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1767

오리온과 능금 (한국문학전집 337)

이효석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434 2 0 51 2016-06-19
나오미가 입회한 지는 두 주일밖에 안되었고, 따라서 그가 연구회에 출석하기는 단 두번 임에도 불구하고 어느덧 그의 태도가 전연 예측치 아니하였던 방향으로 흐름을 알았을 때에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의 감정의 움직임이란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지만 짧은 시간에 그가 나에게 대하여 그러한 정서를 품게 되었다는 것은 도무지 뜻밖의 일이었음을 나는 놀라는 한편 현혹한 느낌을 마지 않았던 것이다. 하기는 나오미가 S의 소개로 입회하게 된 첫날부터 벌써 나는 그에게서 동지라는 느낌보다도 여자라는 느낌을 더 많이 받았다. 그것은 나오미가 현재 어떤 백화점의 여점원이요, 따라서 몸치장이 다소 사치한 까닭이라는 것보다도 대체로 그의 육체와 용모의 인상이 너무도 연하고 사치한 ..

오후의 해조 (한국문학전집 338)

이효석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324 2 0 47 2016-06-19
사무소 안의 기맥을 조심스럽게 살피며 그가 인쇄소의 문을 연 것은 오정을 조금 넘어서였다. 마음과 몸이 울르르 떨렸다. 그의 계획하여 가는 일의 위험성에서 흘러나오는 불안과 또한가지 쌀쌀한 일기에서 받는 추위 때문에였다. 십일월을 반도 넘지 않은 날씨이니 그다지 매울 때가 아니련만 늦은 비기 한 줄기 뿌리더니 며칠 전부터 일기는 별안간 쌀쌀하여졌다. 어제밤 M·H점 좁은 온돌방에서 그 집 가족들 속에 섞여 동무들과 늦도록 일하다가 그 자리에 쓰러져서 설핀 새우잠을 잔 것이 더한층 그를 으시시하게 하였을 것이나 그것보다도 더 많이 마음을 압도하는 일의 중량이 그를 물리적으로 떨게 하였던 것이다.

상륙 (한국문학전집 339)

이효석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273 2 0 51 2016-06-19
아세아 대륙의 동방 소비에트 연방의 일단. 눈앞에 거슬리는 한 구비의 산도 없이 훤히 터진 넓은 대륙의 풍경과 그 끝에 전개되어 있는 근대적 다각미를 띠운 도시를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배가 반가운 기적을 뚜―뚜― 울리며 붉은 기 날리는 수많은 배 사이를 뚫고 두 가닥 진 반도의 사이를 들어가 항구 안에 슬며시 꼬리를 돌렸을 때에 그는 석탄고 속에서 문득 곤한 잠을 깨었다. 요란한 기관소리와 끊임없는 동요가 별안간 문득 그쳤기 때문이었다. 「이제 다 왔구나 !」 닻줄 내리는 요란한 윈치 소리를 들을 때에 그는 숨을 기게 내쉬었다.

행진곡 (한국문학전집 340)

이효석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325 2 0 54 2016-06-19
혼잡한 밤 정거장의 잡도를 피하여 남과 뒤떨어져서 봉천행 삼등차표를 산 그는 깊숙이 모자 밑 검은 안경 속으로 주위를 은근히 휘돌아보더니 대합실로 향하였다. 중국복에 싸인 청년의 기상은 오직 늠름하였다. 조심스럽게 대합실 안을 살펴보면서 그는 한 편 구석 벤취 위에 가서 걸터앉았다. 찻시간을 앞둔 밤의 대합실은 물끓듯 끓었다. 담화, 환조, 훈기, 불안한 기색, 서마서마한 동요, 영원한 경영, 엄숙한 생활에 움직이고 움직였다. 그 혼잡의 사이를 뚫고 괴상한 눈이 무수히 반짝였다. 시골뜨기같이 차린 친구―희조한 도리우찌, 어색한 양복저고리 짧고 깡또한 바지 어디서 주워 모았는지 너절한 후까 고무 게다가 값싼 금테 안경으로 단장한 그들의 눈은 불유쾌하리만치 날카롭게 빛났..

불사조 (도딤문고 한국문학전집)

심훈 | 도디드 | 900원 구매
0 0 383 3 0 60 2016-06-14
심훈의 「직녀성」 전편에 해당하는 소설이다. 서사의 전반부는 남녀간의 애정 관계가 주를 이루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사회주의 계급사상을 실천하기 위한 인물들의 노력이 부각된다. 일제의 검열에 의해 완결을 보지 못하고 미완에 그친 작품이다. 타락한 지주계층과 대비되는 노동자들의 사랑을 강조함으로써 식민지하 민족의식을 지켜 나간 노동자 계층을 긍정적으로 그리고 있다. 내용 조선이 낳은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김계훈의 귀국 독주회 막이 오른다. 음악회가 성황리에 끝나고 계훈은 독일 유학 시절에 만난 주리아와 함께 호텔로 돌아온다. 일 년 전 그는 유부남임을 숨기고 주리아와 결혼했다. 계훈의 아내 정희는 영문도 모르고 집에서 쫓겨나는 바람에 아들 영호와 생이별을 했다. 주..

