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1772

백치 아다다 (한국문학전집 368)

계용묵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481 2 0 58 2016-06-29
질그릇이 땅에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고 들렸는데 마당엔 아무도 없다. 부엌에 쥐가 들었나? 샛문을 열어 보려니까, "아 아아 아이 아아 아야------." 하는 소리가 뒤란 곁으로 들려 온다. 샛문을 열려던 박씨는 뒷문을 밀었다. 장독대 밑 비스듬한 켠 아래 아다다가 입을 헤 벌리고 납작하니 엎뎌져 두 다리만을 힘없이 버지럭거리고 있다. 그리고, 머리 편으로 한 발쯤 나가선 깨어진 동이 조각이 질서 없이 너저분하게 된장 속에 묻혀 있다. "아이구테나! 무슨 소린가 했더니! 이년이 동애를 또 잡았구나! 이년아, 너더러 된장 푸래든! 푸래?" 어머니는 딸이 어딘가 다쳤는지 일어나지도 못하고 아파하는 데 가는 동정심보다 깨어진 동이만이 아깝게 눈에 보였..

이꼴이 되나니 (한국문학전집 364)

권환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376 5 0 44 2016-06-27
윤(尹)아 ─ 놈들이 가장 미워하고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윤아 네가 작년 10월 놈들의 손에 병신된 몸으로 누워있는 줄은 벌써 알았다마는 길이 멀고 일에 바빠 인제야 온 것을 용서하여다고 그러나 윤아! 우리는 정말 몰랐더니라 네가 이렇게도 무섭게 말못하게 된 줄을 네 몸이 이렇게도 부서지고 못 보게 된 줄은 윤아 ─ 작년 2월부터, 맵고 센 왜바람이 불어 수백명의 우리××[동지]들이 놈들의 쇠사슬에 매여갈 때 너도 그 중에 가장 용감하고 대담 무려한 투사의 한사람으로 염라궁같이 높고 무서운 몸집 경시청으로 들어가지 않았더냐 그 말을 우리 동지에게 들은 우리는 들고 있던 마치와 수군포를 떨어뜨리고 멀리 놈들의 치는 격금 소리..

선도자 (한국문학전집 360)

이광수 | 도디드 | 900원 구매
0 0 352 2 0 57 2016-06-26
이것이 참말일까. 아아, 이것이 참말일까. 오늘 신문에 난 상한 전보가 참말일까. 한번 다시 보자. 『조선 민족의 지도자 이 항목은 작일 당지 국민회관에서 연설하고 돌아 오는 길에 어떤 조선 사람의 육혈포에 가슴 을 맞아 시립병원에 입원하였으나 금조에 사망하였다는데. 가해자는 곧 미국 관헌에게 체포되었다더라.』 이 전보가 과연일까. 아아, 과연일까. 그렇다 하면 진실로 조선 백성은 그의 차 지도자를 잃어 버렸구나! 이 항목! 그 는 타고 난 애국자요 지도자였었다. 그에게는 집도 없었고, 재산도 없었고, 몸도 이름도 없었고, 오직 조선의 땅과 사람 이 있었을 뿐이라. 사십 평생에 그의 모든 생각과 모든 말 과 모든 행실은 오지 어찌하면 조선 백성을 자 살게 ..

개척자 (한국문학전집 361)

이광수 | 도디드 | 900원 구매
0 0 425 22 0 76 2016-06-26
화학자 김 성재(金性哉)는 피곤한 듯이 의자에서 일어나서 그리 넓지 아니한 실험실 내를 왔다갔다한다. 서향 유리창 으로 들이쏘는 시월 석양빛이 낡은 양장관에 강하게 반사되 어, 좀 피척하고 상기한 성재의 얼굴을 비춘다. 성재는 눈을 감고 뒷짐을 지고 네 걸은쯤 남으로 가다가는 다시 북으로 돌아서고, 혹은 벽을 연(沿)하여 실내를 일주하기도 하더니 방 한복판에 우뚝 서며 동벽에 걸린 팔각종을 본다. 이 종 은 성재가 동경서 고등 공업 학교를 졸업하고 돌아오는 길 에 실험실에 걸기 위하여 별택으로 사 온 것인데, 하물로 부치기도 미안히 여겨 꼭 차중이나 선중에 손수 가지고 다 니던 것이다. 모양은 팔각 목종에 불과하지만 시간은 꽤 정 확하기 맞는다. 이래 칠 년간 성재의 평생..

그의 자서전 (한국문학전집 356)

이광수 | 도디드 | 900원 구매
0 0 368 7 0 68 2016-06-24
우리 집은 삼각산이 멀리 바라보이는 어떤 농촌이다. 지금 내 눈에 조선이라는 것이 한 점으로 밖에 아니 보이기 때문 에 무슨 도, 무슨 군이라고 밝힐 필요를 느끼지 아니한다. 그뿐더러 내가 아직도 살아 있는 사람이요, 내게 관계되는 사람들이 대부분은 살아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내 집의 위치를 밝히는 것이 불편한 점도 없지 아니하다. 그러므로 내 자서전을 읽는 여러분은, 제목에는 「그」라고 하고 본 문에는 내라고 하는 이 사람이 당신네 동네, 당신 이웃에 사는 사람으로 생각하시면 그만일 것이다. 사람의 생활이란 어느 곳에를 가거나 대개 비슷한 것이니까 내 생활이 곧 당 신의 생활이 아닐까. 이것이 실례되는 말이면 용서 하라. 조선 사람의 조상들이 다 그러하였던 ..

