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1772

한국근대문학선: 사냥 (이효석 07)

이효석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619 2 0 50 2016-08-27
연해 두어 번 총소리가 산속에 울렸다. 몰이꾼의 행렬은 산등을 넘고 골짝을 향하여 차차 옴츠러들었다. 발밑에 요란히 울리는 떡갈잎 가랑잎의 어지러운 소리에 산을 싸고 도는 동무들의 고함도 귀 밖에 멀다. 상기된 눈앞에 민출한 자작나무의 허리가 유난스럽게도 희끔희끔 거린다.

한국근대문학선: 만보 (이효석 08)

이효석 | 도디드 | 900원 구매
0 0 239 2 0 16 2016-08-27
도수장께를 들어오다 만보는 기어코 지게를 벗어 던지고 밭고랑으로 뛰어들어가 허리를 풀었다. 보거나 말거나 태연한 자세로 담배를 집어내 불을 붙였다. 섬은 바소고리의 곱절이 든다. 공복에 두 섬의 거름을 들까지 나르고 나니 해도 어지간히 들었다. 만보는 면에서도 제일가는 장골이다. 장정의 반나절 일을 식전에 해버리는 버릇이었다.

한국근대문학선: 서한 (이효석 09)

이효석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282 2 0 44 2016-08-27
반장님. 나는 내일이면 이 반을 즉 이 동네를 떠나려는 사람입니다. 다른 구역으로 이사를 가서 다른 반 속에 또 편입되려는 것이오나 웬일인지 애석의 정 없이는 이 반을 떠날 수가 없게 됐습니다. 반에서 해온 여러 가지 행사도 행사려니와 반장님의 가지가지의 자태가 마음속에 새겨져서 잊혀지지 않습니다. 이웃 사람들과 나눠 온 정리보다는 무엇보다도 영감이 보여준 여러 가지의 심정이 내게는 더 인상깊게 치부되었습니다.

한국근대문학선: 일요일 (이효석 10)

이효석 | 도디드 | 900원 구매
0 0 343 2 0 19 2016-08-27
잡지사에서 부탁 온 지 두 달이 되는 소설 원고를 마지막 기일이 한 주일이나 넘은 그날에야 겨우 끝마쳐 가지고 준보는 집을 나왔다. 칠십 매를 쓰기에 근 열흘이 걸렸다. 그의 집필의 속력으로는 빠른 편도 느린 편도 아니었으나 전날 밤은 자정이 넘도록 책상 앞에 앉았었고, 그날은 새벽부터 오정 때까지 꼽박 원고지와 마주대하고 앉아서야 이루어진 성과였다. 그런 노력의 뒷받침이라 두툼한 원고를 들고 오후는 되어서 집을 나설 때 미상불 만족과 기쁨이 가슴에 넘쳤다. 손수 그것을 가지고 우편국으로 향하게 된 것도 시각을 다투는 편집자의 초려를 생각하는 한편 그런 만족감에서 온 것이었다. 더욱이 그날은 일요일이다. 일요일의 한가한 오후를 거리에서 지내고 싶은 생각도 없지 않았던 것..

한국근대문학선: 산협 (이효석 11)

이효석 | 도디드 | 1,000원 구매
0 0 296 2 0 46 2016-08-27
공재도가 소금을 받아오던 날 마을 사람들은 그의 자랑스럽고 호기로운 모양을 볼 양으로 마을 위 샛길까지들 줄레줄레 올라갔다. 세참 때는 되었을까, 전 놀이가 지난 후의 개나른한 육신을 잠시 쉬고 싶은 생각들도 있었다. 마을이라고는 해도 듬성한 인가가 산허리 군데군데에 헤일 정도로밖에는 들어서지 않은 펑퍼짐한 산골이라 이쪽저쪽의 보리밭과 강낭밭에서 흰 그림자들이 희끗희끗 일어서서는 마을 위로 합의나 한 것 같이 모여들 갔다.

