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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근대문학선: 관북의 평야은 황소가슴 같소 (이효석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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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77 2 0 1 2016-09-03
낡은 자전거를 수리시키고 머리를 한 치 가량이나 무지러 버렸습니다. 바다에 다니려는 준비입니다. 벌판 저편으로 빤히 바라다보이는 바다까지는 자전거로 10분 남짓이 달리면 됩니다. 내의 바람에 잠방이를 입고 긴 양말을 신고 마치 가게의 차인꾼 같은 차림으로 사람들의 체면도 불구하고 맨머리바람으로 날마다 바다에 나갑니다.

한국근대문학선: 해초향기품은 청춘의 태풍 (이효석 46)

이효석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359 2 0 1 2016-09-04
마을의 소재야 늘 같은 것이지만 시절을 따라 약동하는 듯합니다. 두 살밖에 안되는 농장의 유우(乳牛)는 벌써 새끼를 낳고 남는 우유를 집집마다 배달하게 되었습니다. 양의 우리 안에는 식구가 늘었고 계사(鷄舍)에서는 대낮이면 닭이 알을 낳습니다. 물콩이 장하고 호박꽃이 피고 옥수수 수염이 자랐습니다. 갑진(甲辰) 낮에 붕긋거리던 뜰 앞의 백합이 진홍으로 피어나고 산월(産月)을 한달이나 넘은 태모에게는 드디어 한 무게에 가까운 남아가 탄생하였습니다 ─ 이것이 이 시절의 관북 전원풍경입니다.

한국근대문학선: 인물보다 자연이 나를 더 반겨주오 (이효석 47)

이효석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270 2 0 1 2016-09-04
뜰에 꽃포기를 말끔히 심고 가지와 토마토까지 가꾸어 놓으면서 꽃도 꽃이려니와 열매는 손에 대지도 못한 채 떠날까 말까 망설이다가 별안간 사정도 생기고 하여 불시에 이곳으로 떠나 왔습니다. 서울에는 들지도 못하고 역의 폼을 밟았을 뿐, 8분 동안에 부랴부랴 경의선에서 함경선을 갈아타고 침대 차로 주을까지 택시로 경성까지 스물여섯 시간 동안 일로 직행하여 왔습니다. 일단 와 놓고 보니 오기를 잘했다고 거듭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한국근대문학선: 나의 수업시대 (이효석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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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319 2 0 2 2016-09-04
일곱 살 전후하여 가정과 사숙에서 소학을 배울 때 여름 한철이면 운문을 읽으며 오언절구를 짓느라고 애를 썼다. 즉경(卽景)의 제목을 가지고 오로지 경물을 묘사할 적당한 문자를 고르기에만 골몰하였으니 시적 감흥이라는 것보다는 식자(植字)에 여념이 없었던 셈이다. 오늘의 문학에 그다지 도움된 바 못되나 그러나 표현의 선택이라는 것을 배웠다면 이 시절의 끼친 공 일는지도 모른다. 열 살 남짓해서 신소설 추월색을 읽게 되었으니 이것이 이야기의 멋을 알고 문학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된 처음인 듯하다. 추운 시절이면 머리맡에 병풍을 둘러치고 어머니와 나란히 누워 추월색을 번갈아 가며 되풀이하여 읽었다.

한국근대문학선: 화춘의 장 (이효석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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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409 2 0 1 2016-09-04
오랑캐꽃이 시들고 개나리와 살구꽃이 한창이요, 이어 벚꽃의 만발이 날을 다투고 있다. 모란대 일대는 관화(觀花)의 준비로 아롱기둥에 등을 달고 초롱을 늘이고 초초한 치장으로 화려한 날을 등대하고 있다. 해마다의 관화의 풍속이 풍류스럽다느니 보다 이제는 벌써 일종의 퇴색적 속취(俗臭)가 먼저 눈에 뜨이게 된 것은 사실이나, 그러나 시절의 꽃을 대할 때 즐겨하고 상줌이 사람의 상정인 이상 역시 일맥의 아치를 부정할 수는 없으며 이 습속을 일률로 야속시할 수만은 없는 것이다.

