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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청산 (한국문학전집 351)

현진건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517 2 0 53 2016-06-23
김형식의 출옥할 날은 가까워 온다. 고려 공산당 청년회 사건으로 평양 복심 판결에서 삼년 징역을 받을 때엔 아모리 각오한 노릇이로되 눈앞이 캄캄하였다. 스물 한 살이면 한창 좋은 인생의 봄철이 아닌가. 빛나는 이 청춘의 한 토막을 이 세상 지옥에서 썩고 배겨낼까. 삼 년이면 일천 구십 오일! 이 숱한 날짜가 과연 지나갈 것인가? 이 아득한 시간의 바닷속에 떠올라보지 못하고 아주 잠으러 버리지나 않을까. 그러나! 쇠창살 너머로도 해는 뜨고 졌다. 까마득하던 삼 년도 지나는 갔다. 인제 이레만 더 밝았다가 어두웠다가 하면 갈데없이 만기의 날이 닥쳐 오고야 만다. 그까짓 삼 년쯤이야! 그는 코웃음을 치게 되었다. 출옥을 하면! 그의 몸과 맘은 벌써 자유로운 세상으로 난다...

유린 (한국문학전집 352)

현진건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357 2 0 44 2016-06-23
××여학교 3년급생 정숙은 새로 한 점이 넘어 주인집에 돌아왔지만, 여름 밤이 다 밝지도 않아 잠을 깨었다. 이 짧은 동안이나마 그는 잠을 잤다느니 보다 차라리 주리난장을 맞은 사람 모양으로, 송장같이 뻐드러져 있었다. 뒤숭숭한 꿈자리에 가위 눌리고만 있었다. 물같이 흐른 땀이 입은 옷과 이불을 흠씬 적시고 있었다. 어째 제 주의 모든 것이 변한 듯싶었다. 그는 의아히 여기듯이 이리저리 시선을 던지었다. 새벽 빛은 허여스름하게 미닫이에 깃들이고 있다. 맞대 놓인 두 책상 위에 세워 있는 책들이 희미하게 보인다. 제 곁에는 깊이 잠든 정애의 까만 머리가 흰 베개 위에 평화롭게 얹히어있다. 이불이고, 요이고, 베개이고 변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모든 것이 있던 그대..

피아노 (한국문학전집 353)

현진건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384 2 0 53 2016-06-23
궐은 가정의 단란에 흠씬 심신을 잠기게 되었다. 보기만 하여도 지긋지긋한 형식상의 아내가 궐이 일본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불의에 죽고 말았다. 궐은 중등 교육을 마치 어여쁜 처녀와 신식 결혼을 하였다. 새 아내는 비스듬히 기른 머리와 가벼이 옮기는 구두 신은 발만으로도 궐에게 만족을 주고 남았다. 게다가 그 날씬날씬한 허리와 언제든지 생글생글 웃는 듯한 눈매를 바라볼 때에 궐은 더할 수 없는 행복을 느꼈다. 살아서 산 보람이 있었다.

사랑의 동명왕 (한국문학전집 354)

이광수 | 도디드 | 900원 구매
0 0 420 10 0 46 2016-06-23
그날 밤 유화는 그 젊은 사나이를 집에 들여 재우니, 이때 에 든 아기가 주몽이었다.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자칭하는 젊은 해모수는 반드시 유화 를 맞으러 올 것을 약속하고 밝는 날 아침에 가버렸으나 한 달이 가고 두 달이 지나도 소식이 없었다. 그러나 뱃속에 든 주몽은 날로 자라서 유화는 웅심산 오리골(熊心山?綠谷) 그 아버지 하백(河伯)의 집에서 실행한 계집애라 하여 쫓겨 나서 태백산 앞 우발수(太伯山南優渤水)가에서 귀양살이를 하게 되었다. 굳은 약속을 어기고 해모수가 유화를 찾아 오지 아니한데 는 이유가 있었다. 해모수는 해부루(解扶婁)가 내버리고 간 자리를 점령하여서 북부여 왕이 된 것이다. 나라를 세우는 일이 끝나면 해모수가 유화를 찾음직도 하건마는, 운명..

소복과 청자 (한국문학전집 345)

이효석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301 0 0 22 2016-06-22
아파아트에서나 다방에서나 늘 은실(銀實)이라고 불리우고 있었다. 사람들은 뭐 딱이 일이 있대서가 아니라 그 이름이 그저 부르기 좋대서 그렇게 부르곤 했었고, 그 여자도 싫기는커녕 도리어 즐거워하는 듯싶었다. 은실, 은실 이렇게 수없이 되뇌어 보면 은(銀)실꾸러미를 무한정 풀어내는 듯한 감미로운 어감이 느껴진다. 은실어떻소? 「실비아」같은 것보다도 훨씬 더 여운이 있고 맑은 기운이 일지 않소? 「실비아」같은 것보다도 훨씬 더 여운이 있고 맑은 기운이 일지 않소? 「실비아」라고 하니 생각나지만 은실은「실비아 시드니」와 퍽 닮았었다. 큼직하지 않은 날씬한 몸집에 겁겁한 듯하면서도 기실 착 가라앉은 눈매, 어디나 없이 애처러운 몸짓……정말 흡사. 그러나 구태여 그러한 외국 여배우..

