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1772

가로 (한국문학전집 398)

김남천 | 도디드 | 500원 구매 | 200원 5일대여
0 0 301 2 0 59 2016-07-18
이야기의 주인공을 거리로 끌고 나오면 그를 가장 현대적인 풍경 속에 산보시키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대체 어디로 그를 끌고 갈 것인가? 종이 위에 붓을 세우고 생각해 본다. 경성역과 그 앞 광장이 제법 현대 도시 같으나 아무런 용무 없이 그 곳을 거닐게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다시 경성역 앞에다 주인공을 세워 놓고 그로 하여금 사방을 한 번 돌아보게 한다면 그의 눈에 비치는 풍경이 옹졸스럽기 짝이 없음을 느낄 것이다. 바른쪽으로 노량진행이 달리는 전차 위에 눈을 두고 잠깐만 따라가면 벌써 어느 시골 도청 소재지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

죽음의 무도 (한국문학전집 399)

고한승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392 2 0 57 2016-07-18
OT-34-고한승-죽음의 무도 레포트자료 2013.09.25. 10:05 복사 http://blog.naver.com/fifagamer/10176861408 번역하기 전용뷰어 보기 죽음의 무도( 蹈) 서력 일천사백년 때에 고부렌쓰시가에 멧텔니희라고 하는 무사가 있었다. 그에게는 이다라고 하는 예쁜 딸이 있었는데, 독일 제일가는 청년이 아니면 혼인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다는 아버지의 부하로 있는 젊은 무사 겔할트라는 사람과 사랑해왔다. 이 겔할트란 사람은 전에는 문벌도 상당한 집에 태어난 문무겸전한 청년 으로 아직 세욕에 더럽혀지지..

8 개월 (한국문학전집 400)

최서해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494 2 0 59 2016-07-19
내게는 심한 병이 있다. 그것은 위병인데 벌써 그럭저럭 십여 년이 된다. 철모를 제는 그것을 그리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고 또 앓아 누으면 과자며 과일 사다주는 재미에 앓고도 싶은 적이 있었으나 한 번 고단한 신세가 되고, 또 모든 것을 내 손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된 이때에 와서는 병이란 과연 무서운 것이라는 느낌이 더욱 커진다. 한 번 병에 붙잡히면 만사가 그만이다. 음식을 먹을 수 없고 일을 할 수 없고 위가 찢어지게 아픈 때면 너무도 괴롭다. ‘병의 쓰림을 모르면 건강의 행복도 모른다’고 어떤 벗이 나하고 한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것도 일리는 있는 말이다. 그러나 나는 병 없기만 소원이다. 더구나 내 처지로서 병이 없어야 할 일이다. 할일은 많은데 병은..

고국 (한국문학전집 401)

최서해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281 2 0 55 2016-07-19
큰 뜻을 품고 고국을 떠나던 운심의 그림자가 다시 조선 땅에 나타난 것은 계해년 삼월 중순이었다. 첨으로 회령에 왔다. 헌 메투리에 초라한 검정 주의 때 아닌 북면모를 푹 눌러 쓴 아래에 힘없이 꿈벅이는 눈하며, 턱과 코 밑에 거칠거칠한 수염하며, 그가 오 년 전 예리예리하던 운심이라고는 친한 사람도 몰랐다. 간도에서 조선을 향할 때의 운심의 가슴은 고생에 몰리고 몰리면서도 무슨 기대와 희망에 찼다. 그가 두만강 건너편에서 고국 산천을 볼 때 어찌 기쁜지 뛰고 싶었다. 그러나 놀 수가 없어서 노동으로 걸식하면서 온 그는 첫째 경제 문제를 생각지 않을 수 없었다. 다음 그의 가슴을 찌르는 것은 패자라는 부끄러운 느낌이었다.

매월 (한국문학전집 402)

최서해 | 도디드 | 900원 구매
0 0 299 2 0 45 2016-07-19
벌써 백여 년 전 일이었습니다. 영남 박생(朴生)의 가비(家婢) 매월(梅月)의 우수한 글재주와 절륜한 자색은 영남 일대는 물론이요 한양(漢陽)까지 소문이 자자하였습니다. 고을살이나 한자리 얻어 할까 하여 조상들은 배를 주리면서 벌어 놓은 전장을 턱턱 팔아서 조정에 유세력하다는 대감님네 배를 불리는 유경(留京) 선비들 입에서도 박생의 가비 매월이가 경국지색이라는 말이 자주 흘러나왔습니다. 이렇게 하는 사람은 거반 침을 꿀꺽꿀꺽 삼켰습니다. 그러나 박생은 자기 집에 그렇게 서시 같은 절묘한 미인이 있는 줄은 몰랐었습니다. 박생은 영남에서 양반의 자손이요 가세도 넉넉합니다. 그도 벼슬이나 한자리 얻어 할까 하여 상경한 것입니다. 그러나 벌써 돈도 쓸 대로 ..

