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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고도 긴급한 문제(한국문학전집 388)

권환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651 2 0 78 2016-07-12
우리 예술운동은 또다시 침체하려 한다. 어느 동지는 1930년의 우리 예술운동은 비약적 발전을 해야 한다고 말하였다. 그러나 우리 눈에 보이는 현금 정세로서는 그 동지의 말과 정반대로 비약적 퇴축(退縮)은 하지 않을까 우리는 기우 아니할 수 없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국내에서는 소부르적 잡지였으나 우리 동지들의 손으로《조선문예》란 잡지를 발간하여 저 얄미운 국민문학파와 격렬하게 싸우고, 또 각 신문을 통해서 같이 싸우기에는 너무 치졸하였지마는 소위‘계급적 민족의식’의 정체를 폭로시켰다. 그래서 기분(幾分)의 성공이라도 하였다. 또 국외 동경(東京)에서는《무산자》잡지를 2호까지나 발간하여 모든 반동적 소부르조아와 싸우며, 노농대중에게 ××[계급]의식을 적극적으로 아지 프로..

현정세와 예술운동 (한국문학전집 389)

권환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413 2 0 83 2016-07-12
이 졸고는 10월 초경에 집필, 11월 하순 예맹 주최의 강연에 쓴 것인데, 그 후 급격히 변전(變轉)되는 주위의 일반정세는 이것이 활자로 발표될 때엔 벌써 시기에 대한 적의성(適宜性)을 잃게 할는지 모른다. 잔학무비(殘虐無比)한 일본 제국주의적 쇠사슬이 한번 산산이 끊어질 때에 우리 삼천만 민족은 일부 민족 반역자를 제외하고는 다같이 환희를 부르짖고 축배를 들었다. 그러나 그 축배는 다 같지 않았다. 한편에선 일본 제국주의의 착취 기구까지 상속받아 살이 더 찌겠다고 축배를 거듭거듭 들고 다른 한편에선 민족적 쇠사슬은 끊어졌으나 또 한 가닥의 계급적 쇠사슬은 아직 그냥 있고 치열한 계급적 투쟁이 다시 남아 있어 내일에 들 축배를 한잔 남겨두었다. 그래서 조선의 현 정세는 ..

현실표현의 방법 (한국문학전집 390)

권환 | 도디드 | 900원 구매
0 0 379 2 0 55 2016-07-12
예술은 어느 것이나 다 인간 생활 ─ 현실을 기초로 하여 구성되고, 따라서 그것은 어떠한 형식으로든지 현실을 표현하는 것이지마는 장르상으로 보아 다음과 같은 두 가지로 대별할 수 있다. 한가지는 현실이 반영된 인간의식 자체가 주관적으로 현실을 표현하는 것이고, 다른 한가지는 현실을 대상으로 하여 객관적으로 그것을 표현하는 것인데, 전자에 속한 예로는 시가, 음악 등이고, 후자에 속한 예로는 회화, 조각, 소설 등이니, 시가에 있어서도 현실의 시각적 형상을 표현할 수도 있다(예하면 이미지즘 류의 시). 그러나 그것은 현실을 객관적으로 또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그것이 아니고, 찰나적으로 작용하는 주관적 감각적 표현 그것이다.

금강산 정조 (한국문학전집 381)

현진건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331 2 0 45 2016-07-12
금강산 이야기를 쓰라시는 명령이 지중하온지라 붓을 들기는 들었사외다마는 하로하고 또 반나절 동안을 꿈속같이 다녀왔으니 무슨 두고두고 우려낼 건덕지가 있사오리까. 휘둥대둥 색책 삼아 몇 줄 끄적거리는 것을 눌러보아주실는지요? 수주 대형! 금강산이란 쉽게 말하면 암석세계(岩石世界)라 할까요. 곧 돌로 이룩한 조그마한 우주입디다. 이 돌이 큰 놈은 어마어마하게 하늘을 떠 받드는 헌헌장부도 되고 아름다운 놈은 흰 치맛자락을 거듬거듬 춤추는 미인도 됩니다. 의젓한 부처님, 동탕한 신선, 흉물스러운 짐승들이 왼통 돌로 깎고 그리고 새기고 저며진 것이외다. 여기 맑고 맑은 물이 갖은 재롱과 아양을 떨며 흐릅니다. 물은 비록 물일망정 여느 물이 아니요, 여기 아니고는 도저히 구경할 수가..

사상의 로맨스 (한국문학전집 382)

현진건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457 2 0 39 2016-07-12
현대식 결혼한 춘추 공(春秋公)과 문희(文姬) 태종대왕 춘추공으로 말하면 신라 일대의 성군으로 삼국 통일의 위업을 이룩한 놀라운 어른이시고 그의 비 문명황후(文明皇后) 문희도 또한 김유신 장군의 누이로 아름답고 어질고 한 나라의 어머니 될 재덕을 겸비하신 이다. 이 두 분 사이에 생긴 현대식 결혼 로맨스. 그렇다. 자유연애에서 의엿한 결혼까지의 안타까움과 기쁨을 천 수백년 전 옛날에 그분들이 벌써 겪은 것이다. 유신 공에게 아름다운 누이 두 분이 있었는데 맞누이는 보희(寶姬)로 아이적 이름은 아해(阿海)요, 끝에 누이는 문희로 어릴 때엔 아지(阿之)라고 불렀다. 어느 때 정초에 보희가 서악에 올라 소피를 보매 그 흰 줄기가 왼 서울에 가득 차는 꿈을 꾸고 하도 신..

