 아무런 고생이라도 하여 돈을 벌어 보 낼 터이니 상천이 하나만 길러 ..

천공의 용소년 (한국문학전집 498)

방정환 | 도디드 | 900원 구매
0 0 331 2 0 2 2016-08-06
전체의 학문이 다른 별나라 사람보다 뒤떨어졌다는 것을 온 우주에 드러내 게 되는 것이니 그래서야 될 말이냐? 나는 이제부터 일 년 동안 모든 준비 를 다차려 가지고 지구성으로 여행을 가겠다. 지구성 방문이 내 일생의 첫 째 계획이고 그 다음은 해왕성 방문이다. 내가 만일 불행하게 일에 실패를 하고 죽는다던지 하면 내 뒤를 계속하여 사업을 완전하게 성공할 의무와 책 임이 네게 있다.” 고 나지막하지만 힘있게 또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한 달 소년은 별 박사의 말 마디마디가 전기같이 온몸을 찌르는 것 같아서 울렁거릴대로 울렁거리는 가슴을 겨우 진정해 가지고, “그래도 아저씨! 그렇게 큰 사업의 준비를 단 일 년 동안에 어떻게 하시 겠습니까? ○박사와 ○○박사도 두세 번..

천당가는 길(한국문학전집 499)

방정환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259 2 0 1 2016-08-06
어느 머나먼 시골에, 단 두 식구가 사는 늙은 내외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점심 때, 다 쓰러져 가는 자기 집 문 앞에 늙은 영감님이 앉았으려니까, 어 디서 오는지 좋은 말 네 마리가 끄는 훌륭한 사두 마차가 와서 우뚝 서고, 그 마차 속에서 어느 높은 지위에 있는 귀족 같은 귀인이 내렸습니다. 노인 은 황망히 그 앞으로 가서 허리를 굽히면서, “저희 같은 사람에게 무슨 이를 말씀이 계십니까? 혹시 어느 길을 찾으십 니까?” 하고 공손히 물었습니다. 그러니까, 그 귀인은 친절하게 노인의 손을 잡고 공손한 말로, “아, 아니오. 저는 여기까지 산보왔던 길에, 어른과 함께 이 곳 음식으로 점심을 먹어 보고 싶어서 왔습니다. 아무 다른 것 차리지 마시고, 댁에서 늘 잡수시는 대..

천사 (한국문학전집 500)

방정환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243 2 0 1 2016-08-06
“착한 아이가 죽으면 천사가 날아와서, 그 조그만 죽은 몸을 두 팔로 안 고 커다랗고 하얀 날개를 펴면서, 아이가 좋아하던 동리의 위를 훌훌 날아 넘어가면서 한 아름이 되도록 꽃을 따서 안고 갑니다. 천사가 그 꽃을 하느 님께 가지고 가면, 그 꽃은 땅 위에 있을 때보다도 훌륭하게 더 고와집니 다. 그러면, 하느님께서는 그 꽃을 받아 안으시고, 그 중에 제일 좋은 꽃에 입을 맞추어 주십니다. 이렇게 하여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꽃은 소리를 치 며 기껍게 노래를 부릅니다.” 어느 해 천사는 죽은 아이를 하늘로 데리고 가면서 이런 이야기를 해 주었 습니다. 아이는 꿈같이 어렴풋하게 그 말을 듣고 있었습니다. 이야기를 하고 듣고 하는 동안에, 천사와 아이도 어느 틈에 아이가 땅 ..

