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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성 (한국문학전집 508)

『은주(銀珠)야! 얘 은주야!』 춘성(春星)은 자기 집에 들어서며 댓바람에 계집종을 부른다. 부엌에서 행주로 그릇을 씻던 은주는 부엌 창살 틈으로 들어오는 춘성을 바라보더니 다시 본체만체하고, 『네』대답을 하고 아무 말이 없다. 춘성의 시꺼먼 얼굴에는 취한 술기운이 올라와서 익히다 남은 간덩이같이 검붉은 데다 털 많은 얼굴을 맵시 내느라고 날마다 하는 면도 독이 시푸르 뎅뎅하게 들었다. 그는 다시 마루로 올라가서 건넌방 미닫이를 열어젖히더니, 『은주야!』 하고 목청 질러 한 번 부르고서 답답한 칼라를 집어던지고서는, 『이 계집애가 귀가 먹었나? 에그 이게 무엇이냐? 방이 이게 무엇이냐! 이게 돼지우릿간이지 어디 사람 사는 방이냐? 얘 은주야! 은주야! 얘 목 아퍼! 은주야!』
『은주(銀珠)야! 얘 은주야!』
춘성(春星)은 자기 집에 들어서며 댓바람에 계집종을 부른다. 부엌에서 행주로 그릇을 씻던 은주는 부엌 창살 틈으로 들어오는 춘성을 바라보더니 다시 본체만체하고,
『네』대답을 하고 아무 말이 없다.
춘성의 시꺼먼 얼굴에는 취한 술기운이 올라와서 익히다 남은 간덩이같이 검붉은 데다 털 많은 얼굴을 맵시 내느라고 날마다 하는 면도 독이 시푸르 뎅뎅하게 들었다.
그는 다시 마루로 올라가서 건넌방 미닫이를 열어젖히더니,
『은주야!』 하고 목청 질러 한 번 부르고서 답답한 칼라를 집어던지고서는,
『이 계집애가 귀가 먹었나? 에그 이게 무엇이냐? 방이 이게 무엇이냐! 이게 돼지우릿간이지 어디 사람 사는 방이냐? 얘 은주야! 은주야! 얘 목 아퍼! 은주야!』
나도향(저자): 본명은 경손(慶孫), 필명은 빈(彬), 호는 도향(稻香)이다. 1917년 배재고등 보통학교를 졸업하였고, 같은 해 경성의학전문학교에 입학하였으나 문학에 뜻을 두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그러나 학비 미조달로 귀국, 1920년 경북 안동에서 보통학교 교사로 근무하였다. 1922년 '백조'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젊은이의 시절」「별을 안거든 우지나 말걸」을 발표하면서 작가활동을 시작하였다. 1926년 다시 일본으로 갔다가 귀국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타계했다. 대표작품으로는 「물레방아」「뽕」「벙어리 삼룡이」등과 장편 「환희」가 있다. 나도향의 작품들에는 본능과 물질에 대한 탐욕 때문에 갈등하고 괴로워하는 인간들의 모습이 객관적 사실 묘사로 그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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