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건 | 도디드 | 4,000원 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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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8
독자여! 나는 귀신이다. 사람이 죽으면 귀신이라 하거늘 나는 한번 죽었던 사람이니 귀신이 아니고 무엇이랴. 사람으로 귀신 노릇, 귀신으로 사람 노릇, 세상에 이같이 두렵고 무서운 일이 또 있을까. 아아,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만일 내 말을 못 믿겠거든 나의 고장 이탈리아(伊太利) 나폴리에 가서 백작(伯爵) 하준(河遵)은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어봐라. 누구나 하준은 벌써 죽었다고, 대답하리라. 부청(府廳)에 가서 민적대장(民籍臺帳)을 들쳐 보더라도 하준은 84년에 못된 유행병에 걸려 죽은 줄을 알 것이다. 나는 곧 그 죽은 하준이다. 민적상으로 보든지 법률상으로 보든지 온전히 죽은 사람이건만, 나는 오히려 이 세상에 살아있다. 당년 30세에 신체 건장한 남아로 시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