풍자기 (한국문학전집 501)

방정환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360 2 0 1 2016-08-06
저녁 후에 산보격으로 천천히 날아 났으니, 어두워 가는 경성 장안의 길거 리에는 사람놈들의 왕래가 자못 복잡스럽다. 속이기 잘 해야 잘 살고, 거짓말 잘 해야 출세하는 놈들의 세상에서 어디 서 얼마나 마음에 없는 거짓말을 잘 발라맞혔던지, 돈푼 감추어 둔 덕에 저 녁밥 한 그릇 일찍이 먹고 나선 놈들은, “내가 거짓말 선수다.” 하고 점잖을 뽐내면서 걸어가는 곳이 물어볼 것 없이 감추어 둔 계집의 집 이 아니면 술집일 것이요, 허술한 허리를 꼬부리고 부지런히 북촌으로 북촌 으로 고비 끼어 올라가는 놈들은 어쩌다가 거짓말 솜씨를 남만큼 못해서, 착하게 낳아 논 부모만 원망하면서, 점심을 끼고 밥 얻으러 다니는 패들이 니, 묻지 않아도 저녁밥 먹으려고 집으로 기어드는 것이다...

하나에 하나 (한국문학전집 502)

방정환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366 2 0 1 2016-08-06
창복이는 금년 삼월에 ×× 보통 학교를 졸업하고, ×× 고등 보통 학교에 입학하였습니다. ×× 고등 보통 학교라면, 서울서도 제일로 꼽는 학교일 뿐 아니라, 그 전 부터 늘 다니고 싶고, 늘 소원하던 학교에 입학하였는지라, 창복이는 한없 이 기쁘고 좋았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기쁘고 좋은 중에도, 고등 보통 학교 는 보통 학교보다는 훨씬 모든 것이 어렵고, 규칙이 몹시 엄격하다는 말을 듣던 터이라, 한편으로 두렵고 무서운 생각도 없지 않았습니다. 그래, 창복이는 기쁘고 두려운 생각에 가슴이 벌렁거리는 것을 억지로 참 고 학교로 갔습니다. 학교 마당에는 이번에 자기와 같이 새로 입학한 학생들이 군데군데 모여서 저희끼리 무엇인지 수군수군하고 있었습니다. 여덟 시 삼십 분부터 아..

양 (한국문학전집 503)

지하련 | 도디드 | 900원 구매
0 0 315 2 0 1 2016-08-07
노가리로 있는 국화를 분오로 옮겨 심다 말고 성재(聖在)는 방으로 드러왔다. 오래 해ㅅ빛을 받고 있는 때문인지, 별랗게 방안이 어둡고 또 변으로 조용하기까지 해서 한동안 눈앞이 아리송송하고, 귀ㅅ속이 왱 ─ 하니 울린다. 퇴침을 집어 들고 되도록 구석지로 가서 벽을 향하고 드러누은 것은, 이러한 때 빛이란 어둠보다도 더 어둡기 때문이다. 그는 두통이 나는 것도 같고 조름이 오는 것 같기도 해서 일부러 눈을 감었으나 그러나 쉽사리 잠이 오는 게 아니다.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은 요 멫칠 래로 바짝 더 번거럽게 구는 정래(晶來)와의 교우관게다. 허기야 가족들의 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끝내 정래와 손을 맞잡고 수무ㅅ골 산비탈로 올러와 김생과 화초를 키우고 살어보기로 작정한..

가을 (한국문학전집 504)

지하련 | 도디드 | 900원 구매
0 0 264 2 0 1 2016-08-07
서쪽으로 티인 창엔 두꺼운 카 ─ 텐을 내려첫는 데도 어느 틈으론지 쨍쨍한 가을 볕살이 테불 우이로 작다구니를 긋고는 바둘바둘 사물거린다. 분명 가을인 게, 손을 마조 잡고 부벼 봐도, 얼굴을 쓰담아 봐도, 어째 보스송하고 매낀한 것이 제법 상글한 기분이고, 또 남쪽 창가ㅅ으로 가서 밖앝을 내다 볼나치면, 전후좌우로 높이 고여올린 삘딩 우마다 푸르게 아삼거리는 하눌이 무척 높고 해사하다. 오후 여섯 시다. 사내에서 일 잘하기로 유명한 강군이 참다 못해 손가방을 챙긴다. 「뒤에 나오시겠서요?」 「먼저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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