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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근대문학선: 출범시대 (이효석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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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74 2 0 8 2016-08-31
한 민(韓民) 박 철(朴哲) 이완읍(異完湆) 영 호(英浩) 영 애(英愛) 혜 련(惠蓮) 오 빠 부 루(富婁) 동 지 5∼6인 형사 수인(數人) 여 급 기 타 자 막 (용명溶明) 출범시대에 속하는 단순하고 낡은 이야기이니 현 계단의 요구에 어그러질 는지도 모르나 앞으로 닥쳐올 새날의 한 서곡이 된다면 스스로 족한 이야기 이다.

한국근대문학선: 프렐류드 (이효석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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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515 2 0 61 2016-08-31
“나 ─ 한 사람의 마르크시스트라고 자칭한들 그다지 실언은 아니겠지.─ 그리고 마르크시스트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 없으렷다.” 중얼거리며 몸을 트는 바람에 새까맣게 끄스른 낡은 등의자가 삐걱삐걱 울렸다. 난마같이 어지러운 허벅숭이 밑에서는 윤택을 잃은 두 눈이 초점 없는 흐릿한 시선을 맞은편 벽 위에 던졌다. 윤택은 없을망정 그의 두 눈이 어둠침침한 방안에서 ─ 실로 어둠침침하므로 ─ 부엉이의 눈 같은 괴상한 광채를 띠었다. ‘그러지 말라’는‘죽지 말라’의 대명사였다.

한국근대문학선: 강의 유혹 (이효석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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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35 2 0 1 2016-09-01
시절은 원래가 자연의 배경 속에 숨어드는 것이어서 녹음이 없고 밀화 부리의 노래가 없다면 사실 어떻게 해서 밀려드는 5월의 숨결인들 느낄 수 있으랴. 거리는 5월의 거리나 3월의 거리나 매일반, 백화점의 의상부가 아무리 빛 엷은 시절의 옷감을 내걸고 자랑을 한대야 거리를 왕래하는 여인들의 맵시란 거개가 휘줄그레하고 시원치 못하다. 미색(美色)의 곳으로 이름만이 높을 뿐 이렇게 졸색이 흔한 곳도 처음 본다. 몇 해를 있어도 수려한 미인을 보았던지 못 보았던지 기억에 없다. 결국 아름다운 것이란 극히 귀한 것인 듯하며 그러기에 같이 있는 모양이다.

한국근대문학선: 밀화부리의 노래 (이효석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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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357 2 0 1 2016-09-01
올같이 5월이 고르지 못한 해는 없는 듯하다. 달이 다 가도 바람이 불고 비가 오고 날이 차서 풀 타던 절기가 되돌아서 뒷걸음치군 한다. 난삽(難澁)한 탄생의 고통같이 괴로워하고 무죽거린다. 3월에 바람이 불고, 4월에 바람이 불고, 워낙 바람이 많은 고장이긴 하지만 5월에 들어서까지 바람이 분다. 남풍도 아니요, 동풍도 아니요, 서풍이 분다. 셸리가 노래한 억센 서풍은 아니거니와 맨스필드의 따뜻한 서풍도 아니다.

한국근대문학선: 소요 (이효석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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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28 2 0 1 2016-09-01
학교가 교외의 새집으로 옮아온 까닭에 따라 근처로 이사를 해봤어도 아침 저녁 고개를 넘으려면 근 15분이 걸린다. 풀이 우거진 산속 지름을 천천히 걸으면서 알맞은 산책의 세음을 댄다. 산을 사이에 두고 이쪽과 저쪽의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 거리로 향한 쪽은 도진(都塵)에 끄슬렸고 학교로 향한 쪽은 아직도 정하고 조용하다. 비탈 군데군데에 날림으로 꾸며든 방공호가 비바람에 무너져 조그만 문이 두더지의 굴인 양 바라보인다. 안에 난이 고이고 서리가 돋아 발 들여 놓을 곳이 없어 보이나, 그래도 곧잘 거지의 소굴이 되고 벼락패의 랑데부의 곳이 된다고 한다.