박명 (한국문학전집 346)

한용운 | 도디드 | 1,900원 구매
0 0 381 6 0 37 2016-06-22
굽이치고 휘돌아서 길이 오백여 리를 흐르는 동안에 농사 짓는 물로서는 많은 이익을 주며, 마침내 대경성(大京腥)의 칠십만 인구에게 음료수를 제공하고, 배와 떼를 운전하여서 모든 물화의 운수의 편의를 주면서 낮과 밤으로 흐르고 흘 러서 서해 바다로 들어가는 한강(漢江)은 너무도 유명하다. 그러한 한강 근원의 한 가닥인 설악산(雪嶽山) 물은, 그 한 잔에 지나지 못하는 첫 근원이 그 산의 제일 상봉인 청봉 (靑峰) 밑에 있는 봉정암(鳳頂庵)의 근처에서 나서, 이조 단 종(端宗) 때의 생육신(生六臣) 중의 한 사람으로 유명한 매 월 당 김 시습(梅月堂金時習)이 산에 올라 울고 물에 임하여 울다가 마침내 중이 되어서 부처님에게 귀의하던 오세암(五 歲庵) 밑으로, 또는 김삼연..

후해 (한국문학전집 348)

한용운 | 도디드 | 900원 구매
0 0 423 2 0 53 2016-06-22
어젯밤에 개인 적은 비는 다시금 가을빛을 새롭게 하였다. 나비의 꿈인 듯한 코스모스의 가볍고 깨끗한 모양이 아침 볕에 새로운 키스를 이기지 못하여, 온몸을 움직이고 있는 한편에 처음 핀 국화의 송이송이에 맺혀 있는 이슬 방울이, 바로 보면 은(銀)인 듯하다가 비껴 보면 금인 듯도 하였으 나, 맑은 바람이 지나간 뒤에 다시 보면 그것은 은도 아니 오 금도 아니오 이상한 수정이었다. 그것을 바라보고 마음도 없이 가을 향기를 맡으면서 문지 도리를 의지하고 고요히 서 있는 스무 살이 될락말락한 예 쁜 여자는 잊었던 일을 깨우친 듯이 빠르면서도 한가하게 몸을 돌리면서, 갓 마친 단장을 거울에 비춰서 가볍게 두어 번 손질한 뒤에, 삼층장 위에 놓여 있는 바느질 그릇을 내 ..

죽음 (한국문학전집 349)

한용운 | 도디드 | 900원 구매
0 0 379 2 0 54 2016-06-23
『탕!』 하는 폭발탄 터지는 소리는 경성의 복잡하고 산만한 공기 를 울려서 천이면 천 사람, 만이면 만 사람의 다 각기 다른 여러 가지의 마음을 비교적 단순하게 통일을 시켰다. 이것은 계해년 팔월 스무 아흐렛날 오전 열한시, 곧 한일 합방 기념일의 일이었다. 폭탄 소리는 어느 나라와 어느 때 에라도 사람에게 의심스럽고 두려운 인상을 주는 것이다. 하물며 특수한 사정을 가지고 이상한 조선 사람, 그중에도 도회지인 경성에 있어서 신경이 더욱 발달되고 사정이 더욱 복잡한 여러 사람의 마음은 평화롭지 못한 폭탄 소리를 듣 고 이상한 자극을 받아서 절반은 의심하고 절반은 믿는 것 같은 방면으로 모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남다른 의심과 특별한 무서움을 가지..

순정해협 (한국문학전집 350)

함대훈 | 도디드 | 1,900원 구매
0 0 505 10 0 52 2016-06-23
1936년 1월 『조광』 3호 부터 10호 까지 연재된 소설로 1938년 한성도서에서 간행. "아직두 차가 안 보이냐?" "아이 어머니두, 차가 보이면 벌써 와 닿았게요!" "그럼 올 시간이 아직두 못 됐니?" "조금만 있으면 오게 됐어요." "원 차는 빠르대두 그렇게 늦는구나." 주름 잡힌 어머니의 얼굴이 기다림에 초조한 듯 긴장된 빛 을 띄었을 때 "뚜우." 하고 기적소리가 처량하게 들리었다. 기차는 지금 산 모퉁이를 어느덧 구렁이같이 감돌아 이편으 로 달려 오고 있는 게 이제는 완연히 보이었다. "저기, 저기 와요..... 어머니!" "응! 오는구나....." "얘 소희(素姬)야, 너두 이리 좀 와!" 영숙(..

철혈미인 (한국문학전집 347)

한용운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454 2 0 54 2016-06-22
서력(西曆) 一九三五년 二월 一三일 하오 三시에 천진남마 로(天津南馬路)에 있는 불교거사림(佛敎居士林)에서 중국 군 벌의 거두 손 전방(孫傳旁)의 암살 사건이 있었는데 그 범인 은 당년 三0세의 아름다운 여자였다. 「약한 자여 너의 이 름은 여자니라」는 별명을 드드는 섬약한 여자 중의 한 사 람인 시 곡란(施谷蘭)이 듣기만 하여도 무시무시한 군벌의 거두요 백전 노장(百戰老將)인 손 전방을 암살한 원인을 자 세히 알려면 말로 二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화민국 一四년이었다. 중국의 혁명은 완성되지 못하고 중벌들은 각각 자기의 세력을 붙들기 위하여 모든 수단을 다할 뿐이요, 국가와 민생은 안중에도 두지 아니하므로 중 국 四억의 민중은 거의 어육이 되는 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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