고도순례 경주 (한국문학전집 383)

현진건 | 도디드 | 900원 구매
0 0 386 2 0 40 2016-07-12
7월 8일 아츰 경부선에 몸을 실리다. 행리로는 지팽이 하나 손가방 하나. 단출하고 가든하기 훨훨 날아갈 듯, 죽장망혜로 천리강산을 들어간다는 옛노래의 풍정과 심회도 이러하였으리라. 생각하면 여행다운 여행을 해본 지도 정말 오래간만이다. 5년이 되었는가, 10년이 되었는가. 헤어나지 못하던 공무(公務)와 속무(俗務)를 비록 일시나마 떨치고 표연히 떠나는 것만 해도 얼마나 시원하고 즐거운지. 저번 큰물 진 뒤로 빗방울이 오락가락하던 일기조차 오늘만은 훨씬 개이었다. 새맑은 하늘가엔 목단송이 같은 흰 구름이 뭉실뭉실 피어 오른다. 한강물이 잠깐 붉은 기운을 띤 것은 지난 번 장마의 흔적인가. 질펀한 뫼와 들은 부신 햇발을 안아 푸른빛이 다시금 새로워, 그 싱싱하고 선명한 ..

교섭없던 그림자 (한국문학전집 384)

현진건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307 2 0 41 2016-07-12
못 잊는 여자 이 분홍색 ! 제목이 실없이 나를 괴롭게 하였다. 몇 마디 적기는 적어야 되겠는데 대관절 나에게 그런 알뜰한 이성이 있었던가. 녹주홍등(綠酒紅燈)의 거리에서 손끝에 스치는 가는 버들이 있을 법만 하건마는 그것은 괴어 오른 알코올의 거품으로 가뭇없이 사라졌다. 나는 기억의 사막에 방황해 보았다. 한 송이 어여쁜 꽃을 찾아보려고 한 줄기 그윽한 향기를 맡아 보려고 그러나 나에게 그런 아름다운 행복이 있을리 없었다. 잿빛 안개가 겹겹으로 싸인 사막은 쓸쓸하게 가로 누웠을 뿐이다. 나는 이 빛깔도 없고 윤갈도 없는 지나간 감정 생활을 돌아보매 말할 수 없는 비애가 가슴을 누른다.

동화 (한국문학전집 385)

채만식 | 도디드 | 900원 구매
0 0 299 2 0 32 2016-07-12
그날까지가 ‘동화’고, 그래서 업순이는 그리로 떠났다. 그 안날 낮에 물기가 듣는 듯 그늘 짙은 뒷마루에서 업순이는 바느질이 자지러졌다. (음력으로 칠월) 한여름의 한낮은 늘어지게 길다. 조용하고, 이웃들도 졸음이 오게 짝 소리 없다. 뒤 섶울타리를 소담스럽게 덮은 호박덩굴 위로 쨍쨍한 불볕이 내리쬔다. 오래 가물기도 했지만, 더위에 시달려 호박잎들이 너울을 쓴다. 손 가까운 데 두고 풋고추도 따먹을 겸 화초삼아 여남은 포기나 심은 고춧대들도 가지가 배애배 꼬였다. 그래도 갓난아기 고추자지 같은 고추가 담숭담숭 열리기는 했다. 울타리 밑에서는 장닭이 암탉을 두 마리 데리고, 덥지도 않은지 메를 헤적 이면서 가만가만 쏭알거린다. 키만 훨씬 크지 가지나 잎은 앓고 난..

정차장 근처 (한국문학전집 386)

채만식 | 도디드 | 900원 구매
0 0 275 2 0 26 2016-07-12
밤 열한점 막차가 달려들려면 아직도 멀었나보다. 정거장은 안팎으로 불만 환히 켜졌지 쓸쓸하다. 정거장이라야 하기는 이름뿐이고 아무것도 아니다. 밤이니까 아니보이지만 낮에 보면 논 있는 들판에서 기차길이 두 가랑이로 찢어졌다가 다시 오므려진 그 샅을 도독이 돋우어 그 위에 생철을 인 허술한 판장집을 달랑 한 채 갸름하게 앉혀놓은 것 그것뿐이다. 그밖에 전등을 켜는 기둥이 몇 개 섰고, 절 뒷간처럼 쫓겨간 뒷간이 있고 쇠줄로 도롱태를 달아놓은 우물이 있고, 그리고 넌지시 떨어져 술집, 사탕집, 매갈잇간, 주재소 그런 것들이 초가집, 생철집 섞어 저자를 이룬 장터가 있고.그러나 그러는 해도 이 정거장이 올 가을로 접어들면서 굉장하게 번화해졌다.

인형의 집을 나와서 (한국문학전집 387)

채만식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389 2 0 38 2016-07-12
노라는 지금으로부터 칠 년 전, 그의 나이 열아홉 살 되는 해에 변호사 현석준과 결혼을 하였다. 그때에 벌써 삼십이 넘은 장년의 남자인 현은 노라를 몹시 귀애하였다. 그는 ‘우리 종달새’니 ‘우리 다람쥐’니 하고 노라를 불렀다. 노라도 그를 극진히 사랑하였다. 그런데 그들이 결혼한 지 일년 남짓하여 첫아이 마리아를 낳던 해 현은 과로 끝에 중병이 들어 죽게 앓았다. 그 때문에 노라는 자기 친정아버지의 종신도 하지 못하였다. 그 뒤에 현의 병은 겨우 낫기는 하였으나 다만 병줄을 놓았을 뿐이지 건강을 완전히 회복하지는 못하였다. 현의 병을 정성껏 보아 주었고, 그런 뒤로부터 현 부부와 친숙하여져 줄곧 지금까지 흉허물없이 한 집안식구처럼 지내오게 된 병든 의사 남병희는 일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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