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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희 (한국문학전집 512)

쓴 지가 일 년이나 된 것을 지금 다시 펴놓고 읽어 보니 참괴한 곳이 적지 않고 많습니다. 터 잡히지 못한 어린 도향(稻香)의 내면적 변화는 시시 각각으로 달라집니다. 미숙한 실과와 같이 나날이 다릅니다. 그러므로 남에게 내놓기가 부끄러울 만큼 푸른 기운이 돌고 풋냄새가 납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완숙한 것으로 만족한 웃음을 웃는 것이 아니라 미숙한 작품인 것을 안다는 것으로 나의 마음을 위로하려 합니다. 푸른 기운이 돌고 상긋한 풋냄새가 도는 것으로 도리어 성과의 예감을 깨달을 뿐입니다. 장래에 닥쳐올 희망의 유열(愉悅)로 나의 심정을 독려시키려 하나이다. 이 글을 쓸 때 전적 자애를 부어 주시던 우리 외조모님의, 세상에 계시지않는 그리운 면영(面影)을 외로운 도향의 심상(心床) 위에 그리면서 안타까..
쓴 지가 일 년이나 된 것을 지금 다시 펴놓고 읽어 보니 참괴한 곳이 적지 않고 많습니다. 터 잡히지 못한 어린 도향(稻香)의 내면적 변화는 시시 각각으로 달라집니다. 미숙한 실과와 같이 나날이 다릅니다.
그러므로 남에게 내놓기가 부끄러울 만큼 푸른 기운이 돌고 풋냄새가 납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완숙한 것으로 만족한 웃음을 웃는 것이 아니라 미숙한 작품인 것을 안다는 것으로 나의 마음을 위로하려 합니다. 푸른 기운이 돌고 상긋한 풋냄새가 도는 것으로 도리어 성과의 예감을 깨달을 뿐입니다. 장래에 닥쳐올 희망의 유열(愉悅)로 나의 심정을 독려시키려 하나이다.
이 글을 쓸 때 전적 자애를 부어 주시던 우리 외조모님의, 세상에 계시지않는 그리운 면영(面影)을 외로운 도향의 심상(心床) 위에 그리면서 안타까운 옛 추억으로 떨어져 식어 버리는 추억의 눈물을 흘리나이다.─作者[작자]
『어머니』
나도향(저자): 본명은 경손(慶孫), 필명은 빈(彬), 호는 도향(稻香)이다. 1917년 배재고등 보통학교를 졸업하였고, 같은 해 경성의학전문학교에 입학하였으나 문학에 뜻을 두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그러나 학비 미조달로 귀국, 1920년 경북 안동에서 보통학교 교사로 근무하였다. 1922년 '백조'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젊은이의 시절」「별을 안거든 우지나 말걸」을 발표하면서 작가활동을 시작하였다. 1926년 다시 일본으로 갔다가 귀국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타계했다. 대표작품으로는 「물레방아」「뽕」「벙어리 삼룡이」등과 장편 「환희」가 있다. 나도향의 작품들에는 본능과 물질에 대한 탐욕 때문에 갈등하고 괴로워하는 인간들의 모습이 객관적 사실 묘사로 그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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