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1767

이목구비 (한국문학전집 419)

정지용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232 2 0 1 2016-07-27
사나운 김승일수록 코로 맡는 힘이 날카로워 우리가 아모런 냄새도 찾어내지 못할적에도 쉐퍼 ― 드란 놈은 별안간 씩씩거리며 제꼬리를 제가 물고 뺑뺑이를 치다시피하며 땅을 호비어 파며 짖으며 달리며 하는 꼴을 보면 워낙 길들은 김승일지라도 지겹고 무서운 생각이 든다. 이상스럽게는 눈에 보히지 아니하는 도적을 맡어내는 것이다. 서령 도적이기로서니 도적놈 냄새가 따로 있을게야 있느냐 말이다. 딴 골목에서 제홀로 꼬리를 치는 암놈의 냄새를 만나도 보기 전에 맡아내며 설레고 낑낑거린다면 그것은 혹시 몰라 그럴사한 일이니 견주어 말하기에 禮답지 못하나마 사람끼리에도 그만한 후각은 說明할 수 있지 아니한가.

자식 (한국문학전집 420)

계용묵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255 2 0 1 2016-07-27
장맛비는 그대로 초록 기름인 듯하다. 연 닷새를 거푸 맞고 난 볏모는 떡잎에까지 새파란 물이 들었다. 꽂아놓고는 물을 대지 못해 뿌리도 못 박고 샛노랗게 말라들던 볏모였다. 돌보기조차 싫어 내키지 않던 논틀을 날이 들자 부터는 잊는 법이 없이 저녁마다 한 바퀴씩 돌아 들어오는 것이 주사의 유일한 취미였다. 보면 볼 때마다 다르게 싱싱 자라 오르는 기름진 꾀기였다. 여간 귀여운 것이 아니다. 만득으로 둔 아들 명호의 거처에 늘 마음이 떠나보지 못하듯, 연연한 것이 놓이고, 들에 나가면 이지러진 데 없는 볏모를 보아야 마음이 가뜬하다. 명호가 아이들과 싸우는 거시 아닐까? 들고 날 때마다 엇바뀌는 생각이었다. 오늘은 논귀에는 기어이 이상이 있었다.

채색교 (한국문학전집 421)

백신애 | 도디드 | 900원 구매
0 0 228 2 0 32 2016-07-27
무지개 섰네, 다리놨네. 일곱 가지 채색으로 저 공중에 높이 놨네 뒤뜰에서 어린 학도들이 무지개가 선 공중을 바라보며 놀고 있다. 천돌이(千乭伊)는 무거움 짐을 문턱에 내려놓고 "제-길, 그놈의 하늘." 하고 동편 하늘 높이 무지개가 놓인 것을 원망스럽게 쳐다보며 혀를 찼다. "그 놈의 비가 오려거든 솰솰 와 버리든지, 오기 싫거든 그만 쨍쨍 가물어 버리든지." 하며 부엌에서 늙은 어머니가 튀어나오며 무지개가 선 하늘을 역시 원망하는 것이었다. "벌써 두 상이나 터지게 되니 어디 살 수 있겠소." 천돌이는 콧구멍만한 방에다 짐 뭉치를 끌고 들어갔다.

마부 (한국문학전집 414)

계용묵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239 2 0 1 2016-07-24
응팔은 한 손에 고삐를 잡은 채 말을 세우고 부러쥐었던 한 켠 손을 또 펴며 두 눈을 거기에 내려쏜다. 번쩍 하고 나타나는 오십 전짜리의 은전이 한 닢, 그것은 의연히 땀에 젖어, 손바닥 위에 놓여져 있는데, 얼마나 힘껏 부러쥐었던지 위로 닿았던 두 손가락의 한복판에 동고랗게 난 돈 자리가 좀처럼 사라지질 않는다. 이것을 본 응팔은 그 손질이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이제야 겨우 발이 잡히기 시작하는 거치른 수염 속에 검푸른 입술을 무겁게 놀리며, ‘제 제레 이 이렇게 까 깎 부러쥈는 데야 어디루 빠 빠져나가?’ 하고 돈을 잃지 않은 자기의 지능을 스스로 칭찬하고 만족해하는 미소를 빙그레 짓는다.

