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1772

5원 75전 (한국문학전집 416)

최서해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282 2 0 1 2016-07-25
장안에 궂은비 내리고 삼각산에 첫눈이 쌓이던 날이었다. 나는 왼종일 엎드려서 신문, 잡지, 원고지와 씨름을 하였다. 마음은 묵직하고 머리가 띵한 것이 무엇을 읽어도 눈에 들지 않고 붓을 잡아도 역시 무엇이 써질 듯하면서 써지지 않았다. 나중에는 화가 더럭더럭 나서 보던 잡지로 낯을 가리고 누워 버렸다. 눈을 감았으나 졸음이 올 리가 없다. 끝도 없고 머리도 없는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라서는 터져 버리고 떠올라서는 터져 버렸다. 생각의 실마리가 흐트러지고 그것이 현실과 항상 뒤바뀌는 것을 느끼게 되면 가슴이 갑갑하고 누웠던 자리까지 배기는 듯이 편안치 않았다. 그만 벌떡 일어났다. 일어났으나 또한 별수 없었다. 바깥날이 흐리니 방안은 어두컴컴하여 침울한 기분을 한..

아라사버들 (한국문학전집 417)

김동인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360 2 0 1 2016-07-25
어떤 날 김 장의네 집에서 볏섬들을 치우느라고 야단일 적에 최서방이 우연히 밥을 한 끼 얻어먹으러 그 집에 들어갔다. 원래 근하고 정직한 최 서방은 밥을 얻어먹은 그 은혜를 갚기 위하여 볏섬 치우는 데 힘을 도왔다. 아니, 도왔다는 것보다 오히려 최 서방이 달려든 다음부터는 다른 사람들은 물러서서 최 서방의 그 무서운 힘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최 서방은 그 집에 머슴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최 서방은 마흔 두 살이었다.

뿌움뿌움 이야기 (한국문학전집 418)

방정환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272 2 0 1 2016-07-25
귀여운 프랑수아는 머리 좋고, 얼굴 곱고, 참새같이 싹싹하고 유쾌한 소년이었습니다. 그러나, 불행히 어느 날 저녁에 학교에서 돌아오면서부터 병이 나기 시작하여 여러 날째 앓았습니다. 그래 먹는 것이 없어, 기운이 없어 늘어져서 헛소리를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하얀 이불을 덮고 침상에 누워서 자기의 조그만 구두를 보면서, "이제는 내 구두를 내버려도 좋아요. 영영 신지 않아요." 이런 소리를 합니다. 저 애가 인제는 아주 죽으려고 저러나보다 하고 어머니는 그만 흑흑 흐느껴 우셨습니다. 약이나, 우유나, 국이나, 아무거나 먹이려 하면 입을 다물고 싫다고만 합니다.

이런 음악회 (한국문학전집 413)

김유정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371 2 0 70 2016-07-21
내가 저녁을 먹고서 종로거리로 나온 것은 그럭저럭 여섯 점 반이 넘었다. 너펄대는 우와기 주머니에 두 손을 꽉 찌르고 그리고 휘파람을 불면 올라오자니까 "얘!“ 하고 팔을 뒤로 잡아채며 "너 어디 가니?" 이렇게 황급히 묻는 것이다. 나는 삐끗하는 몸을 고르잡고 돌려보니 교모를 푹 눌러쓴 황철이다. 번시 성미가 겁겁한 놈인 줄은 아나 그래도 이토록 씨근거리고 긴히 달려듬에는, 하고 "왜 그러니?" "너 오늘 콩쿨음악대횐거 아니?" "콩쿨음악대회?“ 하고 나는 좀 떠름하다가 그제서야 그 속이 뭣인줄을 알았다. 이 황철이는 참으로 우리 학교의 큰 공로자이다. 왜냐면 학교에서 무슨 운동시합을 하게 되면 늘 맡아 놓고 황철이가..

넌센스 퀴즈 100 (시리즈 1)

오초록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3,233 2 0 339 2016-07-21
"넌센스(non-sense)" 말이 안되는 이야기? 우리의 생각을 뒤집는 이야기들을 모은 책이다. 시리즈별로 계속해서 출간될 예정이다. 01 사공이 아주 많으면 배가 어떻게 되나? 02 동생과 형이 싸우는데 엄마가 동생 편을 드는 세상을 뭐라 할까? 03 보내기 싫을 때 내는 것은? 04 천재 남편과 바보 아내가 결혼하면 어떤 아이를 낳을까? 05 사람의 몸에서도 만들어질 수 있는 기름은?

