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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한국문학전집: 현진건 11)

아르치바셰프 (현진건 역) | 도디드 | 800원 구매
0 0 301 2 0 1 2016-10-18
매음부 사슈가의 코가 떨어진 뒤는 그 어여쁘고 고운 얼골이 썩어 가는 조개 껍질같이 되었다 사슈가의 . 생명은 사슈가가 스스로 생명이라고 자랑하는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 그에게 남은 것은 다만 추하고 더러운 그것뿐이요 또 한 가지는 밝은 낮빛이 끝없는 검은 밤이 되고 그믐밤은 도리어 한없는 백주(白晝)가 될 따름이다. 기한(飢寒)은 그의 약한 몸을 졸라맨다. 몸이라고 하는 것은 반쯤 죽어가는 개나 괘이(猫) 모양으로 겨우 밭(田)이랑 같은 좌우의 가슴과 공동묘지같이 울퉁불퉁한 뼈마디만 겨우 붙어 있을 뿐이다. 그는 큰길로부터 쓸쓸한 골목길로 옮기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제일 더럽고 제일 고약한 남자에게 몸을 허락하게 된 불쌍한 신세이다.

그리움의 한 묶음 (홍사용 06)

홍사용 | 도디드 | 800원 구매
0 0 235 2 0 1 2016-10-18
이별 그리고는 …… 그리움이다. ‘나’와 이별…… 나는 청년이다. 아직도 앞길이 구만리같이 창창한 나로서, 무슨 그렇게 지독한 이별을 당하고서야. 어떻게 살 수 있을 것이냐…… 만은 그래도 끝없는 그리움은 때없이 나를 덮어누르고 있다. 팔자 사나운 그 그리움이, 나와 무슨 업원(業寃)이 있었음인지 무슨 인연이 깊었음인지, 원수이냐, 사랑이냐 그것은 도무지 몰라도, 이 세상에서 나를 가장 잘 알아준다 하는 이도 그리움 그이요, 내가 노상 사귀어 잘 안다 하는 이도 그리움 그이다.

조선은 메나리 나라 (홍사용 07)

홍사용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245 2 0 1 2016-10-18
너희 부리가 어떠한 부리시냐 아득한 옛날 일이야 어찌 다 이루 가리어 알 수가 있으랴마는 그래도 만년의 기나긴 내력을 가진 거룩한 거레이다. 우리 아가 예쁜 아가금싸라기같이 귀한 아가신통방통 우리 아가 이것은 어머니가 어린 나에게 던져주시던 수수팥단지였지마는, 그래도 나를 얼싸안고 웃음과 눈물을 반죽해 부르시던 자장노래였다. 나는 지금도 어머니의 부르시던 고 보드라운 음조(音調)를 휘돌쳐 느끼고 있다. 내가 어찌 하기로서니 그것이야 설마 잊을 수가 있으랴. 아뭏든 우리가 어려서는 귀한 아기였었던지?

이러쿵 저러쿵 (한국문학전집: 현진건 01)

현진건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227 2 0 1 2016-10-18
사람이란 먹으려고 사는 게 아니라 살려고 먹는 것이라(Man lebt nicht um zu essen, sondern ißt um zu leben.) 함은 독일의 俚諺[1]이라던가. 더군다나 우리 동양으로 말하면, 어느것은 口腹小人이라니, 여지없이 모욕하고 멸시하고 눈썹을 찡그리고 침을 배앝았다. 사람이 살기란 먹기 위함인가 아닌가는 꿈에도 생각지 않았으리라. 과연 먹자고 산다는 것은 만물의 영장 되는 사람에게 최대 모욕이리라. 다른 동물이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다면 남들을 상에도 창피한 일이리라. 생각만 해도 부끄러운 일이다. 그러나 시방 효연소연히 전세계를 울리고 움직이고 뒤흔드는 문제가 무엇인가. 분명히 빵의 분배 문제라 한다. 먹자는 시비요, 다툼이요, 싸..

화형 (한국문학전집: 현진건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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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184 2 0 1 2016-10-18
해님 다리를 조금 비켜놓고 모기내 천변 큰 길에는 장작과 솔단이 집채같이 재이었다. 황을 덤썩 묻힌 긴 채 관솔에 불을 붙여 군데군데 꽂아 놓으매, 검은 연기가 구름장 모양으로 뭉게뭉게 떠오르자, 그 밑에서 시뻘건 불길이 이글이글 타오르기 시작하였다. 오늘이 마침 팔월 한가위 신궁 앞 넓은 마당과 서울 거리거리에 구경거리가 덤뿍 벌어져서 사람들은 많이 빠져나갔건만 그래도 이 참혹한 광경을 보아지라고 모여든 군정들은 천변 한길이 비잡도록 개아미떼같이 덕시글덕시글하였다.