한국근대문학선: 라오코윈의 후예 (이효석 12)

이효석 | 도디드 | 900원 구매
0 0 228 2 0 19 2016-08-28
무덥고 답답한 것은 오히려 참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몰려드는 파리떼야말로 역물이다. 편집 시간을 앞두고 수선스럽고 어지럽고 초조한 편집실의 오후를 파리떼는 제 세상인 듯 들끓고 있다. 얼굴과 손을 간지르다가는 목탄지 위에다 불결한 배설을 하고 날아가곤 한다. “추잡한 방안이 천재의 있을 환경이 못 되누나.” 삽화가 마란은 시간이 촉박하였음에도 그날 소설에 들어갈 삽화를 아직도 그리지 못한 채 파리와의 싸움에 정신이 없다. 천재로 자처하는 그에게 휘답답한 편집실은 버릇없기 짝없는 곳이다.

한국근대문학선: 가을의 산양 (이효석 13)

이효석 | 도디드 | 900원 구매
0 0 270 2 0 16 2016-08-28
화단 위 해바라기 송이가 칙칙하게 시들었을 젠 벌써 가을이 완연한 듯하다 해바라기를 비웃는 . 듯 국화가 한창이다. 양지쪽으로 날아드는 나비 그림자가 외롭고 풀숲에서 나는 벌레소리가 때를 가리지 않고 물 쏟아지듯 요란하다. 아침이나 낮이나 밤이나 그 어느 때를 가릴까. 사람의 오장육부를 가리가리 찢으려는 심산인 듯하다. 애라에게는 가을같이 두려운 시절이 없고 벌레소리같이 무서운 것이 없다. 지난 칠년 동안 ─준보를 알기 시작했을 때부터 그 어느 가을인들 애라에게 쓸쓸하지 않은 가을이 있었을까.

한국근대문학선: 부록 (이효석 14)

이효석 | 도디드 | 900원 구매
0 0 196 2 0 19 2016-08-28
운파군의 사건이 있은 지도 달포가 넘었다. 주위와 친구들이 한바탕 떠들썩도 했고 그의 종적을 수색하노라고 발끈들 뒤집혔었으나 이제 와서는 벌써 실종(失踪)의 사실로밖에는 돌릴 수 없게 되었다. 날마다 내게 쫓아와서는 울고 보채고 하던 군의 부인과 식구들도 결론을 안 바에야 얼마간 가라앉은 것도 사실인 듯해서 요새는 그들의 자태를 보기도 드물게 되었다. 가장을 잃은 집안이 얼마나 쓸쓸하고 적막할 것을 생각하고 그들의 자태에 눈자위가 따끈해지기도 했으나 요새 와서는 나도 가라앉은 마음에 운파 자신의 몸 위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정감록 (한국문학전집 602)

최남선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365 2 0 1 2016-08-25
근세 조선 민중의 정신 생활 가운데 가장 간절한 동경과 깊은 흥미와 또 많은 기대를 몰이해 가진 것이 무엇이냐 하면, 그것은 避亂[피란] 곳이 어디냐, 異人[이인]이 누구냐 하는 문제라 할 수 있읍니다. 혹은 드러나게, 혹은 숨어서, 혹은 좋아하는 듯하게, 혹은 싫어하는 듯하게, 혹은 신앙적으로, 혹은 흥미적으로, 그 심하고 심하지 아니한 정도는 있을 법하되, 피난처를 알려 하고, 이인이 나왔으면 하는 생각을 가지지 아니한 이는 거의 한 사람도 없으리라고 할 수 있읍니다. 그 어떤 이는 實心[실심]으로 이런 것을 반대하고, 또 이런 방면에 아무 관심도 가지지 아니하는 듯한 사람도 가만히 사상의 내용과 아울러 그 표면으로 나타나는 證迹[증적]을 살펴보건대, 은연히 자기도 모..

고려의 도선 (한국문학전집 603)

최남선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411 2 0 1 2016-08-25
신라에서도 통일운동 시대를 지내고는 한참 동안 이인의 이야기가 끊어졌읍니다. 그리하다가 제四九[사구]대 憲康王[헌강왕] 代[대]로부터 도적이 사방에 일어나서 世事[세사]가 갈수록 紛紜(분운)하고, 이른바 後三國[후삼국]의 亂局[란국]이 벌어져 가게 되어 이인의 유가 차차 역사의 표면에 나타나게 되었읍니다. 나중에는 驅疫神[구역신]이 된 동해 용왕의 아들이라는 處容[처용]과, 南山神[남산신]의 변화라는 象審[상심]과, 北岳神[북악신]의 現形[현형]이라는 地伯[지백]이라고 하는 이들은 다 이 즈음에 나타난 이인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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