십삼원 (한국문학전집 403)

최서해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348 2 0 55 2016-07-19
유원이는 자려고 불을 껐다. 유리창으로 흘러드는 훤한 전등빛에 실내는 달밤 같다. 그는 옷도 벗지 않고 그냥 이불 위에 아무렇게나 누웠다. 그러나 온갖 사념에 머리가 뜨거운 그는 졸음이 오지 않았다. 이리 궁글 저리 궁글하였다. 등에는 진땀이 뿌직뿌직 돋고 속에서는 번열이 난다. 이때에 건넌방에 있는 H가 편지를 가져왔다. 편지를 받은 유원이는 껐던 전등을 다시 켰다. 피봉을 뜯는 그의 가슴은 두근두근 울렁거렸다. 무슨 알지 못할 큰 걱정이 장차 앞에 닥쳐오려는 사람의 심리 같았다. 그리 짧지 않은 편지를 잠잠히 보던 그는 힘없이 편지를 자리 위에 던지고 왼팔을 구부려 손바닥으로 머리를 괴고 또 이불 위에 눕는다.

탈출기 (한국문학전집 404)

최서해 | 도디드 | 600원 구매
0 0 298 2 0 54 2016-07-19
김군! 수삼 차 편지는 반갑게 받았다. 그러나 나는 한 번도 회답하지 못하였다. 물론 군의 충정에는 나도 감사를 드리지만 그 충정을 나는 받을 수 없다. ―---박군! 나는 군의 탈가(脫家)를 찬성할 수 없다. 음험한 이역에 늙은 어머니와 어린 처자를 버리고 나선 군의 행동을 나는 찬성할 수 없다. 박군! 돌아가라. 어서 집으로 돌아가라. 군의 부모와 처자가 이역 노두에서 방황하는 것을 나는 눈앞에 보는 듯싶다. 그네들이 의지할 곳은 오직 군의 품밖에 없다. 군은 그네들을 구하여야 할 것이다. 군은 군의 가정에서 동량(棟樑)이다. 동량이 없는 집이 어디 있으랴? 조그마한 고통으로 집을 버리고 나선다는 것이 의지가 굳다는 박군으로서는 너무도 박약한 소위이다...

향수 (한국문학전집 405)

최서해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266 2 0 58 2016-07-19
먼 산은 푸른 안개에 윤곽이 아른하고 담 밑에 저녁연기가 솔솔자자 흐를 때였다. 추근한 땅 위에 부드럽게 내리는 이른 봄 궂은비는 고독한 나그네의 수심을 한껏 돋운다. 전등도 켜지 않은 방 미닫이를 반쯤 열어 놓고 컴컴한 황혼 속에 내리는 빗소리를 듣는 나의 몸과 마음은 농후한 자줏빛 안개 속으로 점점 스러져 들어가는 듯하였다. 나는 눈을 감고 머리를 숙였다. 기름을 붓는 듯이 미끄럽게 들리는 빗소리, 삼라만상을 소리 없이 싸고 도는 으슥한 빛, 모든 것은 끝없는 솜같이 부드러운 설움을 휩싸서 여지없는 듯하다. 그 설움은 내 옷을 추근히 적시고 온 모공(毛孔)으로 살금살금 기어 들어서 혈관을 뚫고 붉은 피를 푸르게 물들여서 내 온몸을 안팎 할것없이 속속이 싸고 도는 ..

보석반지 (한국문학전집 406)

최서해 | 도디드 | 900원 구매
0 0 254 2 0 45 2016-07-19
좋든지 그르든지 또는 크든지 작든지 간에 한번 젊은 가슴을 애틋이 끓게 한 사실은 좀처럼 스러지지 않는다. 나는 그 눈을 몹시 쏘던 보석반지와 그 반지의 주인공인 혜경이를 내 기억이 있는 동안에는 잊을 것 같지 않다. 내가 지금 몸을 붙여 있는 이 최목사 집에 가정교사로 들어온 지 벌써 삼 삭이나 되었다. 철없는 어린 것들을 가르치는 것은 그리 괴로울 것이 없으나 남의 지배 하에서 기계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이 젊은 나로서는 여간한 고통이 아니다. 그러나 이미 있는 바요 또 어떠한 고통이든지 견디어 나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을 잘 깨달은 나는 모든 감정을 꿀꺽꿀꺽 참고 최목사의 명령대로 하여 왔다. 최목사는 금년 서른 한 살 되는 사람이다. 그는..

기아 (한국문학전집 407)

최서해 | 도디드 | 900원 구매
0 0 283 2 0 45 2016-07-19
“여보!” 서재에서 무엇을을 쓰던 최순호는 그 아내 경희의 부르는 소리에 붓을 멈추었다. “여보세요. 거기 계세요.” 남편의 대답이 늦으니까 재차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으스름한 초승달 빛이 소리 없이 흐르는 뜰을 지나 순호의 서재 방으로 올려 들어오는 그 소리는 몹시 거칠다. 그러자 뒤따라, “으아 엄마―.” 하는 어린애 울음소리가 처량히 들린다. “왜 그러우.” 순호는 아내의 소리에 맞장구를 치면서 ‘교의’에서 일어섰다. “이리 좀 나와요. 누가 애를 버리고 갔어요.” 그 소리는 날카롭게 순호의 신경을 찌르르 울렸다. 순호는 교의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러나 순호는 아주 진중한 태도로 천천히 걸어서 밖으로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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