무명 영웅 (한국문학전집: 현진건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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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346 2 0 1 2016-10-18
별안간에 쓸 것도 없으니까, 색책(塞責)으로 프랑스(佛蘭西) 소단(騷壇) 19세기 도미(掉尾)의 명작인 하나이 「시라노 드 베르즈라크(Cyrano de Bergerac」나 소개해 볼까. 그 작자인 에드몽 로스탕(Edmond Rostand. 1868~1918), 프랑스 남쪽 항구인 마르세이유 태생으로 그의 부친은 신문 기자요 경제학자인 반면에 시짓기를 좋아하였고 또 음악가의 혈통이 있기 때문에 그는 어려서부터 시와 음악으로 그 부드러운 정서를 기를 수 있었다. 철학도 배우고 미학에도 맛을 들여 보았고 또 법률을 연구한 결과, 법학사란 학위까지 얻었다. 그러나 그는 법률가가 되지 않고 아름다운 시집을 내기도 하며 어여쁜 여시인과 백년가약을 맺기도 하였다. 그가 23세가 되었..

재활 (한국문학전집: 현진건 04)

현진건 | 도디드 | 4,000원 구매
0 0 270 2 0 1 2016-10-18
독자여! 나는 귀신이다. 사람이 죽으면 귀신이라 하거늘 나는 한번 죽었던 사람이니 귀신이 아니고 무엇이랴. 사람으로 귀신 노릇, 귀신으로 사람 노릇, 세상에 이같이 두렵고 무서운 일이 또 있을까. 아아,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만일 내 말을 못 믿겠거든 나의 고장 이탈리아(伊太利) 나폴리에 가서 백작(伯爵) 하준(河遵)은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어봐라. 누구나 하준은 벌써 죽었다고, 대답하리라. 부청(府廳)에 가서 민적대장(民籍臺帳)을 들쳐 보더라도 하준은 84년에 못된 유행병에 걸려 죽은 줄을 알 것이다. 나는 곧 그 죽은 하준이다. 민적상으로 보든지 법률상으로 보든지 온전히 죽은 사람이건만, 나는 오히려 이 세상에 살아있다. 당년 30세에 신체 건장한 남아로 시방..

조국 (한국문학전집: 현진건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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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40 2 0 1 2016-10-18
사냥개들은 숲 속으로 뛰어 들어간다. 그 발자최는 멀리멀리 그윽이 그윽이 고요한 숲 속으로 사라진다. 오정 때나 되어 눈이 조금씩 녹아 나린다. 푸른 하늘에 뜬 흰 구름장은 햇발을 지고 번쩍인다. 이따금 큰 눈덩어리가 가지에서 미끄러 떨어져 부서지고 그 울림보담도 그 흩어지는 아름다움에 놀라기도 한다. 라펠 올브롬스키는 든든한 고목 등걸에 몸을 기대고 귀를 기울인다. 그는 제 백부 나제우스키를 따라 오늘 일찌거니 사냥을 나온 길이다. 문득 무서운 부르짖음이 숲을 뚫고 울렸다. 라펠은 사냥총을 바루잡고 그의 날카로운 눈길은 못을 치는 듯이 나무 사이에 박혔다. “사냥개들이 쫓는구나.”

첫날 밤 (한국문학전집: 현진건 06)

현진건 | 도디드 | 2,500원 구매
0 0 390 2 0 0 2016-10-18
막상 현진건이 아르치바셰프의 <행복>으로 작가로서 첫길을 열었다는 엄연한 사실, 지금 읽더라도 파격적이라거나 일본의 풍조에 민감했다는 점은 별로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1920년대의 끝물인 1929년에 최서해가 같은 작품에 다시 손댄 바 있다는 사실도 그럴 법한 일이고요. 그런가 하면 한참 뒤인 1950년대 중반에야 처음 번역된 《사닌》이 각종 세계 문학 전집에 으레 포함되곤 한 내력도 흥미롭긴 하지만 이해하기 곤란한 일은 아닙니다.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상하이에서 독일어를 공부한 현진건이 러시아 소설을 첫손에 꼽았다는 사실입니다. 현진건이 번역한 열 편의 단편 중 러시아 소설은 모두 네 편...... 그중에는 한국어로 처음 번역된 막심 고리키 소설도 하나 들..

개시대길 (한국문학전집: 이명선 02)

이명선 | 도디드 | 1,000원 구매
0 0 387 2 0 72 2016-10-07
나와 라오왕(老王[노왕])과 라오주(老邱[노구])와 셋이서 얼마간의 돈을 모아 가지고 조고마한 병원을 하나 열었다. 라오왕(老王[노왕])의 부인이 간호부 주임이 되었는데 그는 본시 간호부에서 의사 부인으로 뛰어올른 것이다. 그리고 라오주(老邱[노구])의 장인이 서무와 회게를 겸하야 보았는데 만약 그 장인 되는 자가 엉터리 장부를 꾸미거나 혹은 돈을 가지고 달어나 버리거나 하면 나와 라오왕(老王[노왕])은 마치 라오주(老邱[노구])가 그 장인의 보증인이나 되는 것처럼 라오주(老邱[노구])와 주먹으로 셈을 따질 작정이었다. 나와 라오왕(老王[노왕])은 아주 단짝이고 라오주(老邱[노구])는 좀 뒤에 들어왔으므로 우리는 어쨌든지 그를 좀 경게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무슨 일을 하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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