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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염에 싸인 원한 (한국문학전집 511)

오월의 안동 (安東)─ 경상도 ─ 하늘은 왜청빛으로 끝없이 개이어 깨끗한 창공을 맥없이 배회하는 구름장 하나 찾아낼 수 없다. 북으로 영남산이 우두커니 솟아 그 허리 중턱에는 만개한 복사꽃이 드문드문 늘어서서 누구를 부르는지 연지 입술을 바른 듯한데 남으로 서로 휘어드는 낙동강(洛東江)에 남강(南江)이 합수되어 영호루(映湖樓) 옛 집을 쳐다 본 듯 만 듯 다시 남으로 흐르려고 서악사(西岳寺) 저편에서 허리를 두른다. 김상인(金相仁)은 어제야 비로소 여장을 풀어놓고 처음으로 동료인 이종수(李種秀)와 은행 집무를 끝마치고 영호루와 서악 부근의 이름난 고적도 찾을 겸 오월 하늘에 가득한 향내 도는 바람도 마시고 시원히 흐르는 강물에서 자동차 바람에 마신 티끌도 떨려니와 눈으로 보기만 하여도 살 속으로 스며드는..
오월의 안동 (安東)─ 경상도 ─ 하늘은 왜청빛으로 끝없이 개이어 깨끗한 창공을 맥없이 배회하는 구름장 하나 찾아낼 수 없다.
북으로 영남산이 우두커니 솟아 그 허리 중턱에는 만개한 복사꽃이 드문드문 늘어서서 누구를 부르는지 연지 입술을 바른 듯한데 남으로 서로 휘어드는 낙동강(洛東江)에 남강(南江)이 합수되어 영호루(映湖樓) 옛 집을 쳐다 본 듯 만 듯 다시 남으로 흐르려고 서악사(西岳寺) 저편에서 허리를 두른다.
김상인(金相仁)은 어제야 비로소 여장을 풀어놓고 처음으로 동료인 이종수(李種秀)와 은행 집무를 끝마치고 영호루와 서악 부근의 이름난 고적도 찾을 겸 오월 하늘에 가득한 향내 도는 바람도 마시고 시원히 흐르는 강물에서 자동차 바람에 마신 티끌도 떨려니와 눈으로 보기만 하여도 살 속으로 스며드는 청렬한 기운을 쏘여 보기로 하였다 영호루에 올랐다. 다 떨어지는 판대기라도 오히려 옛날의 영화를 자랑하는
듯 가장자리 이러지고 쪽이 떴으며 글자가 시치인 헌액들을 쳐다 볼 때 그는 끝없이 그윽한 옛날 일을 추억하며 지금 거기 선 사람의 감개무량함을 속 깊이 느끼었다.
종다리 하늘을 송곳질 할 듯이 높이 떠서 바람개비 모양으로 날개 치며 종알대다가 저쪽 보리밭을 향하여 떨어지면 땅 속으로 들어갈 듯이 내려 앉는 다.
나도향(저자): 본명은 경손(慶孫), 필명은 빈(彬), 호는 도향(稻香)이다. 1917년 배재고등 보통학교를 졸업하였고, 같은 해 경성의학전문학교에 입학하였으나 문학에 뜻을 두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그러나 학비 미조달로 귀국, 1920년 경북 안동에서 보통학교 교사로 근무하였다. 1922년 '백조'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젊은이의 시절」「별을 안거든 우지나 말걸」을 발표하면서 작가활동을 시작하였다. 1926년 다시 일본으로 갔다가 귀국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타계했다. 대표작품으로는 「물레방아」「뽕」「벙어리 삼룡이」등과 장편 「환희」가 있다. 나도향의 작품들에는 본능과 물질에 대한 탐욕 때문에 갈등하고 괴로워하는 인간들의 모습이 객관적 사실 묘사로 그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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