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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근대문학선: 호텔부근 (이효석 50)

이효석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237 2 0 1 2016-09-04
하숙 이층에서는 호텔과 후원의 팔각당이 정면으로 바라보인다. 호텔의 창호(窓戶)는 늘 닫히었고 굴뚝에는 연기가 끊일 새 없고 팔각당 근처에는 수목이 푸르다. 저녁때이면 소복소모(素服巢帽)의 보이가 나무 사이에 희끗희끗 어른거리며 당 주위를 휘돌아치며 새둥우리라도 들쳐 내려는 듯한 눈치였다. 노가지나무와 은행나무 가지가 흔들렸다. 지붕 기와 틈에 앉았던 검은 새가 푸드득 날곤 하였다. 그 아름다운 한 폭의 풍경을 나는 사랑한다. 확실히 그 어느 화가의 그림에 비슷한 구도가 있었던 듯이 기억된다. 그 귀한 한 폭을 하염없이 굽어보며 생각에 잠기곤 하였다.

한국근대문학선: 사온사상 (이효석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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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81 2 0 1 2016-09-04
언제인들 안 그러랴만 오는 시절에의 원망(願望)이 이렇듯 간절한 때는 없었다. 그것은 굳이 겨울보다 봄의 아름다움을 생각하여서가 아니라 겨울은 겨울로서 즐기는 법도 있으련만 ─ 너무도 초라한 오늘에 싫증이 남이로다. 우울한 이날이 얼른 가고 새봄이 왔으면 하고 원하면서 나날의 괘력(掛曆)을 한 장 한 장 뜯어 버리기란 휴지통에 들어가는 그 한 장의 일력(日歷)에 보람없는 하루를 영영 묻어 버리는 것 같아서 유쾌도 하다. 비에 젖은 장미포기의 푸른 줄기를 꺾어 보면 제법 진이 나고 벚나무가지의 봉오리를 따 보면 봉곳한 속에 푸른 생기가 넘쳐 있어 그것이 가까워 오는 시절을 분명히 약속하여 주는 것이니 제 아무런 변이 있다 하더라도 이 약속만은 절대의 것이며 새 시절을 당하..

한국근대문학선: 전원교향악의 밤 (이효석 52)

이효석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239 2 0 1 2016-09-04
여행 떠난 지 거의 일주일이 되었다. 훌륭하지도 못한 하숙 이층 방에서 그믐을 보내고 정초를 맞기가 그다지 서글픈 것도 없었다 . 달력의 음양을 물을 것 없이 제야(除夜)라는 것이 그닷 특별한 정서를 자아내지 못하게 되었다. 동무를 만나고 책을 읽는 밤이 하필 제야가 아니고 다른 밤이라도 좋은 것이며, 가정의 단란과 이웃과의 사귐도 제야가 아니고 그 어느 밤이라도 좋은 것이다. 그러므로 제야를 객지에서 맞고 쓸쓸한 방에서 홀로 책을 읽음이 그다지 서글픈 것은 없다.

한국근대문학선: 새로운 것과 낡은 것 (이효석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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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61 2 0 1 2016-09-01
기껏 두 번째의 만주 여행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번은 대단하게 말해보고 싶은 의욕에 가득해진 것은 웬 까닭일까. 지식은 요설을 막기 때문일까. 만일 그렇다면 이는 슬퍼할 일이 아니리라. 지금부터 나는 더욱더욱 만주를 익히고 친해져 이로써 점점 침묵하리라. 쉴새없이 떠벌리는 것보다 단지 인식하는 것만이 커다란 즐거움인 까닭이다.

한국근대문학선: 주리야 (이효석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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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64 6 0 7 2016-08-31
연말을 끼고 정리되지 못한 여러 가지 일에 분주한 주화는 종일 회관에서 일을 보다가 조그만 셋방으로 돌아오니 누운 채 깊은 잠이 폭 들었다. 깊은 잠속에 꿈이 새어들고 꿈속 에서 그는 의외에도 한 여성의 방문을 받았다. 너무도 의외 의 인물의 방문에 의아하여 꿈속에서도 그는 눈을 비비고 그를 다시 바라보고 두번째 만나는 그 아름다운 여성의 자 태에 현혹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두어 주일 전에 동무들 과 같이 고향인 관북 방면에 유물론 강연을 갔을 때 S항구 에서 만난 그 여자인 것이다. 가는 곳마다 청중이 적음을 탄식하던 끝에 S항구라 예측 이상의 활기에 기운을 얻은 그 는 강연을 마친 후에 여관에서 그의 강연에 공명한 한 나어 린 아름다운 여성의 방문을 받았던 것이다...