한국근대문학선: 녹음의 향기 (이효석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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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77 2 0 1 2016-09-01
꽃은 다 좋은 것이요 길바닥에 , 밟히우는 하찮은 한 송이라도 버리기 어려운 것이지만 강잉히 꼭 한 가지만을 고르라면 장미를 취할까. 모양이며 빛깔이며 향기며, 장미는 뭇 꽃을 대표할만하다. 장미의 상징이 공통되고 단일함도 그 까닭일 듯하다. 장미의 호화로운 특징은 누구에게나 직각적이요 선명하다. 번스가 노래한 장미도 르노아르가 그린 장미도 그 속 뜻과 상징은 같은 것이다.

한국근대문학선: 한식일 (이효석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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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493 2 0 1 2016-09-01
한식날 묘를 다스리고 돌아와 목욕재계하고 고요히 앉으니 눈물이 또 새로워진다 사람은 이 더운 . 눈물을 가진 까닭에 슬픔을 단적으로 표현할 수 있고 그럼으로써 무한한 슬픔을 얼마간 덜어 버리는 것인 듯도 하다. 자란 사람의 울고 있는 양을 아무도 보고 있지 않음이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다. 무진장으로 흘러내리는 눈물은 얼굴과 심정을 어지럽히는 것이요, 그칠 줄 모르는 눈물은 귀하고 아깝기도 하다. 눈물은 슬픔을 맑게 하고 깊게 한다.

한국근대문학선: 거리의 목가 (이효석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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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86 2 0 17 2016-08-31
명호는 거듭되는 실수에 혀를 차고 알을 다시 집어다가 제 자리에 놓고 손수건을 내서 이마의 땀을 씻는다. 부드러운 미소 속에 떠오르는 지친 빛을 볼 때 영옥은 너무도 오래 끌어가는 그의 실수에 민망한 생각조차 들었다. 베이비 골프는 역시 마지막 코오스가 제일 지리해서 단 두 사람만의 결전이면서도 벌써 한 시간을 훨씬 넘었다. 코오 스는 쉬운 데서부터 점차 까다로와져서 열째 코오스가 가장 난관이었다. 당초부터 명호에게 유리하던 승산이 별안간 뒤 집혀진 것은 참으로 이 열째 코오스에서였다. 그렇다고 영 옥의 재주가 더 익숙한 것은 아니었으니 그는 명호에게 끌 려오자 오늘이 처음이었다. 온전히 그 순간순간의 손의 수 요, 재치여서 처음인 영옥이면서도 익숙한 명호와 거의 같..

한국근대문학선: 장미병들다 (이효석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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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305 2 0 17 2016-08-31
싸움이라는 것을 허다하게 보았으나 그렇게도 짧고 어처구니없고 그러면서도 싸움의 진리를 여실하게 드러낸 것은 드물었다. 받고 차고 찢고 고함치고 욕하고 발악하다가 나중에는 피차에 지쳐서 쓰러져 버리는, 그런 싸움이 아니라 맞고 넘어지고 항복하고 그뿐이었다. 처음도 뒤도 없이 깨끗하고 선명하여 마치 긴 이야기의 앞뒤를 잘라 버린 필름 몇 토막과도 같이 신선한 인상을 주는 것이었다. 그 신선한 인상이 마침 영화관을 나와 그 길을 지나던 현보와 남죽 두 사람의 발을 문득 머무르게 하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두 사람이 사람들 속에 한몫 끼여 섰을 때에는 싸움은 벌써 끝물이었다. 영화관, 음식점, 카페, 매약점 등이 어수선하게 즐비하여 있는 뒷거리 저녁때, 바로 주렴을 드..

한국근대문학선: 개살구 (이효석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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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466 2 0 29 2016-08-31
서울집을 항용 살구나뭇집이라고 부르는 것은 바로 집 뒤를 아름드리 살구나무가 서 있는 까닭인데 오대조서부터 내려온다는 그 인연 있는 고목을 건사할 겸 집은 집이언만 결과로 보면 대대로 내려오는 무준한 그 살구나무가 도리어 그 아래의 집을 아늑하게 막아 주고 싸주는 셈이 되었다. 동리에서 제일 먼저 꽃피는 것도 그 살구나무여서 한참 제철이면 찬란한 꽃송이와 향기 속에 온통 집은 묻혀 무르녹은 꿈을 싸주는 듯도 하지만 잎이 피고 열매가 맺기 시작하면 집은 더한층 그 속에 묻혀 버려서 밖에서는 도저히 집안을 엿볼 수 없는 형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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