수난 (도딤문고 한국문학전집)

이효석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308 2 0 66 2016-06-15
A는 같은 편집실의 젊은 동료이었다. 평소의 친절을 두터운 우정의 표현이라고만 생각하였던 것이 우정의 한계를 넘어 돌연히 사랑의 고백이 되었을 때 유라는 현혹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의 그의 친절이 별안간 치장된 함정같이 생각되어서 유라는 황급히 신변을 경계하기 시작하였다. 그의 태도와 눈치가 진하면 진할수록 쌀쌀하게 몸을 지녔다. 이것이 도리어 그의 부당한 반감을 사게 되어 마침내 절교까지에 이르렀다. A는 얼마 안되어 사를 물러가게 되었으나 그후 유라는 일신에 관한 대중없는 중상과 소문을 자주 들을 때마다 그것이 A의 유언의 소치나 아닌가 하고 우울한 날이 많았다. 일면 팔침을 맞았을 때의 남자의 계염과 천려를 슬퍼하고 민망히도 여겼다.

독백 (한국문학전집 335)

이효석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254 2 0 24 2016-06-16
아 침에 세수할 때 어디서 날아왔는지 버들잎새 한 잎 대야물 위에 떨어진 것을 움켜 드니 물도 차거니와 노랗게 물든 버들잎의 싸늘한 감각 ! 가을이 전신에 흐름 을 느끼자 뜰 저편의 여윈 화단이 새삼스럽게 눈에 들어왔다 . 장승같이 민출한 해 바라기와 코스모스——모르는 결에 가을이 짙었구나 . 제비초와 애스터와 도라지꽃 ——하늘같이 차고 푸르다 . 금어초, 카카랴, 샐비어의 붉은 빛은 가을의 마지막 열 정인가. 로틴제——종이꽃같이 꺼슬꺼슬하고 생명 없고 마치 맥이 끊어진 처녀의 살빛과도 같은 이 꽃이야말로 바로 가을의 상징이 아닐까 . 반쯤 썩어져 버린 홍초 와 관라디올럿 , 양구비의 썩은 육체와도 같다——가을은 차고 맑다 . 마치 바닷물에 젖은 조개껍질과도 같이 .

프레류드 (한국문학전집 336)

이효석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368 2 0 19 2016-06-16
(나 — 한 사람의 마르크시스트라고 자칭한들 그다지 실언을 아니겠지. —그리고 마르크시스트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 없으렷다.) 중얼거리며 몸을 트는 바람에 새까맣게 끄스른 낡은 등의 자가 삐걱삐걱 울렸다. 난마같이 어지러운 허벅숭이 밑에서 는 윤택을 잃은 두 눈이 초점 없는 흐릿한 시선을 맞은편 벽 위에 던졌다. 윤택은 없을망정 그의 두 눈이 어둠침침한 방안에서— 실로 어두침침하므로— 부엉이의 눈 같은 괴상한 광채를 띠었다. 「그러지 말라」는 「죽지 말라」의 대명사였다.

함부라비 법전 (도딤문고20)

작자 미상 | 도디드 | 1,000원 구매
0 0 1,264 5 0 204 2016-06-09
바빌로니아인이 인류에게 남긴 가장 큰 유산은 함무라비 법전이다. 이 법전은 기원전 1800년경 함무라비 왕에 의해 편찬되었는데 8피트 높이의 딱딱한 돌기둥에 새겨져 공포되었다. 그로 인해 이 법전은 거의 4천 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원형 그대로 남아있다. 이보다 앞서 수메르아카드인들도 법률을 갖고 있었는데, 함무라비는 이 모든 것들을 종합수정하여 세계 최초의 성문법전을 편찬하였던 것이다. 이 법전은 당시의 사회가 3계층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지배계층은 사제 및 세속 귀족들, 일반 시민 계층은 상인 및 농민들, 최하위계층은 그 숫자가 급증하고 있던 노예들이었다. 따라서 3가지 형태의 법조문이 각 계층에 다르게 적용되었으며, 동일한 계층 내의 모든 구성원들은..

영국대헌장 (도딤문고21)

작자 미상 | 도디드 | 1,000원 구매
0 0 544 3 0 127 2016-06-09
마그나 카르타 (라틴어: Magna Carta, Magna Carta Libertatum, 영어: the Great Charter of Freedoms) 혹은 대헌장(大憲章)은 1215년 6월 15일에 영국의 존 왕이 귀족들의 강요에 의하여 서명한 문서로, 국왕의 권리를 문서로 명시한 것이다. 왕에게 몇 가지 권리를 포기하고, 법적 절차를 존중하며, 왕의 의지가 법에 의해 제한될 수 있음을 인정할 것을 요구했다. 국왕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문서화하기 시작하여 전제 군주의 절대 권력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흔히 영국 민주주의의 시발점으로 강조되는 것과 달리, 문서 자체에 민주주의적 요소는 없다. 이 문서에서 민주주의의 시사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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