한국근대문학선: 출범시대 (이효석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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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62 2 0 7 2016-08-31
한 민(韓民) 박 철(朴哲) 이완읍(異完湆) 영 호(英浩) 영 애(英愛) 혜 련(惠蓮) 오 빠 부 루(富婁) 동 지 5∼6인 형사 수인(數人) 여 급 기 타 자 막 (용명溶明) 출범시대에 속하는 단순하고 낡은 이야기이니 현 계단의 요구에 어그러질 는지도 모르나 앞으로 닥쳐올 새날의 한 서곡이 된다면 스스로 족한 이야기 이다.

한국근대문학선: 프렐류드 (이효석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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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504 2 0 61 2016-08-31
“나 ─ 한 사람의 마르크시스트라고 자칭한들 그다지 실언은 아니겠지.─ 그리고 마르크시스트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 없으렷다.” 중얼거리며 몸을 트는 바람에 새까맣게 끄스른 낡은 등의자가 삐걱삐걱 울렸다. 난마같이 어지러운 허벅숭이 밑에서는 윤택을 잃은 두 눈이 초점 없는 흐릿한 시선을 맞은편 벽 위에 던졌다. 윤택은 없을망정 그의 두 눈이 어둠침침한 방안에서 ─ 실로 어둠침침하므로 ─ 부엉이의 눈 같은 괴상한 광채를 띠었다. ‘그러지 말라’는‘죽지 말라’의 대명사였다.

한국근대문학선: 강의 유혹 (이효석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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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24 2 0 1 2016-09-01
시절은 원래가 자연의 배경 속에 숨어드는 것이어서 녹음이 없고 밀화 부리의 노래가 없다면 사실 어떻게 해서 밀려드는 5월의 숨결인들 느낄 수 있으랴. 거리는 5월의 거리나 3월의 거리나 매일반, 백화점의 의상부가 아무리 빛 엷은 시절의 옷감을 내걸고 자랑을 한대야 거리를 왕래하는 여인들의 맵시란 거개가 휘줄그레하고 시원치 못하다. 미색(美色)의 곳으로 이름만이 높을 뿐 이렇게 졸색이 흔한 곳도 처음 본다. 몇 해를 있어도 수려한 미인을 보았던지 못 보았던지 기억에 없다. 결국 아름다운 것이란 극히 귀한 것인 듯하며 그러기에 같이 있는 모양이다.

한국근대문학선: 밀화부리의 노래 (이효석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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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347 2 0 1 2016-09-01
올같이 5월이 고르지 못한 해는 없는 듯하다. 달이 다 가도 바람이 불고 비가 오고 날이 차서 풀 타던 절기가 되돌아서 뒷걸음치군 한다. 난삽(難澁)한 탄생의 고통같이 괴로워하고 무죽거린다. 3월에 바람이 불고, 4월에 바람이 불고, 워낙 바람이 많은 고장이긴 하지만 5월에 들어서까지 바람이 분다. 남풍도 아니요, 동풍도 아니요, 서풍이 분다. 셸리가 노래한 억센 서풍은 아니거니와 맨스필드의 따뜻한 서풍도 아니다.

한국근대문학선: 소요 (이효석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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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19 2 0 1 2016-09-01
학교가 교외의 새집으로 옮아온 까닭에 따라 근처로 이사를 해봤어도 아침 저녁 고개를 넘으려면 근 15분이 걸린다. 풀이 우거진 산속 지름을 천천히 걸으면서 알맞은 산책의 세음을 댄다. 산을 사이에 두고 이쪽과 저쪽의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 거리로 향한 쪽은 도진(都塵)에 끄슬렸고 학교로 향한 쪽은 아직도 정하고 조용하다. 비탈 군데군데에 날림으로 꾸며든 방공호가 비바람에 무너져 조그만 문이 두더지의 굴인 양 바라보인다. 안에 난이 고이고 서리가 돋아 발 들여 놓을 곳이 없어 보이나, 그래도 곧잘 거지의 소굴이 되고 벼락패의 랑데부의 곳이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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