한국근대문학선: 호텔부근 (이효석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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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46 2 0 1 2016-09-04
하숙 이층에서는 호텔과 후원의 팔각당이 정면으로 바라보인다. 호텔의 창호(窓戶)는 늘 닫히었고 굴뚝에는 연기가 끊일 새 없고 팔각당 근처에는 수목이 푸르다. 저녁때이면 소복소모(素服巢帽)의 보이가 나무 사이에 희끗희끗 어른거리며 당 주위를 휘돌아치며 새둥우리라도 들쳐 내려는 듯한 눈치였다. 노가지나무와 은행나무 가지가 흔들렸다. 지붕 기와 틈에 앉았던 검은 새가 푸드득 날곤 하였다. 그 아름다운 한 폭의 풍경을 나는 사랑한다. 확실히 그 어느 화가의 그림에 비슷한 구도가 있었던 듯이 기억된다. 그 귀한 한 폭을 하염없이 굽어보며 생각에 잠기곤 하였다.

한국근대문학선: 사온사상 (이효석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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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90 2 0 1 2016-09-04
언제인들 안 그러랴만 오는 시절에의 원망(願望)이 이렇듯 간절한 때는 없었다. 그것은 굳이 겨울보다 봄의 아름다움을 생각하여서가 아니라 겨울은 겨울로서 즐기는 법도 있으련만 ─ 너무도 초라한 오늘에 싫증이 남이로다. 우울한 이날이 얼른 가고 새봄이 왔으면 하고 원하면서 나날의 괘력(掛曆)을 한 장 한 장 뜯어 버리기란 휴지통에 들어가는 그 한 장의 일력(日歷)에 보람없는 하루를 영영 묻어 버리는 것 같아서 유쾌도 하다. 비에 젖은 장미포기의 푸른 줄기를 꺾어 보면 제법 진이 나고 벚나무가지의 봉오리를 따 보면 봉곳한 속에 푸른 생기가 넘쳐 있어 그것이 가까워 오는 시절을 분명히 약속하여 주는 것이니 제 아무런 변이 있다 하더라도 이 약속만은 절대의 것이며 새 시절을 당하..

한국근대문학선: 전원교향악의 밤 (이효석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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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48 2 0 1 2016-09-04
여행 떠난 지 거의 일주일이 되었다. 훌륭하지도 못한 하숙 이층 방에서 그믐을 보내고 정초를 맞기가 그다지 서글픈 것도 없었다 . 달력의 음양을 물을 것 없이 제야(除夜)라는 것이 그닷 특별한 정서를 자아내지 못하게 되었다. 동무를 만나고 책을 읽는 밤이 하필 제야가 아니고 다른 밤이라도 좋은 것이며, 가정의 단란과 이웃과의 사귐도 제야가 아니고 그 어느 밤이라도 좋은 것이다. 그러므로 제야를 객지에서 맞고 쓸쓸한 방에서 홀로 책을 읽음이 그다지 서글픈 것은 없다.

한국근대문학선: 새로운 것과 낡은 것 (이효석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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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71 2 0 1 2016-09-01
기껏 두 번째의 만주 여행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번은 대단하게 말해보고 싶은 의욕에 가득해진 것은 웬 까닭일까. 지식은 요설을 막기 때문일까. 만일 그렇다면 이는 슬퍼할 일이 아니리라. 지금부터 나는 더욱더욱 만주를 익히고 친해져 이로써 점점 침묵하리라. 쉴새없이 떠벌리는 것보다 단지 인식하는 것만이 커다란 즐거움인 까닭이다.

한국근대문학선: 주리야 (이효석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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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76 6 0 7 2016-08-31
연말을 끼고 정리되지 못한 여러 가지 일에 분주한 주화는 종일 회관에서 일을 보다가 조그만 셋방으로 돌아오니 누운 채 깊은 잠이 폭 들었다. 깊은 잠속에 꿈이 새어들고 꿈속 에서 그는 의외에도 한 여성의 방문을 받았다. 너무도 의외 의 인물의 방문에 의아하여 꿈속에서도 그는 눈을 비비고 그를 다시 바라보고 두번째 만나는 그 아름다운 여성의 자 태에 현혹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두어 주일 전에 동무들 과 같이 고향인 관북 방면에 유물론 강연을 갔을 때 S항구 에서 만난 그 여자인 것이다. 가는 곳마다 청중이 적음을 탄식하던 끝에 S항구라 예측 이상의 활기에 기운을 얻은 그 는 강연을 마친 후에 여관에서 그의 강연에 공명한 한 나어 린 아름다운 여성의 방문을 받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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