숙종대왕과 장희빈 (한국문학전집 408)

차상찬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294 2 0 39 2016-07-20
때는 바로 이조 때에 영특하고 사납기로 유명하던 숙종대왕(肅宗大王)시대였다. 꽃이 피고 새가 노래하는 어느 해 봄날에 숙종대왕은 여러 군신들과 같이 창경궁 비원에서 꽃구경을 하시고 이어서 원중에 백화연(百花宴)을 열었다. 당시 왕족 중에 제일 인물 잘나고 총애를 많이 받는 동평군 이항(東平君李杭 ─ 后煥[후환]의 子崇善君?[자숭선군징]의 子[자])을 위시하여 여러 왕자왕손과 만조백관이 다 모인 것은 물론이고 후궁의 삼천 궁녀들도 한사람 빠지지 않고 모두 참례 하였다. 요량한 풍악소리는 태평의 가곡을 화답하고 가득한 금옥의 술잔은 성수의 만세를 봉축(奉祝) 하였다. 꽃향기와 주흥에 도취한 숙종대왕은 여러 궁녀들을 돌아보시고 흔연히 웃으시며 말씀하되 『오..

누이동생을 따라서 (한국문학전집 409)

최서해 | 도디드 | 900원 구매
0 0 315 2 0 59 2016-07-20
사 년 전 여름이었다. 나는 김군과 해운대에 갔다가 이 얘기의 주인공을 만났다. 그것도 그때에 비가 오지 않아서 예정과 같이 떠났다면 나는 이 얘기의 주인공과 만날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 해운대에서 이틀 밤만 자고 떠나 동래 온천으로 가려던 우리는 비 때문에 하루를 연기하였다. 김군과 나는 여관 이층 방에서 비에 잠긴 바다를 바라보면서 오전중은 바둑으로 보내었다. 오정이 지나서 우중충하던 천기가 훤해지며 빗발이 걷히었다. 구름 사이로 굵은 빗발이 군데군데 흘렀다. 조각조각이 서로 겹쳐 흐르던 구름은 석양에 이르러서는 한 조각도 남기지 않고 맑게 걷히었다. 나는 김군과 같이 온천에 갔다가 붉은 빗발이 푸른 벌판에서 자취를 한걸음 두 걸음 감추일 때 온천을 나..

자유종 (한국문학전집 410)

이해조 | 도디드 | 900원 구매
0 0 374 3 0 58 2016-07-21
인조의 셋째 아들 인평대군의 십대손이다. 조부 이재만이 흥성대원군의 측근으로 활동했으며 대원군의 종친 우대 정책으로 가세가 불어났는데 1883년 대원군의 실각과 함께 조부도 처형되었다. 어려서 한문공부를 하여 진사 시험에 합격했으나 신학문에도 관심을 두었다. 그의 작품 활동은 1906년 잡지 <소년한반도>에 한문 현토 소설 《잠상태(岑上苔)》를 연재하면서 시작된 것인데 주로 양반 가정 여인들의 폐쇄적인 생활을 해방시키려는 의도에서 씌어진 것이었다. 1907년 이종일, 양기탁, 이준 주시경 등과 함께 '광무사(光武社)' 발기인으로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애국계몽 운동에 투신하였다. 구한말 대표적 민족 언론인 '제국신문'에 입사하였으며 애국 계몽 단체인 '대한협회'의 교육부 사..

나의 시베리아 방랑기 (한국문학전집 411)

백신애 | 도디드 | 900원 구매
0 0 389 2 0 63 2016-07-21
나는 어렸을 때 ‘쟘’이라는 귀여운 이름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개구쟁이 오빠는 언제나 "야 잠자리!" 하고 나를 불렀다. 호리호리한 폼에 눈만 몹시 컸기 때문에 불린 별명이었다. 나는 속이 상했지만 오빠한테 싸움을 걸 수도 없어서 혼자 구석에서 홀짝홀짝 울곤 했다. 울고 있으면 어머니는 또 울보라고 놀리셔서 점점 더 옥생각하여 하루 종일 홀짝거리며 구석에 쪼그리고 있었다. 그러다 심심해지면 벽에다 손가락으로 낙서를 하며 무언가 골똘히 생각했다. 내가 홀짝거리던 그 구석 벽에는 세계지도가 붙어 있었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홀짝홀짝 울 때면 마음을 달래기 위해 그 지도 위에 선을 그으며 ‘여기는 미국! 우리 집은 이런 데 있구나!’ 하며 혼자 재미있어 했다. ..

달밤 (한국문학전집 412)

이태준 | 도디드 | 900원 구매
0 0 610 2 0 101 2016-07-21
'나'와 '황수건'이라는 사내가 엮어내는 이야기인데, 우둔하고 천진한 품성을 지닌 '황수건'이 각박한 세상사에 부딪혀 아픔을 겪는 모습이 중심을 이룬다. '황수건'이 여러 번 좌절을 겪는 상황에 초점을 맞추면서, '황수건'과 같은 순박하고 천진한 사람이 좌절하게 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이 작품에서는 주인공을 바라보는 1인칭 서술자의 연민이 주조를 이루기는 하나, 서술자는 주인공인 '황수건'의 불행을 부각시켜 서술하기보다는 '절제된 연민'의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즉, 서술자는 주인공의 불행과 관련된 정보를 최소한으로 줄여 처리하고 다른 사건에 대한 서술로 넘어가거나, 자신의 심정을 토로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하여 독자가 주인공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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