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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척자 (한국문학전집 361)

화학자 김 성재(金性哉)는 피곤한 듯이 의자에서 일어나서 그리 넓지 아니한 실험실 내를 왔다갔다한다. 서향 유리창 으로 들이쏘는 시월 석양빛이 낡은 양장관에 강하게 반사되 어, 좀 피척하고 상기한 성재의 얼굴을 비춘다. 성재는 눈을 감고 뒷짐을 지고 네 걸은쯤 남으로 가다가는 다시 북으로 돌아서고, 혹은 벽을 연(沿)하여 실내를 일주하기도 하더니 방 한복판에 우뚝 서며 동벽에 걸린 팔각종을 본다. 이 종 은 성재가 동경서 고등 공업 학교를 졸업하고 돌아오는 길 에 실험실에 걸기 위하여 별택으로 사 온 것인데, 하물로 부치기도 미안히 여겨 꼭 차중이나 선중에 손수 가지고 다 니던 것이다. 모양은 팔각 목종에 불과하지만 시간은 꽤 정 확하기 맞는다. 이래 칠 년간 성재의 평생의 동무는 실로 이 시계였었다. 탁자..
화학자 김 성재(金性哉)는 피곤한 듯이 의자에서 일어나서 그리 넓지 아니한 실험실 내를 왔다갔다한다. 서향 유리창 으로 들이쏘는 시월 석양빛이 낡은 양장관에 강하게 반사되 어, 좀 피척하고 상기한 성재의 얼굴을 비춘다. 성재는 눈을 감고 뒷짐을 지고 네 걸은쯤 남으로 가다가는 다시 북으로 돌아서고, 혹은 벽을 연(沿)하여 실내를 일주하기도 하더니 방 한복판에 우뚝 서며 동벽에 걸린 팔각종을 본다. 이 종 은 성재가 동경서 고등 공업 학교를 졸업하고 돌아오는 길 에 실험실에 걸기 위하여 별택으로 사 온 것인데, 하물로 부치기도 미안히 여겨 꼭 차중이나 선중에 손수 가지고 다 니던 것이다. 모양은 팔각 목종에 불과하지만 시간은 꽤 정 확하기 맞는다. 이래 칠 년간 성재의 평생의 동무는 실로 이 시계였었다. 탁자에 마주 앉아 유리 시험관에 기기괴괴 한 여러 가지 약품을 넣어 흔들고 짓고 끓이고 하다가 일이 끝나거나 피곤하여 휴식하려 할 때에는 반드시 의자를 핑 들려 이 팔각종의 시계 분침 였다. 실험실 내 고단(孤單)한 생활에 서로 마주보고 있었으니 정이 들 것도 무리는 아니 다. 칠년 북은 목 종은 벌써 칠(漆)이 군데군데 떨어지고 면 의 백색 판에도 거뭇거뭇한 점이 박히게 되었다. 돌아가는 소리인지 금년 철 잡아서는 두어 번 선 적이 잇었다. 성재 는 시계가 선 것을 보고는 가슴이 두근두근하도록 놀라고, 그의 누이되는 성순(性淳)도 그 형으로 더불어 걱정하였다.
이광수(李光洙, 일본식 이름: 가야마 미쓰로(香山光郞), 1892년 3월 4일 평안북도 정주군 ~ 1950년 10월 25일)는 조선, 일제 강점기와 대한민국의 소설가이자 작가, 시인, 문학평론가, 페미니즘 운동가, 언론인이었으며, 조선왕가의 방계혈족, 사상가, 기자, 번역가, 자유주의 운동가이기도 했다. 일제 강점기에는 독립운동에 참여, 신한청년당,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참여하고, 임정 사료편찬위원회와 독립신문 등을 맡기도 했었다. 유교적 봉건 도덕, 윤리관을 비판하였고, 여성 해방과 자유 연애론을 주장했다. 언론 활동으로는 동아일보 편집국장과 조선일보 부사장을 지냈고 또한 번역가로도 활동하여 영미권의 작품을 한글로 번안하여 국내에 소개하기도 했다.

1909년 첫 작품 사랑인가를 발표한 이후 일본 유학 중에 소설과 시, 논설 등을 발표하였고, 귀국 후 오산학교에서 교편을 잡다가 망명, 1919년 도쿄(東京)의 조선인 유학생의 2·8 독립 선언을 주도했으며, 2·8 독립 선언서를 기초한 후 3·1 운동 전후 상하이로 건너가 상하이 임시정부에 참가하고 독립신문을 발행했다. 1921년 귀국 후에는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등의 언론에 칼럼과 장·단편 소설, 시 등을 발표하였다.

안창호, 윤치호, 김성수 등의 감화를 받아 민족 개조론과 실력 양성론을 제창하였으며, 1922년 흥사단의 전위조직인 수양동맹회를 조직하고, 안창호를 도와 흥사단 국내 조직과 수양동우회에 적극 참여하였다. 수양동우회 사건을 계기로 하여, 친일파로 변절한 이후에는 대표적인 친일파로 규탄받았다. 일제 강점기 후반에는 민족성, 인간성의 개조를 주장하였고 한때 나치즘 등에도 공감하기도 했다. 그는 안창호, 윤치호의 사상적 계승자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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