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도 남쪽 바다 ─
천리만리 망망한 연파(烟波) 속에 외로이 자리 잡고 있는 섬나라 제주도(濟州道)에는 옛날부터 해녀(海女)가 있기로 유명한 곳이다.
모슬포(摹瑟浦)라는 포구에 사는 고옥랑(高玉娘)이라는 해녀가 어떤 따뜻한 봄날 전복을 따려고 나무잎 같은 쪽배를 저어 제주도의 남쪽 바다에 멀리 떨어져 있는 마라도(摩羅島)란 섬으로 갔었다.
이허도(島)러라 이허도러라
이허이허 이허도러라
이허도가면 나눈물난다
이허말은 마러저가라
서룬 어머니 날배힐적에
어느 바다의 메억을 먹어
바람일적 절(波)일적마다
구을리며 못사라서라
영해(瀛海)바다 가없은 바다
어느 날 온갖이라살이
바닷가의 봄빛을 사랑하는 고옥랑은 청아한 목소리로 이와 같은 해녀의 노래를 부르며 모래사이로 한참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한곳을 가니 뜻밖에 광채가 찬란한 대모(玳瑁)하나가 바다 물결에 밀리어 해변에 나온 것을 발견하였다. 아무리 해물만 잡아서 생활을 하는 해녀일지라도 다정다감한 옥랑은 깊은 바다에 있던 그 대모가 육지에 나와서 죽게 된 것을 보고 불쌍히 여기어 한참 손으로 어루만지다가 다시 깊은 바다 속으로 넣어주었다.
그 대모는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는 듯이 머리를 쑤욱 내어 흔들고 바다 속으로 들어갔다.
시인ㆍ수필가ㆍ언론인(1887~1946). 호는 청오(靑吾). 개벽사 주간을 지내면서 ≪개벽≫, ≪별건곤(別乾坤)≫, ≪신여성≫, ≪농민≫ 따위의 잡지를 발간하였다. 저서에 ≪조선사 천년 비사(朝鮮史千年祕史)≫, ≪해동 염사(海東艶史)≫ 따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