일설 춘향전 (한국문학전집 358)

이광수 | 도디드 | 900원 구매
0 0 311 8 0 22 2016-06-25
『여바라 방자야!』 하고 책상 위에 펴 놓은 책도 보는 듯 마는 듯 우두커니 하고 무엇을 생각하고 앉았던 몽룡(夢龍)은 소리를 치었다. 『여이.』 하고 익살덩어리로 생긴 방자가 어깨짓을 하고 뛰어 들어 와 책방 층계 앞에 읍하고 선다. 몽룡은 책상 위에 들어오는 볕을 막노라고 반쯤 닫히었던 영창을 성가신 듯이 와락 밀며, 『얘, 너의 남원 고을에 어디 볼 만한 것이 없느냐?』 방자는 의외에 말을 듣는 듯이 고개를 숙인 대로 눈을 치 떠서 물끄러미 몽룡을 치어다보더니, 『소인의 골엔들 어찌 볼 만한 곳이 없을 리가 있읍니까. 산으로 가오면 나물 캐는 것도 볼 만하옵고, 들로 가오면 농사짓는 것도 볼 만하옵고, 우물로 나가오면 여편네..

허생전 (한국문학전집 359)

이광수 | 도디드 | 900원 구매
0 0 386 2 0 74 2016-06-26
다방골 변 진사라면 모를 사람이 누구랴. 서울 장안은 말 할 것도 없고, 조선 팔도에 아동 주졸이라도 조선 갑부다방 골 변 진사의 이름을 모르는 이가 없었지요. 참말이 완이 이 대장은 혹 모0르는 이가 있었을는지 모르지마는 다방골 변 진사의 이름을 모르는 이는 없었으리라. 올라오다가 남으로 뚫린 골목이 었었습니다. 그 골목을 썩 들어서면 벌써 드는 나는 사람, 마치 큰 장거리나 같지요. 그 사람들을 헤치고, 얼마를 들어가면 비록 평대 문일망정 커다란 대문이 있고, 그 대문을 썩 들어서면 넓다란 마당이 있고, 거기서 또 대문을 들어서야 큰 사랑이 있는데, 사랑 저 아랫목에 안석에 기대어 앉은 얼굴동탕하고 뚱뚱하고, 구렛나룻이 희끗희끗 센 양반이 그렇게도 도 많기로..

이차돈의 사 (한국문학전집 357)

이광수 | 도디드 | 1,900원 구매
0 0 289 2 0 10 2016-06-24
지금부터 일천 사백년쯤 전 신라나라 법흥왕(法興王)때 팔월 가윗 때. 서울 문천(汶川) 건너 서형산 밑 이손(伊飡) 벼슬 가진 당 대 명장이요, 대정치가인 이마로(伊宗—界期夫)의 집 드높은 대문 앞에는 벙치 쓰고 정등걸이 입은 구종 사오인이 쭈그 리고 앉아서 더러는 고누를 두고 더러는 이야기를 하고 있 다. 안에서는 떡 치는 소리, 부침개질하는 기름 냄새가 나온 다. 주인 대감은 오늘 신궁(神宮) 앞 넓은 마당에서 선비와 활량들이 재주 겨루는 데 시관으로 나가서 집은 조용하다. 외양에 매인 말들이 이따금 볼을 턴다. 그중에 늙수구레한 키다리 구종이, "오늘 장원이야 말할 것 없이 거칠마로(荒宗郞) 서방님이시 어." 하고 마주 앉은 잔망스러운 구종..

원효대사 (한국문학전집 355)

이광수 | 도디드 | 900원 구매
0 0 390 10 0 84 2016-06-24
원효대사는 우리 민족이 낳은 세계적 위인 중에도 머리로 가는 한 사람이다. 그는 처음으로 '화엄경소' '대승기신론소' '금강삼매경소'를 지어서 인류 문화에 불교와 더불어 멸할 수 없는 업적을 남긴 학자일뿐 아니라, 그가 몸으로 보인 무애행(無碍行)은 우리나라의 불교도에게 산 모범을 주었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위인이라 하여서 그로 내 소설의 제목 을 삼은 것은 아니다. 위인으로서의 그는 소설보다도 전기 나 다른 글로 더 잘 설명도 하고 찬양도 할 수 있을 것이 다. 내가 원효대사를 내 소설의 주인공으로 택한 까닭은 그가 내 마음을 끄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의 장처 속에서도 나 를 발견하고 그의 단처 속에서도 나를 발견한다. 이것으로 보아서 그는 가장 우리 민족..

경희 (한국문학전집 362)

나혜석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944 2 0 228 2014-02-01
나혜석의 <경희>는 근대 최초의 여성작가의 작품이자 봉건적 인습에 묶여 있던 여성의 자각을 보여주는 중요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애국계몽기 남녀평등과 여성교육론의 초기 여성해방 의식이 드러나는 소설로서 <학지광>에 실린 나혜석의 논설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참정권운동이 주축을 이룬 여권론의 영향이 짙게 느껴진다. 나혜석은 동경미술학교에서 그림을 공부하면서 논설, 소설 등 문학에도 많은 관심을 보였고 <여자계>의 편집 등 동경여자유학생회의 주요멤버로서도 활약하였는데, <경희>를 보면 주인공의 심리묘사를 통해 1910년대 일본 여자유학생의 갈등과 고뇌가 자세히 그려져 있어 소재적인 가치도 있는 작품이다. 주인공은 여자도 왜 교육을 받아야 하는지를 봉건적 여성의 삶의 모순을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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