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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근대문학선: 고도기 (이효석 37)

단골로 대놓고 와 주는 굴장수 노인은 벌써 보름이나 전부터 겨울 외투를 입었더니 요새는 어느결엔지 두터운 솜옷으로 변했다. 부엌으로 살며시 돌아와서는 내보이는 굴동이가 여름보다는 선뜻하고 차 보인다. 젓을 담그면 이튿날로 맛이 들던 것이 일주일을 넘어야 입에 맞게 되었다. 솜옷 입은 노인의 굴동이와 함께 가을이 짙었다. 서리 온 뒤의 오랍뜰은 지저분하고 흐린 날이 계속되고 짓밟힌 낙엽이 추접하다. 사무소 앞에서는 묵은 난로의 연통 소제들을 하고 있고 지하실에서는 보일러를 손질하고 검사를 맞는다고 처음으로 불을 땐 것이 경(涇) 4척의 아이디얼식의 가마에 물이 펄펄 끓어 실내가 훈훈하건만 이 3층까지는 아직 증기가 안 온다.
단골로 대놓고 와 주는 굴장수 노인은 벌써 보름이나 전부터 겨울 외투를 입었더니 요새는 어느결엔지 두터운 솜옷으로 변했다. 부엌으로 살며시 돌아와서는 내보이는 굴동이가 여름보다는 선뜻하고 차 보인다. 젓을 담그면 이튿날로 맛이 들던 것이 일주일을 넘어야 입에 맞게 되었다. 솜옷 입은 노인의 굴동이와 함께 가을이 짙었다.
서리 온 뒤의 오랍뜰은 지저분하고 흐린 날이 계속되고 짓밟힌 낙엽이 추접하다. 사무소 앞에서는 묵은 난로의 연통 소제들을 하고 있고 지하실에서는 보일러를 손질하고 검사를 맞는다고 처음으로 불을 땐 것이 경(涇) 4척의 아이디얼식의 가마에 물이 펄펄 끓어 실내가 훈훈하건만 이 3층까지는 아직 증기가 안 온다.
이효석은 경성 제국대 영문과를 졸업한 후 경성(鏡城) 농업학교 교사, 평양 대동강 공업전문학교와 숭실전문 교수를 역임한 당대 최고의 인텔리였다. 그는 1928년 [조선지광(朝鮮之光)] 7월호에 단편소설 <도시와 유령>을 발표함으로써 동반작가로 문단에 데뷔하여, 유진오와 함께 동반작가로 활동하였으나 1933년 순수문학 주도의 [구인회]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돈(豚)>(1933) 발표 후 순수문학으로 전향하였다. 그는 1936년 한국 단편문학의 전형적인 수작(秀作)이라 할 <메밀꽃 필 무렵>을 발표하였다. 그 후 서구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장미 병들다>, 장편 <화분> 등을 계속 발표하여 성(性) 본능과 개방을 추구한 새로운 작품 경향으로 주목을 받았다. 수필, 희곡 등 220여 편의 작품을 남기고 뇌막염으로 사망했는데 김동인, 현진건과 함께 3대 단편 작가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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