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219
2
0
1
2016-09-01
학교가 교외의 새집으로 옮아온 까닭에 따라 근처로 이사를 해봤어도 아침 저녁 고개를 넘으려면 근 15분이 걸린다. 풀이 우거진 산속 지름을 천천히 걸으면서 알맞은 산책의 세음을 댄다.
산을 사이에 두고 이쪽과 저쪽의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 거리로 향한 쪽은 도진(都塵)에 끄슬렸고 학교로 향한 쪽은 아직도 정하고 조용하다. 비탈 군데군데에 날림으로 꾸며든 방공호가 비바람에 무너져 조그만 문이 두더지의 굴인 양 바라보인다. 안에 난이 고이고 서리가 돋아 발 들여 놓을 곳이 없어 보이나, 그래도 곧잘 거지의 소굴이 되고 벼락패의 랑데부의 곳이 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