산돼지 (한국문학전집 415)

김우진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482 2 0 1 2016-07-25
<산돼지>는 친구 조명희의 시 <봄 잔디밭 위에>에서 암시를 얻어 쓴 작품으로, 좌절당한 젊은이의 고뇌와 방황을 음울하게 그리고 있다. 특히, 그의 사상인 사회개혁을 잘 보여주며, 지극히 몽환적으로 끌고간 것이 특징이다. 그가 이 작품을 가리켜 자신의 ‘생의 행진곡’이라고 고백했듯이, 개화지식인의 임상보고서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5원 75전 (한국문학전집 416)

최서해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272 2 0 1 2016-07-25
장안에 궂은비 내리고 삼각산에 첫눈이 쌓이던 날이었다. 나는 왼종일 엎드려서 신문, 잡지, 원고지와 씨름을 하였다. 마음은 묵직하고 머리가 띵한 것이 무엇을 읽어도 눈에 들지 않고 붓을 잡아도 역시 무엇이 써질 듯하면서 써지지 않았다. 나중에는 화가 더럭더럭 나서 보던 잡지로 낯을 가리고 누워 버렸다. 눈을 감았으나 졸음이 올 리가 없다. 끝도 없고 머리도 없는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라서는 터져 버리고 떠올라서는 터져 버렸다. 생각의 실마리가 흐트러지고 그것이 현실과 항상 뒤바뀌는 것을 느끼게 되면 가슴이 갑갑하고 누웠던 자리까지 배기는 듯이 편안치 않았다. 그만 벌떡 일어났다. 일어났으나 또한 별수 없었다. 바깥날이 흐리니 방안은 어두컴컴하여 침울한 기분을 한..

아라사버들 (한국문학전집 417)

김동인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348 2 0 1 2016-07-25
어떤 날 김 장의네 집에서 볏섬들을 치우느라고 야단일 적에 최서방이 우연히 밥을 한 끼 얻어먹으러 그 집에 들어갔다. 원래 근하고 정직한 최 서방은 밥을 얻어먹은 그 은혜를 갚기 위하여 볏섬 치우는 데 힘을 도왔다. 아니, 도왔다는 것보다 오히려 최 서방이 달려든 다음부터는 다른 사람들은 물러서서 최 서방의 그 무서운 힘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최 서방은 그 집에 머슴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최 서방은 마흔 두 살이었다.

뿌움뿌움 이야기 (한국문학전집 418)

방정환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261 2 0 1 2016-07-25
귀여운 프랑수아는 머리 좋고, 얼굴 곱고, 참새같이 싹싹하고 유쾌한 소년이었습니다. 그러나, 불행히 어느 날 저녁에 학교에서 돌아오면서부터 병이 나기 시작하여 여러 날째 앓았습니다. 그래 먹는 것이 없어, 기운이 없어 늘어져서 헛소리를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하얀 이불을 덮고 침상에 누워서 자기의 조그만 구두를 보면서, "이제는 내 구두를 내버려도 좋아요. 영영 신지 않아요." 이런 소리를 합니다. 저 애가 인제는 아주 죽으려고 저러나보다 하고 어머니는 그만 흑흑 흐느껴 우셨습니다. 약이나, 우유나, 국이나, 아무거나 먹이려 하면 입을 다물고 싫다고만 합니다.

이런 음악회 (한국문학전집 413)

김유정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356 2 0 69 2016-07-21
내가 저녁을 먹고서 종로거리로 나온 것은 그럭저럭 여섯 점 반이 넘었다. 너펄대는 우와기 주머니에 두 손을 꽉 찌르고 그리고 휘파람을 불면 올라오자니까 "얘!“ 하고 팔을 뒤로 잡아채며 "너 어디 가니?" 이렇게 황급히 묻는 것이다. 나는 삐끗하는 몸을 고르잡고 돌려보니 교모를 푹 눌러쓴 황철이다. 번시 성미가 겁겁한 놈인 줄은 아나 그래도 이토록 씨근거리고 긴히 달려듬에는, 하고 "왜 그러니?" "너 오늘 콩쿨음악대횐거 아니?" "콩쿨음악대회?“ 하고 나는 좀 떠름하다가 그제서야 그 속이 뭣인줄을 알았다. 이 황철이는 참으로 우리 학교의 큰 공로자이다. 왜냐면 학교에서 무슨 운동시합을 하게 되면 늘 맡아 놓고 황철이가..

넌센스 퀴즈 100 (시리즈 1)

오초록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3,209 2 0 337 2016-07-21
"넌센스(non-sense)" 말이 안되는 이야기? 우리의 생각을 뒤집는 이야기들을 모은 책이다. 시리즈별로 계속해서 출간될 예정이다. 01 사공이 아주 많으면 배가 어떻게 되나? 02 동생과 형이 싸우는데 엄마가 동생 편을 드는 세상을 뭐라 할까? 03 보내기 싫을 때 내는 것은? 04 천재 남편과 바보 아내가 결혼하면 어떤 아이를 낳을까? 05 사람의 몸에서도 만들어질 수 있는 기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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