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나운 김승일수록 코로 맡는 힘이 날카로워 우리가 아모런 냄새도 찾어내지 못할적에도 쉐퍼 ― 드란 놈은 별안간 씩씩거리며 제꼬리를 제가 물고 뺑뺑이를 치다시피하며 땅을 호비어 파며 짖으며 달리며 하는 꼴을 보면 워낙 길들은 김승일지라도 지겹고 무서운 생각이 든다.
이상스럽게는 눈에 보히지 아니하는 도적을 맡어내는 것이다. 서령 도적이기로서니 도적놈 냄새가 따로 있을게야 있느냐 말이다. 딴 골목에서 제홀로 꼬리를 치는 암놈의 냄새를 만나도 보기 전에 맡아내며 설레고 낑낑거린다면 그것은 혹시 몰라 그럴사한 일이니 견주어 말하기에 禮답지 못하나마 사람끼리에도 그만한 후각은 說明할 수 있지 아니한가.
정지용(鄭芝溶)(1903~?)
시인
충북 옥천 출생
휘문고보 입학
일본 동지사대 영문과 졸업
경향신문 편집국장
이화여전 교수
조선문학동맹 활동, 시문학 동인
납북
대표작 정지용 시집(1935), 백록담(1946)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